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주머니는 욕심을 의미할 수도 있는데 저승가는 길에 가져갈 것이 없으니 주머니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세계에 가서는 또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에 힘들었던 이승의 그 어느 것도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이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홀가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수의를 입을 때 옷고름에 나비고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한번 염습을 하면 다시 풀어볼 일이 없기에 세 번 네 번 꽁꽁 매어 드린다고 합니다. 여러 겹의 옷을 입혀 드리고 힘차게 매어 드려야 좋아하신다고 시골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저씨(할아버지) 몸을 모아드려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매장으로 모셔도 수의는 흙이 되어 함께 할 것이고 화장을 해도 수의 옷고름은 연기가 되어 나비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갈 것이므로 미리 나비넥타이 매듭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장에서 조총을 발사하는 것은 그 영혼이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가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나비가 되고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영혼은 참으로 편안해 보입니다. 최근 건축물 리모델링 중에 수십억원어치 금괴가 발견되었고
광교산은 넓은 가슴으로 우리 모두를 기다린다. 아침 버스를 타고 상광교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필 것도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가파른 산행으로 가슴이 뻐근해지고 이내 등줄기에 온기가 불면서 등산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지난주 눈이 많이 내린 후 일요일 산행을 거슬러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는 것은 또다른 묘미가 있다. 우선 절터를 올라 약수터에서 사람들은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모두 같은 마음일 것 같은 중년층 남녀들의 다채로운 등산복을 보는 것도 즐겁고 서로 양보하며 줄서있는 그들만의 질서가 흐믓하다. 패트병 8개에 약수를 받아가는 이가 있어도 기다림이 편안하다. 많은 양의 물을 받기 위해 함께 보내는 휴식시간이 줄을 선 모든 이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좀 늦어면 어쩔 것인가. 빨리 간다고 해서 감독관이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광교산이 좋고 산행이 즐겁고 등산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 아닌가. 그러는 중에도 줄 뒤에 선 ‘작은 병 들고온 청년’에게 패트병 2개짜리가 순서를 양보해 주고 시청에서 준비해 둔 현대식 표주박(스텐레스)에 물을 떠서 처음 본 나에게 주는 내 또래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심장의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올 즈음 다시 산행은
경기도의회로 가는 길은 3가지 방법이 있다. 지역구 출마, 비례대표의원, 그리고 의회사무처 공무원으로 발령을 받으면 의회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수원역에서 내려 도청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언덕을 300m터 오르면 도의회와 도청 건물이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화서문을 지나 화서파출소를 우축으로 놓고 좌측길을 통해 병무청을 지나면서 좌회전하면 의회와 도청의 후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철 성대역에서 수원역 방면으로 오다가 수원역사가 보일즈음 좌회전 하여 1㎞정도 달리면 마치 프랑스 몽마르트언덕만큼의 위치에 서있는 회색으로 빛나는 의회건물을 만나게 된다. 과거 방위협의회가 자주 열리던 시절에는 육군의 별들이 헬기를 타고 곧장 도청운동장에 내려 회의장으로 가는 모습을 본 기억도 있다.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도의회와 도청으로 들어오는 3개의 문을 지날 때 누구나 2개의 간판을 보게 된다. 경기도청이라고 굵직한 체의 간판과 경기도의회라고 도청간판보다 가는체의 간판을 보게 된다. 경기도청 간판은‘새마을 정신의 생활화’라는 글씨체와 같아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청은 1967년 6월
글을 잘 쓰려하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른이의 생각을 많이 들어야 하는데 소주와 안주값이 많이 드니 주점대신 서점에서 그분들을 만나는거다 주점의 시간은 갈수록 취해가고 서점의 시간은 갈수록 편해진다 숙취는 당신을 괴롭히지만 책향기는 늘상 봄같이 향긋하고 가을처럼 풍요롭다 표절이나 모방이나 매한가지 인생 사는 것 또한 남의것을 배운다 잘사는 인생도 배우고 실패한 삶도 느끼고 돈많은 회사도 처다보고 지혜의 출판사도 바라본다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도 안되고 서로가 국회의원 안하면 법안은 누가 의결해 아무나 가수하면 TV 싱겁고 몽땅 노무자 뿐이면 설계도는 누가 보냐 인생을 잘 살려면 남의 삶을 곁눈질해야 한다 결혼식은 돈봉투 보내고 영결식은 돈내고 참석해야 한다 결혼식에서 보이는 것은 희망뿐이지만 장례식장에서는 다보인다 몽땅 보인다 망자의 가족이 보이고 죽은이의 친구가 다녀가고 떠난이의 회사장부 대차대조표도 보인다 글 잘 쓰고 잘살려면 서점과 영안실을 자주가야 한다 서점옆에 영안실을 장례식장 인근에 출판사를 세우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의 인생사와 가족사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 나침반을 수정하게 하자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따사로운 날씨다. 1950년 6월에도 더웠을 것이다. 그리고 1950년, 1951년, 1952년. 국군 용사들은 인제에서, 백마에서, 수원에서, 철원에서 붉고 뜨거운 피를 이 산하 계곡에 뿌리면서 뜨거운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며 가족을 생각하면서 떠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6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작은 상자만한 크기의 기단부와 어린이 키 정도의 비석에 이름 석자, 격전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 흘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를 적어놓고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 국립현충원 직원이 트럭에 싣고와 배부한 플라스틱 조화 한줌을 옆에 세운 채 오랜 세월을 지내온 용사들. 오늘의 주인공은 황해도 연백에 사시다가 18세이던 1950년에 입대하여 1951. 4. 27 강원도 인제에서 전사하신 분이다. 전후좌우 모두 같은 크기의 비석인데 전사지, 전사날은 각기 다르다. 아마도 뒤엉킨 전사자들을 수습한 후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현충원에 모시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이곳 현충원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좋은 분들이겠다. 정문 근무하시는 분들의 표정도 인자해 보이고 간간히 작업을 하시는 인부들의 표정에도 욕심이 없어 보인다. 항시 망자들을 모시고 사
1986년에 세정과 세외수입계에서 수입증지를 담당하였습니다. 수입증지란 지방자치단체의 수수료를 받아 들이는 우표처럼 생긴 증표인데 당시 50원, 150원, 300원, 500원 등 몇가지 유형의 수수료에 맞춰 액면가를 정해 조달청 인쇄창에서 받아온 것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8시반경에 새마을금고 직원이 1일 대력 150만원어치를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수입증지 수불부상에 5원짜리 증지 30,000원어치, 대략 6,000장이 이월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수년간 이월된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이미 50원이상으로 수수료가 인상된 1986년에 5원짜리가 남아있으니까요. 전임, 전전임 담당자들이 지속적으로 이월시켜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은행 금고에 확인한바 철제금고 바닥에 5원짜리 증지가 남아있다는 확인을 해 주었습니다. 요즘에는 엑셀이나 전자프로그램으로 장부를 정리한다고 하지만 당시만해도 수작업이므로 매일아침 5원짜리 증지 6,000장 30,000원어치를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므로 이를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방법은 다 사버리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3만원어치를 수불하고 새마을금고를 통해 개인 돈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바인더북에 잘 보
우리는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직장에서 늘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소통의 센서인 배려와 양보라는 씨줄과 날줄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인간사회에 품성에 의한 배려와 양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다름없을 것이다. 1981년 공무원 9급으로 지금 지방서기관, 4급에 해당하는 도청 과장을 강사로 초빙해 승용차로 안내하게 됐다.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에는 이미 사무실 선배 공무원 2명이 타고 있었다. 따라서 과장과 함께 승차하면 만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뒷자리 2석이 비어 있으므로 과장을 잘 모신다고 차 문을 열고 먼저 타도록 했다. 하지만 과장은 머뭇거린다. 다시 한번 권하자 과장은 먼저 타라 한다. 과장이 차 문을 열어주고 먼저 차에 오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된 승차의전은 앞자리에 타고 있는 직원이 내려 뒷좌석 차 문을 열고 대기하면 가장 후임인 필자가 가운데 타고 나서 과장이 차에 오르면 정중하게 차 문을 닫고 앞좌석에 탑승 후 출발하는 것이다. 나중에 승용차 승차예절을 이해하고 그날의 해프닝을 마음에 새기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주법과 함께 승차 질서에 대한 잔소
1985년 이야기 입니다. 새마을지도과 서무담당으로 근무할 당시에 부산에서 새마을지도자대회가 열렸습니다. 달반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내일아침 부산으로 출발하는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사무실 뒷편에 부길식당에 저녁마다 부대찌게 15인분을 주문하여 일하시는 선배들 식사를 추진하였습니다. 별도의 말씀이 없으시면 그냥 부대찌게를 주문하면 되는 일입니다. 요즘에도 많은 분들이 부대찌게에 밥 비며 먹다가 나중에 라면 넣고 육수추가하고 그러시지요. 저녁마다 시군과 통화를 하면서 참석자 명단, 승차계획, 숙박계획, 고속도로 차량 이동계획 등 참으로 많은 행정적인 일을 하였습니다. VIP행사 이므로 당시 공직 선배들은 작은 실수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일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1985년이면 좀 지난 세월이기는 하지요. 그리하여 D-Day 1일전날이 왔고 각 시군의 새마을 지도자들은 수원 북문 인근 숙소에 집결하였습니다. 당시 행정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안성에서 평택에서도 수원으로 올라와 숙소를 잡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날 저녁 시군 본부방을 돌면서 물품을 전하고 중요 사항을 알려드리고 피곤한 몸으로 어느 방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평소 일찍 기상하는 편이지만 그날
아침 7시30분 수원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출근합니다.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25분을 달리면 수원역에 도착하고 상행선 출구로 가서 기다리면 열차는 힘찬 쇳소리를 내며 다가옵니다. 오늘이 시작됩니다. 일단 열차에 오르면 계단을 찾게 됩니다. 정기권 패스에는 지정된 좌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오른쪽 출입구는 안양, 영등포를 거치는 동안 열리지 않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도 왼쪽 문으로 내립니다. 그래서 편안한 의자가 오른쪽에 있는 것입니다. 이 계단이 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등산용 방석이 필요합니다. 가끔은 추위를 피해 객차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러면 늘 항상 인간의 삶과 인생의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앉아있는 손님은 대부분 눈을 감고 있거나 표정으로 보아 아예 깊은 잠에 빠진 분들도 많습니다. 젊은 손님들은 왜 자면서 인상을 쓰는 것일까요? 입석 손님이 의자 등받이를 잡아서 불편하신가요. 150명 정도의 승객이 앉거나 서거나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객차 1량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전 과정을 볼 수도 있고 삶의 단계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손님은 부산에서부터 앉아옵니다. 수원역에 7시30분에 당도하여 서울로
하나의 마침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말에 공직을 마치고 민간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길다 할 수 있는 39년 8개월의 경험중 주사에서 사무관에 승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사무관이 되어서 팀장, 동장, 계장, 담당으로 일하면서 느낀 바를 적어 책으로 엮어내면 후임 동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구상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전에 적어둔 몇 가지 글을 합하여 300쪽 정도의 소책자를 만들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료집에 금강산 다녀온 이야기, 백령도에서 국토 체험한 스토리, 백두산에서 역사를 만났던 감동을 합해 보았습니다. 쌍둥이 아이 낳고 3년동은 바쁘고 힘들고 기쁘게 키웠던 이야기를 글로 적으니 원고지 20매가 되었고 23세 청년의 무모한 도전으로 강원도 한계령을 걸어서 1박2일만에 넘어간 전체 3박4일 이야기를 써둔 바 있어 이를 함께 모아본 것입니다. 작은 조크는 모든 사무실 동료들에게 활력의 에너지가 된다는 생각으로 노트에 적고 늘 활용해 왔는데 이를 몇개 골라서 추가하였고, 오산시에서 시작된 청렴강의가 지방행정연수원, 양평군, 원주시를 거쳐 이곳 안산시의 추천을 받아 5월말에 간부회의에서 다시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