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미국 수사물 드라마 '형사콜롬보'를 떠올려봅니다. 설명자료를 검색해보니 이 드라마에서는 도입부에서 살인범이 누구인지 시청자에게 밝히고, 콜롬보가 용의자를 물색하고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콜롬보가 범인을 살짝살짝 떠보면, 그때마다 범인이 머리를 쥐어짜서 거짓과 변명을 늘어놓거나, 추가 범행을 일으킴으로써 사건을 은폐하거나 콜롬보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고 애를 씁니다. 그러다 범인은 마침내 모순을 일으키고 트릭이 무너지면서, 두뇌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유죄를 시인하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당시에 흑백TV로 본 드라마에서 주인공 형사 콜롬보는 범인을 밝혀내고도 담백하고 침착하게 시청자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장면도 기억이 납니다. 혐의자와의 질문과 토론을 통해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더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국회 청문회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말과 수싸움을 봅니다. 청문회는 대상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알고 있는데 의원들은 묻는 말에만 답하라 합니다. 정해진 시간은 질문에 소비하고 답변은 나중에 하라고 합니다. 청문회 질문, 국감질의, 5분발언 등 국회와 의회에서 진행되는 발언은 정해진 시간을 고려하여 핵심적으로 질의하고 주장하면 좋을 것인데 아마도 의원들의 마음속에는 말을 길게 많이 해야 잘한 것으로 자평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청문회가 길어지고 일정을 연장하기도 합니다. 여야가 마주 앉아서 전혀다른 관점에서 다수결 싸움을 벌이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대략 청문회에 참석하는 인사라면 사회적으로는 국회의원 후보에 나설만한 인물이라 보여집니다. 하지만 어떤분은 국회의원이 되고 다른 분은 청문회의 공직후보자로 그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수감기관의 대표로써 방문증을 달고 초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청문회 이상으로 치열한 현장은 국정감사장입니다. 국회의원은 젊은이가 많은데 비해 수감기관의 장은 나이가 들었습니다. 세월이 제아무리 흘렀어도 우리 정서에는 장유유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강오륜에 있습니다. 하지만 국감장의 치열함속에서는 나이를 초월하고 있습니다. 어느기관 국감에서는 보좌관이 항변을 하니 감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국회의원의 질의가 직설적이라는 점도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몇명 위원장의 청문회와 국감진행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아마도 우리의 국회의원중에는 초중시절에 '형사콜롬보'미드를 보았거나 아시는 분이 몇분 있을 것입니다. 이분만이라도 청문이든 국감이든 형사콜롬보처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질문을 차분히 던지고 답변내용을 분석하여 약점과 헛점을 지적했으면 합니다. 나지막한 소리로 청문대상자와 수감기관의 장으로부터 '송구하다'는 말을 이끌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4년후에 공천을 받지못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하면 평범한 시민이 될 뿐입니다. 그래도 역량을 인정받으면 국무위원 후보자, 정부기관의 장에 추천되어 청문회장에 불려오고 수감기관의 대표로 국회 상임위의 반대자리에 앉게 될 것입니다. 역지사지, 입장이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보여지는 청문회장과 국감장에서는 '종신직 상원 국회의원인'듯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명입니다. 미상불, 형사콜롬보를 벤치마킹한 국회의원이 늘어나서 흥미로운 청문회, 재미있는 국감을 보는 국민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의 희망사항인 것인가요.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