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루 중에도 키보드가 잡히는 시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청년시절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글짓기, 일기쓰기를 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이들어 여러가지 환경적 원인으로 인해서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글을 써서 책을 완성한 후에 교정을 보는데 게을리하다보니 더러 가끔 오탈자가 나옵니다. 한권 다 읽고서 집주소 번지가 틀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아내는 책의 내용보다는 오탈자에 민감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이름이 틀리면 怒發大發(노발대발) 수준입니다. 대단한 사건이 난듯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남편의 책을 아내조차 다 읽지 아니하는데 오탈자, 틀린 자, 더러는 경우에 맞지 않는 비판, 비난조차도 확인하고 따질 사람이 없습니다.
두번째 책에서 언론과 공무원에 대한 여러가지 비판과 비교를 했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기자 한두분이라도 문제를 삼았다면 신문기사에 나고 그 책의 존재를 알렸을 것을요.
소란 전략이라 합니다. 대단한 사건이라도 된 듯 기사를 쓰는 일종의 광고성 기사를 보게 됩니다. 제목에서 현란한 손가락 기술을 발휘하여 네티즌을 끌어들이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낚시에 걸린 줄 알고 더이상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맞으면 글쓰기에 도전합니다.
우선은 앞뒤 연결성은 나중 일로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에 들어오는 스토리를 전개하고 나중에 편집의 기술을 발휘하면 됩니다.
방송에서도 일단은 찍어보고 나중에 실제로 대화의 맥락이나 결에 맞는 내용과 화면과 스토리를 만들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인생도 일단은 살아보고 그중 자신있는 분야를 나의 파트로 삼아서 인생의 작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전략입니다.
누구는 백마리의 소를 제물로 바치라 하니 흰소를 올리면서 백마리라고 했답니다. 흰소는 백우라는 풀이입니다. 百牛(백우) = 100마리의 소.
米壽(미수)는 쌀미로 가면 88세이고 白壽(백수)는 99세입니다. 百(백)에서 일을 빼면 白(백)이 됩니다. 그래서 백수 99세입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신호등에 빨강이 들어와서 기다리는 시간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만 누군가 다른 방향에서 빨강불이 들어와야 내 앞의 신호에 초록불이 켜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정지상태에서 기다리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결국 사거리 신호등은 네곳의 차량들을 교대로 대기시키고 그중 25%, 50%를 소통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욕심은 초록불은 당연하게 여기고 빨강불은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봅니다. 초록시간은 짧고 빨강시간은 하염없는 기다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기다림으로 말하면 유럽가는 길에 러시아의 공항을 경유하는데 2시간 동안 기다려 환승 스탬프를 받습니다. 탑승 30분전에서야 문을 연 러시아 관리는 태연스럽게 여권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마치 신호등에 빨강불이 켜진듯 지루합니다. 조급합니다. 저만치 비행기가 시동을 걸고 부릉거리는 것 같습니다. 세상 마음편한 사람이 러시아 공항의 관리입니다.
우리로 치면 몇급인가는 몰라도 마음 급한 승객을 묘한 미소로 의자에 잡아두고 있습니다. 못된 인간입니다. 언어소통이 어려운 외국공항은 늘 불안합니다. 더구나 러시아어가 전혀 불가한 입장에서는 가이드 얼굴만 바라보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니 인생사 신호등의 기계적인 시간에도 조급해하고 러시아 공항관리의 심통에서 노심초사하며 기다릴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길게 기다린 경험이 있습니다. 일행중 동남아 청년 모습의 군청직원은 30분이상을 밀실에 불려가서 불법, 위장 취업자 취급을 받기도 했지요.
그냥 밖에서 크르주가 들어와 승객이 몰리는 바람에 전산이 다운되었다는 어려운 영어속 몇 단어 건지고 서있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 밀실에서 구속 직전까지 간듯하는 암담한 자리에서 웃통을 벗어 보이면서 인종차별을 당했을 우리의 동료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럴 수록에 과거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은 人之常情(인지상정), 세상만사 塞翁之馬(새옹지마)인가 생각합니다.
그런 심정으로 포근한 화성 봉담의 저녁밤을 이곳 농수산대학에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후배 공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이니 적정한 시각에 퇴근해서 후속퇴근을 도모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