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많다. 육신을 이세상에 두고 가야 한다. 소중한 재능을 이 에상 후배들에게 주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불글씨 명필의 손은 저승사자가 잡고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마라토너의 강력한 심장도 멈추고만다. 싸이클선수 말근육도 사라지고 저승길을 걸어갈 뼈마디 몇개만 가져간다.
유명 쉐프의 미각도 정치인의 양심도 예술가의 감성 역시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다른이가 받아도 간직하지 못한다. 쉐프의 요리는 사진으로 남고 정치인의 양심은 속기록과 신문기사, 그리고 인터넷 글로 남는다. 예술가의 감성은 그림, 악보, 영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염라대왕이 저승길에 허락하는 동행은 이생에서의 희생과 봉사와 사랑이다. 남을 위해 노력한 봉사, 남을 위한 희생은 그대로, 때로는 복리로 이자를 붙여서 저세상의 특급호텔 101호에 저장해 준다. 요절한 이는 22호실에 가면 자신이 이생에서 남을 위해 베푼 품목과 그 내용과 모습을 그대로 복제하여 전해준다.
아마도 이승과 저승을 통하는 물품이동 택배수단은 팩스라는 기계를 이용하는 듯 보인다. 각자의 집에는 자신의 저승길과 통하는 택배라인은 없다. 오로지 남의 집으로 보내는 통신수단만 남는가 보다.
그리하여 남에게 베푼 정성은 저승길 앞에 효자문 되고 자식키운 엄마와 며느리에게 열녀문 되고 주변사람과 나눈 사랑은 저승방 벽면에 금이되어 빛나고 참아낸 인내는 저승집 주추돌로 자리하고 가슴속 사리 몇개만으로도 저승 뜰안의 사리탑이 되어 빛난다.
가져가지 못하는 금은보화와 지니지 못하는 부귀영화 그리고 기억되지 않는 권력과 명예는 이승에 두고가야 한다. 이제 홀연히 떠나가는 날에 모든 것을 방에 두어야 한다. 저승방에서 이생을 평가하게 된다. 내려놓고 버린만큼 저승에서 수북하게 더하여 쌓이는 이승과 저승의 어긋난 수학공식을 풀어야 한다.
오늘은 더 자신을 내리고 나를 버리고 양보해서 저승길 평온하게 하고 저승방 풍성하게 하여야 한다. 이승에서 욕심을 내면 낼수록 저승에 가져갈 것이 없다. 아예 스스로 저승길에 빈손으로 가야하니 가져갈 것은 다른이의 은혜로운 고마운 마음뿐이다. 가져가서 그 은인이 오면 전해줄 물건뿐이다. 저승에서 자신이 쓸 물건은 내손에 있지않고 다른 이의 품속에 깃든다.
올여름 폭염에 노인들이 돌아가신다. 90~99세이시니 손에 쥔 것도 없으려니와 오늘 깨닫듯이 이승에서 손에 쥐고 주머니에 넣어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평생을 돌이켜 남에게 베푼 것이 많으면 저승방이 풍성할 것이다. 베푼 것이 적은 만큼 저승 호텔은 별이 줄어들 것이다.
돌아가신 후 수시간이 지나면 염습을 한다. 여러번 반복하여 쓰고 있는 말인데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8매듭을 맬적에 홍매듭을 친다. 나비날개처럼 고를 매지 않는다. 돌아가신 분을 한번 염습하면 다시 풀어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이유는 가져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염사들은 거짓말을 한다. 쌀 몇알을 입에 넣으면서 삼만석이라 한다. 동전 10원짜리 2개를 눈에 올리고는 2만냥이라 한다.
저승길에 가져갈 것은 없다. 오로지 자신만이 홀로 가서 저승방 호텔키를 받아서 들어가야 이승의 삶에 대한 평가서를 받는다. 그리고 그 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 이생에서 욕심내서 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지만 돈을 번 만큼 베풀고 일상의 생활에서도 늘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시기여서 저승길에 대한 생각이 더더욱 깊어진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