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VAR # 정치 VAR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최근 전문가 오피니언의 글을 보면서 논조와 지적의 강도가 과거보다 진취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회의원 1인에게 4년 동안 탄핵을 할 수 있는 종량제를 주장하는 글을 보았다. 경제정책 중에 공장총량제, 오염총량제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탄핵종량제는 생소한 말이다.

 

아마도 탄핵사유가 충분하고 확실한 경우에 탄핵을 요구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지 아니하면 탄핵을 요구한 국회의원에게는 6개월 정도의 자격정지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이채롭고 흥미롭다.

 

 

축구경기에서 감독이 VAR 판정을 요청하는데 횟수제한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비디오보조심판 AAR(Video Assistant Referees)은 축구 경기에서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 과정을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주심이 신청하거나 부심이 주심에게 요청할 때만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으며,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골, 페널티킥, 퇴장, 경고 선수 확인 등 네 가지 경우에만 판독을 실시한다고 한다.

 

대통령, 장관, 장관급 정부인사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 국회의원 임기 4년동안 일정 횟수로 제한하자는 의견이 축구경기에서 VAR판정을 최소화하자는 의견과 맥을 같이하는 듯 보인다.

 

행정에서도 최근들어 늘어나는 소송사건에 대해서도 걱정을 한다. 행정기관의 불허가나 원하는 처분을 받지 못하는 경우 국민들은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행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민원인이 행정심판에서 인용재결을 받아오거나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오면 거부했던 인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불허가 처분한 사안에 대해 법원에서 허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면 행정적으로 허가함은 물론 재판에 이르게 한 관련부서나 관계 공무원에게 어떤 불이익 처분이 내려지는가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공무원들은 행정심판, 재판을 받아오면 마음 편하게 허가해 주고 있다고 한다.

 

사실 공무원으로서는 인허가를 많이 하였다고 가점을 받는 것이 아니고 인허가 건수가 적다고 해서 감점되지도 않는다. 공무원과 민원인 간의 인허가건 처리과정은 출발점이 전혀 다른 것이다. 민원인은 인허가를 받으면 사업을 추진하고 건물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는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공무원은 허가장에 시장의 직인을 날인하여 교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업무는 끝나게 된다. 인허가 건수나 그 중요도가 자신의 근평이나 공직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래서 정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적극행정을 권한다. 적극행정을 하다가 작은 행정적 지적을 받으면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적용하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이나 정부부처의 감사부서, 경기도청의 감사과에서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고 그 책임을 묻는다. 그러니 인허가를 지연하거나 관계규정을 적용하여 불허가 처분을 하고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통해 결과를 가져오면 그 판결서 위에 허가장을 올려주곤 한다.

 

이처럼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인허가 과정을 원활하게 풀어내는 노력은 정부에서 챙겨야 할 정치적 사안이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혁신정부의 구호가 의원이 법안, 조례안, 예산안을 逐條審議(축조심의)하듯 따지는 감사기관, 의회, 사법기관의 스타일에 의해 퇴색되는 것도 현실이라 하겠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이른바 중용의 사회를 조성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인류 역사는 중용과 양보의 정치로 발전해 왔다고 본다. 권력은 최소화하고 행정시책은 최대로 펼쳐나가는 그런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좁고 더운 방안에서 홀로 그려보는 중이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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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