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패스 바코드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수원 팔달산 도청 당시에 퇴직하였지만 광교청사 이사 이후에도 공적, 사적으로 방문하는 일정이 몇 번 있었다. 도청 기자실에 친구이거나 동지라고 자임했던 분들을 만나러 가는 일정도 있었다. 그런데 갈 때마다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기분이 상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기분이 상쾌하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는 경기도청 현관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동시에 잠시 잊었던 공직에서 물러났다는 현실감이다.

 

 

두 번째 불편함은 접견한 공무원의 부서와 이름, 만나야 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과도한 통제다.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1층 로비의 테이블에서 담당 주무관과 1:1 면담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마음속으로는 동료로 함께 근무했던 과장, 사무관을 만나고 모르는 담당 주무관과 업무에 대해 의논하는 그림을 그렸었기에 더욱 허무했다.

 

세 번째 이유를 댄다면 퇴직 이후에도 현직의 어깨 근육을 풀지 못하였음일 인정하는 일인 것이다. 마음속 한구석 어깨끈 뿌리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에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마음을 삭히지 못하였음을 절감하곤 한다.

 

자주 듣는 말로 골프와 공직은 어깨의 힘을 빼야 잘 할 수 있단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골프채가 제대로 된 궤적을 이루지 못하고 방향성이 틀리므로 마지막 타점에서 각도가 어긋난다. 그래서 거리도 기대만큼 나가지 못하고 방향성도 크게 틀어지게 된다. 그리고 골프연습장에 10인이 있다면 9명이 모두 골프선생이고 초보 1명만이 수강생이 된단다. 공직사회도 매한가지인 듯 생각한다.

 

다음으로 공직자가 어깨에 힘을 쓰면 망한다. 오히려 초임 공무원일 때에는 합격의 기쁨과 임용의 자긍심으로 어깨판을 올릴만하지만 8급, 7급이 되면 서서히 어깨가 움추러들어야 하고 5급, 4급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한껏 올라간 어깨를 스스로 내릴 줄 알아야 한다. 공직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국민은 느낀다.

 

특히, 감사, 인사, 예산, 기획, 비서실로 가면 이전까지 평범하던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는 말도 들었다. 그들이 어깨근육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도 주변에서는 어깨끈이 올라간 것으로 보려한다. 그런 착시현상까지 감안하여 이른바 요직, △△통으로 분류되는 부서에 발령받으면 평소보다 어깨근육을 축 늘어트려야 그나마 평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조금은 다른 어깨도 있다. 농구천재 이충희 선수는 정확한 슛팅을 위해 잠을 잘 때조차 어깨를 움츠리고 누웠다고 한다. 어깨를 좁혀서 두팔과 손바닥에 들어온 농구공을 정확히 콘트롤하기 위함이란다. 팔이 벌러지거나 어깨가 올라가면 정확한 슛팅이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마음속의 어깨가 쑥 올라가는 일이 있었다. 민간위원 자격으로 경기도청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담당 주무관이 미리 SNS로 바코드를 보내주었다. 도청건물 패스카드다. 응모를 통해 멤버가 된 것이니 신원조회는 모범도민으로 평가받은 바이다. 이전까지 차량번호를 미리 등록해주어서 입차와 출차가 참으로 편리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1층 창구앞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 새롭게 경기도민이 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주민등록증을 꺼낼 때마다 느끼는 마음 한구석의 싸한 마음속 앙금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을 켜서 자신만만하게 바코드를 찍고 입장했다. 마음속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문을 지키는 청원경찰에게도 인사를 했다. 사위가 착하니 妻家(처가) 소말뚝에도 절을 한단다. 지금까지 어깨에 힘을 주거나 올리면 실패한다고 주장했지만 오늘 도청 현관에서 한껏 올라 간 어깨를 뭐라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 현직 공무원들은 목에 걸고 다니는 신분증이 가로 세로 6×9cm이지만 실제로는 A4보다 더 크고 그 이상의 강한 힘을 가졌음을 알아야 한다. 동시에 프리패스 카드를 받지 못한 도민들의 불편에 대해서 易地思之(역지사지)해 주기를 바란다. 역지사지는 우리 모두를 발전시키는 힘이 된다는 점도 경험적으로 알려드린다.

 

그러니 확고한 안전을 전제로 하여 도민들이 경기도청을 내 집처럼 방문하고 내 건물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어 주기를 바란다. 蛇足(사족)으로, 다음 과제는 혹시 주차장의 좋은 자리에 공용차량이 즐비하고 민원인 자리는 후미진 곳에 배치된 건 아닐까 큰 눈으로 판단해보고 하늘 높이 드론을 띄워서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바코드의 마음으로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