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16~2017년 남양주시청에서 부시장으로 근무했다. 3선 시장이 지휘하는 시정업무 속에서 부시장의 폭은 다소 좁아 보였다. 다른 자치단체 동료 부시장의 의견을 이리저리 모아 봐도 현재의 역할에 대한 진폭이 좁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화학시간에 배운 바로는 다양한 용액은 분자식이 달라 그 속에 다른 용액이 들어갈 틈새가 있다고 들었다. 마찬가지로 지방행정의 달인인 시장 휘하에서도 이리저리 살피면 부시장의 역할은 여러 분야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영화 ‘덕혜옹주’가 개봉됐다. 간부들과 영화를 관람하고 소감문을 모아 영화사 허진호 감독 등 관계자, 출연 배우 손예진, 라미란, 박해일에게 보냈다. 이후 당시 공보과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감독과 영화투자자가 시청을 방문해 시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시 560만 관객은 큰 성과이고 남양주시 공무원이 기여한 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방문한 영화사 일행을 덕혜옹주 묘역으로 안내했다. 영화사 관계자가 묘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홍보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사 관계자의 현장방문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덕혜옹주 묘역을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이 늘었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이 자리한 구리시 소재 문화재청 왕릉관리사무소에서 조선 왕 27명의 왕릉 사진을 덕혜옹주 묘역 앞에 전시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유네스코유산 자료를 전시했다. 시민은 물론 인근 시의 시민과 학생들이 관람했다.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나비효과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으로 남양주시의 홍유릉이 알려지고 덕혜옹주의 스토리가 전국에 전파된 것이다.
다음 해 문화재청은 그동안 비공개 지역이던 덕혜옹주와 의친왕의 묘를 공개 지역으로 지정했다. 남양주시민들은 편안한 시간에 덕혜옹주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홍유릉을 방문한 국민들은 조선 역사 후반부의 치열한 삶을 살았던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를 추억하게 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획 의견을 제시했다. 남양주시와 경기도가 덕혜옹주 묘역 및 영친왕의 묘역 주변의 토지를 매입해 조선 왕릉 ‘미니어처’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공직에서 퇴직했지만 이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 공간에 서울과 경기도 지도를 만들고 왕릉의 특징을 살린 미니어처를 설치하고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을 통해 조선 왕 27명의 역사 스토리를 설명하면 현장에서 학생들은 조선의 역사를 배우고 남양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될 것이다.
경기도는 조선시대에 왕의 땅이었다. 왕숙천, 수종사, 퇴계원에도 조선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정조시대 정약용 선생의 생가, 실학박물관은 앞에서 제시한 왕릉 미니어처와 함께 조선시대 역사 공부의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다산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하피첩에서 찾지 못한 4첩의 내용을 채워보는 ‘하피첩 백일장’은 남양주시에서만 가능한 문화 행사가 될 것이다.
최근 기사에 보니 다산동 2청사 용지에 남양주시청 청사 건립을 발표했다. 2032년 완공 목표라고 한다. 이를 위해 2천300억원을 목표로 2021년부터 매년 200억∼250억원을 신청사 건립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행정적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동시에 역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한 문화 발전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시작이랄 수 있는 건원릉과 마지막 홍유릉으로 이어지는 역사 스토리, 그리고 세계적 인물로 평가받는 다산의 하피첩 채우기에 남양주시 행정이 나서 주기 바란다. 잊힌 전임 부시장의 ‘직업병’이 도졌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