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잠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하루 두시간 자고 피곤하니 다음날은 잠이 쏫아집니다. 잠잠잠입니다. 서울의 잠실은 누에를 많이 키워서 잠실이라 합니다만 누에는 평생 4번 잠을 자고는 고치를 만들어 비단을 선물합니다. 누에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해서 뽕잎을 갉아서 먹습니다. 다른 것은 먹지 않고 오로지 뽕잎만을 먹고는 비단을 만들어 냅니다. 

 

편식하는 누에는 비단을 만들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다양한 음식을 회자하는 인간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기 보다는 그 먹은 음식의 힘과 에너지로 더 많은 재물을 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4잠을 자고 성장한 누에는 뼈도 없는 몸을 비틀어서 타원형의 고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 길이가 800m라고 하던데 확인이 필요합니다. 

 

확인되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1,500m라고 합니다. 다시 생각을 돌아보니 800m는 모나미볼펜의 글씨쓰기 길이인가 봅니다. 살면서 기억해야 할 숫자가 참으로 많습니다. 어려서 초등생시절에는 삼세번, 3요소를 많이 외운 기억이 납니다. 연극의 삼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이라 했습니다. 삼원색은 빨강, 노랑, 파랑인데 이를 다 섞으면 검정이 된다는 오묘한 진리를 배웠습니다.

 

가정의 삼요소는 아내, 남편, 아이들일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주변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내보내거나 출가시킨 후 2요소가 삽니다.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 부인을 편하게 하는 이는 영식님, 아침만 먹는 남편은 한식씨, 아침과 저녁을 먹으면 두식아!. 세끼를 다 챙겨야 하는 남편은 삼식이세끼!! 그리고 식사 중간중간에 과일, 커피 등 간식을 챙기는 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남편은 '종종간식내는세끼!!!'입니다. 

 

그러니 집에서 식사를 많이 하게되는 퇴직후의 남편들은 라면끓이기 이상의 조리법을 배워야하고 음식을 만들기 전에 주방 설겆이를 잘해야 합니다. 음식은 어렵다하면 주방정리를 하면서 아내의 도마작업, 삶기, 데치기, 돌려깎기 등 다양한 요리법을 어깨너머로 익혀야 합니다.

 

최소한 냉장고에 넣어 저장해둔 찌게를 덜어내서 냄비에 끓이고 어떤 재료는 렌지에 돌리고 다른 것은 팬에 익히거나 데워서 먹을 수 있는 실력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한끼 스스로 챙겨먹은 후에는 냉장고안에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하고 싱크대의 빈그릇은 정성스럽게 물로 닦아 말린 후에 정리정돈해야 합니다.

 

누구나 식사후에 방치된 식기를 보는 것은 즐겁지 않습니다. 정리된 깔금한 주방에서 다음 식사를 준비하는 행복을 위해서는 지금 진행중인 조리와 식사의 정리정돈이 깔끔해야 합니다. 그런 노후의 생활을 위해서라도 젊은 남자들은 조리법을 익히고 요리에 도전해야 합니다. 평생 숨쉬고 심장뛰듯이 하루 3끼이상 먹어야 행복한 인생을 이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인간도 누에처럼 뽕잎만 먹고서도 그 할일을 다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냉장고에는 최소 50가지 이상의 재료가 저장되어 있고 매일 20가지 이상의 재료와 조미료를 넣어서 식사를 합니다.

 

누에가 부럽습니다. 잠도 4~5번만 자고 밥도 한가지만 먹는 누에에 비해서 인간은 매일 자고 매일 기상하여야 하고 음식도 편식하면 안된다며 다양하게 먹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을 자면서 먹고 다시 먹고 잠을 자면서 생각을 하고 자신을 알고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는 우리 인간의 영특함을 주신 신에게는 감사드립니다. 모든 누에가 동일한 모양의 고치를 만들지만 인간은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개성있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