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우리사회에 널리 퍼진 고스톱은 운칠기삼이라고 했습니다. 실력은 30%정도이고 그날의 운이 70%를 좌우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실제로 밤 늦은시각까지 아내의 기가를 독촉하는 전화를 받으면서 동료들과 어울린 젊은 날의 추억을 되집어보면 고스톱이 잘되는 날이 더러 있었지만 마이너스 기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더구나 초년시절 막판에 5광이 나서 저녁내내 잃은 놀음밑천을 다 회수할 기회가 왔지만 이내 판이 깨져서 원금을 회수할 기회를 놓친 경우도 두 번 이상 있었습니다. 지금도 75세에 이른 당시의 선배들을 만나면 막내가 돈을 많이 잃은 것은 알았지만 자신도 풍족하지는 않아서 판을 마감한 것 같다고 인정을 해 주십니다. 하지만 당시의 서글품은 아직도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혹시 인생도 운칠기삼으로 사는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정치권을 보면 5번 도전하여 변호사가 된 분이 있고 젊은 날에 한방, 대학교 3학년 시절에 사법고시에 패스를 한 분도 있습니다. 역시 여러번 도전한 경우나 한 번에 합격한 경우나 운칠기삼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국가기관의 직원을 조선시대 음서제도처럼 채용했다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사 강사중에 유명한 일타강사는 수만명이 응시해서 30명정도 합격하는 국가기관 시험에 음서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열변을 토합니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공감을 일으키는 주장이어서 정치인과 연설자들은 요즘들어 자꾸만 청년층의 공감을 가져올 수 있는 말에 무게를 싣는 듯 보입니다.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국가, 정부조직, 정치인들이 모두다 그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반성과 성찰이 이어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공직을 마치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열정적으로 일한 바도 있기는 하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즈음에 그만한 자리가 나고 그래서 그 자리에 가서 또다시 열정을 다해 동분서주한 아련한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요즘의 자치단체 일부에서는 파열음이 나고 있습니다. 4년간 단체장으로 일하면서 승진이나 전보에 사적인 요인을 지나치게 반영하여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이는 공직사회 내부의 속알이일뿐 겉으로 표현되지 못하는 아픔이기도 합니다.
제하자유구무언. 모든이는 기관장의 인사권앞에 할말이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슬픔이기도 하지만, 기관장으로서 ‘제하자’의 고충을 안다면 인사권은 정도, 중용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980년대 지방공무원 8급이 얼결에 7급으로 승진한 사례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공무원이 돈이 떨어지나 밤 10시경에 수첩속 비상금을 가지러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 시각에 국장님이 퇴근하시다가 휘하소속의 부서에 불이 켜져 있으므로 들어갔습니다.
박주사 수고하네. 네 국장님! 안녕하십니까. 늦게 퇴근하십니다.
며칠후에 7급승진 인사작업이 진행되었고 국장은 8급 박주사를 7급 승진자로 인사부서에 추천했습니다. 인사발령 발표가 나자 해당과는 물론 국 전체인원이 깜짝 놀랐습니다. 게으르고 부정적인 박주사가 승진하다니. 운칠기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바둑에서는 대마불사. 바둑을 두다가 대마를 잡지 못하면 살려주었다고 말합니다. 바둑에서 살려주는 일은 없습니다. 잡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마는 수가 많고 넓어서 잡기가 어렵습니다. 고수, 알파고도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결국 인생은 운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가미되어야 합니다.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만 매번 운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운칠기삼이 성난 파도처럼 휘도는 듯 보입니다만 근면성실, 切磋琢磨(절차탁마), 사필귀정, 권토중래 등 다양한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참으로 기묘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