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동네 이장을 뽑는 토론에서 갑 후보를 응원하는 찬조연설자는 을후보의 장점을 함께 설파하면서 그중에 이런 면에서 갑 후보가 우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을 후보를 추천, 천거한 인사도 갑후보의 마을을 위한 그간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앞으로는 을 후보가 좀더 발전적으로 우리 부락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덕담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8년 전후해서 젊은이들의 표현부터 어색한 말이 첨가되기 시작하더니 좀더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단언적인 표현들이 늘어났습니다. 우선 초창기에는 "동쪽하늘에서 아침에 해가 뜰 것 같다요."라며 확정적 사실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제가 고생을 한 것 같아요. 이런 표현이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데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 들립니다.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한 틈새를 남기기 위한 표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안돼요?'라는 표현이 생겨났습니다. 식당에서 '공기밥 하나 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공기밥 한그릇 더 주세요'가 맞습니다. 물을 달라하는데 말른 물을 주면 안돼요입니다. 마트에 라면을 사러 와서는 '라면 안팔아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라면이 어느 코너에 있는가 묻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같은 젊은이의 표현이 심화된 이유는 엄마들의 육아법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을 한 바가 있습니다. 엄마들은 아기의 행동을 칭찬한느데는 인색하고 안되는 일이라는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기와 어린이가 무슨 일이나 행동을 하려하면 '안돼'를 연호할뿐 '참 잘했어요'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 땀을 흘렸는데 샤워하면 안돼?"
됩니다. 되지요. 하지만 엄마는 말없이 그리하라 표현합니다. 틀린 표현, 다른 표현은 바로잡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가 목욕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니 말없이 그리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되는 일은 없고 안되는 일만 있습니다. 그러니 식당에서 말합니다. 공기밥 한그릇 주면 안돼요? 물 더 주시면 안돼요? 반찬 추가주시면 안돼요?
왜 안되겠습니까. 다 됩니다. 공기밥 드립니다. 계산할때 추가됩니다. 물 여기있습니다.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반찬 더 많이 드세요. 그래서 셀프코너를 만들기는 했지만 더 추가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표현은 점차 부정적인 말로 진화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합니다. 사회자는 행사중에 바쁜 시간을 내서 오신 기관장을 소개합니다. 자신이 이미 앞전에 참석자를 소개하였는데 추가로 하는 것은 사회자의 잘못이 아니라 이분이 늦게와서 지금에서야 추가로 소개하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안오신 분도 있을 것인데 오신분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씁니다.
뒤늦게 오신 기관장 아무개를 소개합니다. 그냥 아무개 시의원이 참석하셨다 소개하면 될 것인데 뒤늦게 오신 것을 강조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멘트입니다. 사회자는 담백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무개 시의원이 오늘 행사에 오셨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고 의전에 맞습니다. 결코 뒤늦게 오신 것이 큰 잘못이 아니니까요.
결론적으로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트려서 아내에게 야단을 맞는 남편보다는 소파에서 TV리모콘에 푹빠져있다가 저녁식사 끝나고 아내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핀단을 듣는 남편이 안전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최근의 우리정부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상대편의 모든 행동은 틀렸고 잘못이랍니다. 상황에 따라서 각기 다른 행동을 합니다. 같은 말인데 여당이 하는 경우와 야당이 말하는 경우에 해석이 다릅니다. 성문법의 나라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정치는 어떠할까 생각해 봅니다.
이장선거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정치는 자신의 이야기만 합니다. 나의 주장만을 펼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말을 빌려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잘 될 것 같아요. 정치좀 잘해주면 안돼요?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