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신분으로 시청에 근무하니 11:30분에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구내식당 배식시간은 2가지 시간이 있는데 한조는 11:30분에 급식을 시작하고 다른 조는 12가 되어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11:25분에 사무실을 나서서 구내식당에 도착하니 이미 50명이 두줄로 서서 배식을 기다립니다. 이미 음식은 차려졌지만 11:30분 정각이 되어야 식기를 집어들 수 있는 오랜 관행과 전통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역시 줄을 서서 3분정도 기다리니 뒷편에 또다른 무리의 직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잠시후 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저를 먼저 들도록 배치한 것은 처음으로 구내식당 식판과 장비를 만든 분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수저를 먼저 들어야 배식이 시작되는 시스템에는 재고를 요청합니다. 마지막에 수저를 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저를 들고 트랙을 나가보니 현미밥과 도정미 밥이 있고 닭찜과 파랑나물, 콩나물, 그리고 김치가 셋팅되어 있습니다. 발그레한 김치가 잘 숙성되어 맛있습니다. 파랑나물도 살짝 간을 해서 짜지않고 좋습니다. 콩나물은 어느 반찬, 어느식사에서나 어울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반찬입니다.
우선 식판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전송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가가 궁금합니다. 저녁식단에 중요한 참고사항입니다. 사진을 보내면서 오전인사를 합니다. 더러가끔 아무개 지인의 남편은 하루 세번 전화를 하는데 첫마디가 "어디여?"랍니다. 아마도 이분의 아내는 운전을 해서 수도권과 충남을 달리시는 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아침에 오늘의 일정을 공유하지 않아서 지금 어디인가 궁금한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만 남편들 대부분은 아내의 오전, 오후 일정을 알지 못합니다. 아내는 틀림없이 오늘과 내일 일정을 남편에게 이야기했지만 어느순간 대화의 단어 틈새에 섞여버렸으므로 남편은 지금쯤 아내가 어디에 위치하였는가를 알지 못합니다.
또는 그냥 70대 노부부의 일상적인 대화일 것입니다. 과거의 전화기는 누가 전화를 했는지, 받는지 모르니 '여보세요!'했습니다만 지금의 스마트폰은 거는 사람, 받는 사람이 상대를 알고 있습니다. 전화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받는다면 분실했거나 대형사고가 터진 것입니다.
아내는 오늘 점심메뉴를 참고하여 저녁을 준비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 구내식당 점심 메뉴가 아내를 시장에 달려가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집에는 냉장고가 거대 마트, 시장, 재료산지가 여러 동 버티고 있으니까요.
구내식당 메뉴중 압권은 미역국냉채입니다. 양파를 잘게 썰어넣으니 풍미를 더하고 국물에 들어간 식초와 간장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통깨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래도 역시 닭고기입니다. 발그레하게 매운 닭찜을 한점 먹고 미역국 냉치로 입안을 향기롭게 합니다. 그리고 파란채소와 콩나물이 맛있습니다.
점심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30분 일찍 시작한 점심이니 급하게 먹을 일이 아닙니다. 구내식당 자리는 절반이상 남아있으니 줄을 선 직원들에게 식당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규범적 책무도 벗어나 있습니다. 다른 이는 구내식당 점심을 어떻게 먹는가 살피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직도 12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후 일정이 바쁜 공무원들이 줄서 있지만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으니 스마크폰을 들어다보는 이유가 11:55분에 머문 분침이 빨리 달려가기를 재촉하는 액션일 것입니다.
아마도 구내식당 의자와 식탁은 점심에만 대력 3명의 손님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배식라인에 가까운 자리는 더 많은 식사인원이 사용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오늘 하루는 발빠르고 힘차게 나가고 있습니다. 오전내내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1시부터 일하고 민원을 처리하고 손님을 맞이할 것입니다.
공직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는 구내식당에서 몇번째 점심을 먹으면서 지난날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하지만 나름, 구내식당의 여유와 풍미에 대해 공감하는 생각을 전해드리는 바입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