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애요청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출신 이강석

 

 

1970년대 행정기관의 공문서를 보면 '할 것'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중앙부처, 도, 군청과 시청에서 읍면동에 보내는 문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어떤 지시사항을 하달(?)하면서 내리는 명령입니다. 행정적인 업무지시를 하면서 기한내에 보고할 것을 지시합니다.

 

매 문장의 마무리는 '조치할 것', '보고할 것'이라고 하니 이른바 '상명하복'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각 기관에 전달하면서 '하달'한다고 합니다. 아래로 내려보낸다는 의미일 것입이다. 상의하달, 하의상달에서 나온 용어인가 생각합니다. 

 

상급기관이라 해도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 공무원이 근무하는데 도청은 시청과 군청으로 하대를 하고 시군청은 읍면동에 하대를 하면서 읍면동 공무원은 시민, 군민, 주민, 리민에게 존칭을 쓰고 하늘처럼 모시라 하는 것은 큰 모순인 것입니다.

 

그래서 1988년 전후로 기억되는 어느 시기부터 도청에서 시군청으로 가는 문서에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공문서에 기관의 주소와 담당자 이름을 쓰고 결재자의 싸인까지 보내던 시절과 비슷한 시기로 기업합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된 행정용어중에 '할애요청'은 낭만적이고 시적인 감흥이 있습니다. 임용권자가 다른 시-군간, 군-시간, 시-도간, 기관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공무원이 소속을 바꿔서 발령을 하는 경우에 할애요청을 주고 받습니다.

 

여기에서 할애요청이라는 단어는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귀 기관에서 사랑한 직원을 우리가 나눠서 사랑을 하고자 한다. 그러니 귀소속 직원을 우리 기관으로 보내주기 바란다는 기관장간의 편지 형식의 공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무뚜뚝한 공직사회 공문서중에 유독 눈에 띄는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누군가가 다른 기관의 공무원을 데려오고자 하는 공문서를 기안하면서 '할애'라는 용어를 쓴 것인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마디. 공직사회의 발령장에서도 "귀하를 총무과장에 보합니다."라고 적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지방서기관 홍길동, 총무과장에 보함"이라고 기관장의 명령을 담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발령장 문구를 바꿔서 제시해 봅니다. 

 

"임용장/    oo시청 총무과장으로서 우리시 총무업무에 전심전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경기도민회장학회 감사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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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