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체장의 역할에 대한 경험적 생각
부단체장의 위치와 역할을 설명해 주는 선배가 없습니다. 그래서 홀로 터득해야 하는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자리이고 그 역할입니다. 우선 부단체장은 말 그대로 부기관장입니다.
부시장은 도 자원의 부단체장 요원을 도지사가 전출 발령하고 시장군수가 임명합니다. 도와 시군간의 협의를 통해 인사교류를 합니다. 도의 국장이 시청으로 가고 시청의 부시장이 도의 국장으로 전보됩니다.
경기도청에는 행정1부지사, 행정2부지사, 평화부지사가 있습니다. 행정1부지사는 행정안전부 자원으로 임명합니다. 행정2부지사와 평화부지사는 도지사가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 임명합니다. 부지사 발령을 승인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장관이 대통령의 재가(결재)를 받는 줄 압니다.
정부에서 행정1부지사가 임명을 받아 경기도에 근무하듯이 도내 시군 부단체장을 도지사가 관리하는 것은 도에서 보내진 부단체장이 시군 행정을 총괄하고 관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때로는 시군의 공무원들이 기관장에게 “NO”라고 말하지 못 하는 경우에 부단체장이 나서서 “아니되옵니다”를 외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강의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엄청난 일이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부단체장으로서 시군행정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느 순간 다가올 엄청난 사건은 마음속으로만 다짐하시면 됩니다. 부임하는 날부터 열심히 챙기고 특히, 기관장님을 향한 집단민원이 오는 경우 기관장님을 피신시키고 부단체장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민원에 대해서 처음부터 나서지 않고 팀장, 과장, 국장이 조정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부시장이 나서면 조율할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집단민원은 냉각기도 필요합니다. 부시장이 면담을 하거나 단체 민원인을 접견하는 경우에는 대표 3~6명을 집무실이 아닌 넓은 회의실에서 책상을 놓고 대면하고 수첩에 말씀을 기록하면서 대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민원인 대표에게 설명을 할 때에는 요구조건 중 수용 가능한 것을 먼저 말하고 수용이 불가한 것은 나중에 말합니다.
부단체장은 부서간의 화합과 조화, 도와의 원활한 관계 유지와 발전, 나아가서 중앙과의 연결을 통해 소속 시군발전을 위한 대외협력관의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시군의 중심 행정기관으로서 경찰, 검찰, 세무, 선관위, 군부대 지휘관, 기타 정부기관과의 원활한 협력관계도 중요합니다.
혹시 도로굴착을 위한 협의회가 정례적으로 열리는데, 부단체장이 해당 시군의 지하에 매설되는 상수도, 하수도, 전기, 통신, 공동구 등 지하매설물 설치공사 시 시민불편을 줄이고 경비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정부기관, 민간기업, 건설사 등과의 원활한 소통과 조율을 해야하는 업무 분야입니다.
부단체장은 시군청의 조회, 간부회의 등에서는 단체장님과 함께 하지만 밖에서는 늘 혼자입니다. 시장군수 가시는 곳에 부단체장은 가지 않습니다. 단체장이 가셔야 하는 행사에 일정상 사정상 못가시므로 부단체장이 가는 것입니다. 이것도 부단체장이 그 행사에 간다는 것을 직접, 또는 간부 공무원을 통해서 기관장께 사전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기관장 비서실장이 부단체장에게 이 행사에 참석해 달라신다는 전갈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행사 담당 과장이나 국장이 기관장에게 참석을 보고드리고 못 가시는 경우에 부단체장을 참석자로 하겠다 사전 구두 결재를 받는 형식이 취해져야 합니다.
그러니 늘 기관장님이 부단체장이 대리 참석하는 것을 아시는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장 군수님이 못 가시는 행사나 회의에 무턱대고 달려가는 부단체장은 없습니다. 그리하면 안됩니다. 단체장님중에는 발빠른 부시장을 불편해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물론 부단체장이 책임관인 경우는 다릅니다. 인사위원회, 도시건축위원회, 복지위원회, 시정 관련 각종 위원회는 대부분 부단체장이 책임관이고 위원장이니 이 경우에는 기관장님의 결재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다만 인사위원회와 특정하게 전통적으로 기관장님이 챙기시는 여러 가지 위원회가 있을 것입니다. 담당 국장에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임 부단체장과 식사를 하시면서 대화를 하시고 그 내용을 메모 하시기 바랍니다.
부단체장은 비상연락이 가능하도록 하고 걸려온 전화를 즉시 받고, 총무팀이나 부속실 직원에게 행선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부단체장은 24시간 365일 관내에서 숙식하시기 바랍니다.
저녁식사 등 일정이 있으면 일찍 나가고 없으면 6시 정시에 퇴근하시기 바랍니다.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할 일이 있다면 부속실 동료들은 퇴근하라 하고 혼자 머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방 보안시스템을 알아야 합니다. 패스워드를 스마트폰에 저장하시고 열쇠가 있다면 당직실의 위치를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식사는 천천히 하셔야 합니다. 함께 밥을 먹는 젊은 직원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추라는 말입니다. 먼저 받았다고 뜨거운 해장국을 호루록 먹고 딱하니 앉아있으면 후배 공무원들이 급하게 먹느라 체하고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식사 중에는 장황하게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말하고 옆좌석의 간부가 이만 가시자고 할 때까지 앉아서 느긋하게 대화를 주도하시기 바랍니다. 내 말도 하면서 더러 중간층 직원들이 말할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조금 특이하게 근무했습니다. 출퇴근은 걸어가 다녔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행사가 잡히면 행사를 주관하는 팀장에게 카풀을 요청했습니다. 사무실에가서 기다리면 출발하자고 연락이 옵니다.
위원회에서 쓰는 의사봉을 전용으로 지참하고 가서 위원회를 진행하고 다시 챙겨서 사무실에 보관하였습니다. 각 부서 직원에게 의사봉 챙기는 일 하나 덜어준 것입니다. 위원회나 조회, 행사장에는 일찍 10분정도 미리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위원회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는 선배 공직자도 있고 관내 기관장, 60세가 넘으신 원로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위원장인 부단체장이 정시에 맞춰서 담당계장의 안내를 받으며 회의장에 입장하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 군청이 아닌 밖에서 열리는 행사의 경우에는 20분 일찍 가서 행사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인사말을 구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내행사, 시군청 행사를 시군청 회의실에서 하는 경우, 즉 위원회 등에도 10분 정도 일찍 가시는 것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원회에 오시는 대학교수, 관내 협력기관의 간부들은 부단체장의 부지런한 모습을 좋아하고 이를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터넷 선풀처럼 전파해 주십니다.
부단체장은 차량, 기사, 법인카드가 있으므로 별도의 여비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여비로 쓸 부분이 법인카드로 가능합니다. 경리팀장에서 미리 물어보시거나 부속실 직원에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장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행 전체의 식사를 법인카드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취임하는 즉시 실과별 용지, 읍면별 용지를 수첩 첫 페이지에 붙이시고 식사하면 동그라미를 치시기 바랍니다. 각 부서를 2번 돌면 1년이 가고 예산이 소진될 것입니다. 비싼 집보다는 저렴하고 편안한 식당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동료 직원들의 음주운전이 없도록 도심의 식당과 청사에서 가까운 식당을 정하시고 먼 곳의 식당을 정하는 경우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을 확보하여 안전운행 하도록 지도하시기 바랍니다.
회식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가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과거에는 전원 참석후 10분이상 지나서 부서장이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모두 도착한 후에 지각하시면 회식의 의미가 낮아집니다. 일찍 가서 자리잡고 먼저 온 동료 후배들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시기 바랍니다.
식사 시작후 40분쯤 후에 다른 일이 있는 분들은 가시도록 하고 남은 분들과 식사를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동료 직원들 중에는 노부모를 모시는 분, 아이를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서 데리고 퇴근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를 잡고있는 것은 요즘 시대의 리더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간부 회의시에는 미리 원고를 준비하여 5분 이내로 짧게 하시기 바랍니다. 이야기한 원고를 청내 통신망에 올리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기관장님 훈시 후에 그 내용을 가지고 한 번 더 반복하는 과거의 어느 부단체장의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첩에 기록한 것을 다시 쓰게하면 안됩니다. 부단체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채근하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행정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님이 이미 지시하신 사항은 부시장 수첩에 기록하고 나중에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이왕 말을 시작했으니 저의 외부손님 만남의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속으로 손님이 오시는 경우, 가시는 손님에 집중합니다. 가시는 분이 후배이면 복도 2충에서 배웅하고 동료, 3년 정도 선배는 청사 현관에서 보내드렸습니다.
10년이상 선배이거나 연세가 높으신 분의 경우에는 차량까지 안내했습니다. 의무는 아니고 그냥 제가 그렇게 했다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참고사항입니다.
결재는 물론 외부인사 접견시에도 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화가난 민원인을 만날 경우에 문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늘 문을 열어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결재시간을 정하지 말고 손님이 있어도 양해를 구하고 결재를 합니다. 전자결재가 일반화된 요즘에 서류를 들고 오는 경우는 이미 결정된 사항에 서명만 하시면 되는 간명한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결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행정은 불식해야 할 과제입니다.
보름, 1개월쯤 근무하고 나서 기관장님 편안하신 시간을 확인해서 독대를 하시기 바랍니다. 꼭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관장님은 새로 오신 부단체장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고 부탁, 지시하실 사항이 있을 것입니다.
늦지 않게 독대를 해서 궁금증을 풀어드리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릴 내용은 도의원과의 관계, 시군의회 의원님과의 식사를 한바 느낌 등 정무적인 분야를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 오찬 인사가 늦지 않도록 공보관에게 챙기시기 바랍니다. 소방서장, 경찰서 간부, 국가기관의 간부, 법원 검찰 부기관장에게도 인사를 가실 것입니다. 늦지 않게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일정도 있을 것입니다. 사회과장과 협의하시기 바랍니다.
축전, 화환을 보내주신 분들에게는 전화, 문자도 드리겠지만 워딩편지에 컬러 청색으로 서명을 해서 내 돈으로 산 우표를 붙여서 보내시기 바랍니다. 화분 리본은 취임 3일 차에 가위로 잘라서 보관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화분은 7개만 남기고 나머지 화분을 각 부서에 분양 割愛(할애)하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부단체장의 업무에는 기준점도 상한도 하한도 없습니다. 그냥 과장 국장이 일정 잡아주는 대로 끌려다니는 것이고 일정이 없으면 방에 혼자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밥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밥 먹을 사람을 정하고 식당을 잡고 진행해야 합니다.
부속실에서 부시장 오찬, 만찬을 잡으려면 여러 번 전화해야 하고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부단체장 전화와 카톡, 문자로 일정을 잡고 수첩에 적은 후 부속실에 알려주면 됩니다. 이렇게 일정이 잡혔다고 알려주고 부속실과 일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기관장실의 비서실장, 수행비서, 내근비서, 그리고 부단체장실 근무자 모두를 부시장이 하나의 팀원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서팀과 저녁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기관장님은 일정이 바쁘고 해서 기관장실 근무자를 챙기시지 못합니다. 시장실 비서들을 챙기는 일은 바로 부단체장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읍면동 공무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소통하시기 바랍니다. 읍면동의 경우 민원처리 때문에 4명정도가 남아서 근무를 하고 먼저 식사한 동료와 교대합니다. 그러니 12시에 모이면 1차 식사팀은 보내고 12:40분경에 교대하는 직원들이 와서 식사를 시작하면 양해를 구하고 식당에서 나와 다음 일정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정답은 아니고 경험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냥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장 속에 숨겨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부단체장의 근무기간이 긴 경우 2년, 대개는 1년, 6개월도 있습니다. 4급 부군수, 3급 부시장, 2급 부시장이 있고 도에도 3급 국장과 2급 실장이 있으니 인사 운영상 부단체장의 재임기간이 길게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단 현충탑에 헌화분향하고 기관장님을 만나 부단체장 발령장을 받는 즉시 관사나 관내로 이사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낮이나 저녁이나 늘 우리 시의 이 땅에, 우리 군의 이곳에 자신의 뼈를 묻는다는 정신으로 임해야 합니다. 가끔 그런 발언을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앞으로 남은 공직기간은 오로지 우리시에서 일한다고 해야 합니다. 우리시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청에 근무했다는 사실은 시청 군청 공무원은 물론 모든 시민, 군민이 아십니다.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도청 이야기를 꺼내지 말기를 바랍니다. 시군청에서 도청 이야기는 금기어입니다.
오로지 지금의 부군수, 부시장 업무에만 전념하시고 우리 시와 우리 군을 위해 일하시기 바랍니다. 과거 다른 부서, 다른 기관에 근무한 사례를 공식적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관내 도의원과의 간담회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의원과 오찬을 하신 다음 주에는 도의원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예산지원, 행정적, 정무적 지원방안 등을 논의하시기 바랍니다.
행사장에 가서는 정무적인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곳에 부시장이 폼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 시장님이 바쁜 일정으로 오시지 못하여 대신 참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우리 시장님이 바쁘셔서 오시지 못한 바를 양해말씀드리고 간결한 인사말로 맺어야 합니다. 시장님용 연설문을 받았을 것이지만 이를 줄이고 간명하게 정리해서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말이 더 있습니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 참석 기관장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대개 행사주관 회장, 시장군수, 의장이 인사말을 하기에 의원들은 시간 관계상 참석만 하고 인사말을 할 마이크가 부족합니다.
그러니 부시장이 참석하신 의원님을 소개하고 조금 여유가 있는 행사라면 일어서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올리도록 멘트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의원님 소개는 의장, 부의장, 위원장 순이고 그 이후에는 의회에서 만든 의원님 사진이 들어간 명판의 차례로 하시면 됩니다. 도의원, 시의원의 소개 순서를 워딩해서 연설문 앞장에 첨부해 두면 요긴합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에 행정과 의정이 참여하는 경우에는 시청의 담당 주무팀장이 사회자 시나리오 중 선거직 소개부분을 집중 검토하여 미진한 경우 컨설팅을 하도록 간부회의에서 지시하시기 바랍니다.
부시장도 주머니에 의원님 명단을 가지고 있다가 참석하신 의원을 동그라미 해서 인사말을 하면서 참석하신 의원을 순서에 맞게 소개하시기 바랍니다. 오지 않으신 분을 소개하는 경우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불참 의원을 소개하는 경우에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원소개는 과도해도 않되겠지만 너무 단순해도 섭섭합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에서는 주관적 용어나 문학적, 시적인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 가끔 의도와는 다른 해석으로 오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소개한 내용을 다른 분에게 이 책에서 보았다 말씀하시지 마세요. 제가 다 감당하기에 어려운 이야기가 들어간 것 같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삶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당 시군의 오랜 전통과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른 의전 룰이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읽으신 분들에게 영진, 영전의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연전연승, 매번 승진의 기회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과장, 동장, 소장의 역할에 대한 경험적 생각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입니다. 사무관은 지방행정사무관, 행정사무관이 있습니다만 이는 지방직과 국가직을 구분하는 것이고 두 자리 모두 5급입니다. 5급 공무원은 행정고시를 합격하여 임용된 사무관이 있고 6급 공무원중 사무관 요원을 선발하여 연수를 받도록 한 후에 승진임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시군청에 과장 직무대리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승진시험을 합격한 후에 지방행정사무관에 임용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당 시군의 다른 6급 고참계장과 직무대리 과장이 시험으로 경쟁을 하였기에 이로인한 부작용이 극심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이 많은 사무관 승진시험제도에 대한 부단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주관식 시험, 객관식 시험제도를 거친 후에 1995년경에 승진시험 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사평가를 통해 승진대상자를 심사로 결정하고 행정안전부의 교육을 받도록 한 후에 5급에 임용하였습니다.
공무원 직렬은 다양한데 통상의 지방공무원 조직에서는 일반직과 기술직이 있고 기술직은 4급 지방시설서기관까지 승진한 이후 3급부터는 통합되어 지방부이사관, 2급은 지방이사관이라 칭합니다.
직렬은 지방공무원임용령에 그 순서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행정기관의 인사발령지 순서를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행정, 세무, 전산, 교육행정, 사회복지, 사서, 속기, 공업, 농업, 녹지, 수의, 해양수산, 보건, 식품위생, 의료기술, 의무, 약무, 간호, 보건진료, 환경, 시설, 방송통신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인사발령에서 자신의 이름이 어느 순서에 호명될까는 직렬 순서를 따라가면 되는데 또 하나의 기준은 급이니 통상 시군청에서는 3급부터 시작해서 4급으로 내려가며 최종 9급까지 발표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3급 승진과 전보, 4급 승진과 전보로 가되 급마다 각각의 직렬순으로 인사발령 발표자 명단을 작성한다는 말입니다.
1981년4월20일까지는 공무원은 5등급으로 구분되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에는 흔히 5급을류 공무원, 5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했습니다. 5급공무원은 다시 갑류와 을류로 구분되었고 5급 을류는 지금의 9급, 5급 갑류는 지금의 8급이 됩니다.
그래서 4급을은 7급, 4급갑은 6급으로 올라가고 3을이 사무관, 3갑이 서기관, 2을이 부이사관, 2갑은 이사관, 그리고 1급은 갑을 없이 관리관이 됩니다.
그리하여 1970년대 5급을류, 오늘날의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25년만에 다시 5급 공무원이 되었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대략 9급공무원에서 6급을 거쳐 5급에 이르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에 차이가 있습니다만 평균적으로 11년이 필요합니다.
2018년 자료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6급 공무원이 5급에 승진하는데 걸린 기간은 11년이고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2.7년으로 가장 오래 걸리고 세종시는 5.4년에 5급에 승진하였습니다. 서울 9.3 부산 8.8 대구 10.1 인천 12.2 광주 8.8 대전 10.6 울산 11.5 세종 5.4 강원 12.0 충북 10.9 충남 12.4 전북 10.9 전남 11.5 경북 11.2 경남 11.7 제주도 11.6년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세종시는 최근에 기초를 합하여 광역자치단체가 되면서 고위직 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대부분의 지역은 대략 6급으로 11년을 근무하게 됩니다. 다만 이 통계는 주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경우일 것이므로 6급이나 7급에서 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무원의 승진에 관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는 9급에서 5급까지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28.8년으로 가장 길어서 전국 평균 승진 기간보다 2.2년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25.8년, 부산시는 22.6년이었습니다.
승진하는 데 가장 오랜 기간이 필요한 구간은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것이고, 평균 11년에 달했습니다. 이밖에 9급에서 8급 2.3년, 8급에서 7급 4.1년, 7급에서 6급 9.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속에서 5~7년동안 애벌래로 살다가 보름을 맴맴한 후에 떠나는 매미 이야기가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만 공무원의 승진도 하염없는 기다림입니다. 9급에서 7급, 그리고 6급기간중에 업무성과를 내는 부서에 가야 합니다.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에서 5급 승진을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형상입니다. 업무성과를 낼 수 있고 치열하게 일하는 부서에서 경력관리, 평점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사무관에 임용되면 그 자리는 다양하게 배치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시청과 구청의 과장이 됩니다. 과장은 기관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보조기관입니다. 자신의 전결권으로 기관장 직인을 찍고 기관의 의사결정 결과를 외부나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권한과 의무를 갖습니다.
과장이 되시면 첫 번 전결 결재문서 사본을 앨범에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사 의미를 부여하면 종이 반장이 금붙이보다 소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사무실의 문서 한 장이 100년후에는 문화재가 될 수도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여야 합니다.
지방행정사무관의 쓰임새는 약방의 감초 이상입니다. 읍면동의 면장, 동장, 읍의 과장, 사업소장이 사무관입니다. 1996년은 별정직 사무관과 일반직 사무관의 임무교대의 한해였습니다. 전국에서 별정직 읍면동장이 물러난 자리를 채운 일반직 사무관 승진대상자가 연수원에 구름처럼 몰렸습니다.
1996년 1차 교육대상자를 3월말 보직을 받은 자로 정하는 바람에 1996년 4월3일자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저는 3일이 모자라서 11월에 가서야 2차 교육을 받고 사무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을 받은 후에 사무관 승진 발령장을 받았는데 교육 여비도 받았으니 공공의 혜택을 받고 승진했다 하여‘공익사무관’입니다.
당시에 행정기관에 軍(군) 근무를 대신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있었기에 참고하여 붙여진 이름인 줄 압니다. 그러면 이전의 선배들은 어떻게 호칭될까요. 오래전에는 사무관 승진을 위해 주관식 시험을 보았습니다. 출제된 제목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필로 적어내는 치열한 시험이었기에 이분들은 ‘주관식 사무관’이라 했습니다.
이후에 사무관 시험에서는 주관식 논술형은 폐지되고 가장 변별력이 높다는 5문항중 1선택의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를 한 후 시군별 경쟁에서 고득점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래서 1995년까지는 ‘객관식 사무관’이라 불리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사무관에 승진하고 나면 몇 년간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주사, 팀장의 업무와 사무관 과장, 동장, 면장, 소장의 임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담당 업무가 없어지고 사무분장에 ‘총괄’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이제부터 권한과 책임이 균등하게 따라다니는 책임자가 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열심히 일하면 과장, 국장이 다 공을 가로채어 가는 것 같은 상실감이 있었지만 책임을 감당하면서 차라리 실무자가 편하구나 하는 철든 생각을 갖게 됩니다. 칼은 칼집 속에 있을 때 권위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벌이 침을 쓰면 죽는 것을 보았고 알았으니 우리의 권력은 있는 대로 써버리면 안된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공직자로서 죽을 것 같으면 그 권력을 쓸 수 있습니다. 벌도 적이 침입하면 웅웅 거리면서 거세게 시위를 하고 주변을 빙빙 돌다가 최후의 일격으로 자신의 생명을 조직을 위해 버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공직자는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푸는데 나서시기 바랍니다. 공직 업무 중에 목숨을 바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큰 잘못을 하면 파면, 해임, 강임이라는 처절한 공무원으로서의 죽음이 기다립니다.
저는 이 같은 공직사회의 엄중함을 지난번 책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에서 높은 산 중턱에서 산 계곡 아래 강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묘사해 보았습니다. 공직 내내 한발만 잘못 걸어도 절벽 아래로 떨어져 공무원으로서는 사망하게 됩니다.
본인의 잘못이 없어도 사고는 날 수 있습니다. 말이나 당나귀가 미끄러지거나 놀라거나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충돌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옆에 선 마방 사람도 함께 추락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직에서도 상사 잘 만나고 동료 좋은 사람 사귀고 후임이나 후배들이 잘 서포팅 해 주어야 성공하는 공직자가 됩니다. 그중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면 서로서로 힘들고 승진이 늦고 일도 안 풀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공직자는 스스로 청렴하고 주변을 정갈하게 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서 함께 협력하고 성원하면서 隊伍(대오)를 맞춰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빨리 나가는 이가 있으면 전체가 흔들리고 느린 자로 인해 흐름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참으로 힘든 조직사회에서 層層侍下(층층시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직자들은 매순간 긴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위험을 예방하고 발전적으로 나가는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하셔야 합니다. 공직자 한 사람이 평천하를 하지는 못하지만 수신제가를 하면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작은 힘이 모이면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모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과장, 동장, 소장 등 5급 초임에 임용되면 그간의 생각, 6급까지의 자만과 고집을 차마고도 좁은 길에서 훌훌 날려버리고 이제부터는 우리 부서, 조직, 동료, 후배를 먼저 걱정하고 고려하고 배려하여야 합니다. 사무관에게 7급 직원이 아무 때나 5급 부서장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문자 등 SNS로 정보를 보내거나 개인 신상을 전달하는 것이 결코 결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신이 편해집니다. 간단한 전달사항을 전화로 받지 않고 문자로 받으면 시간, 장소 등 메모를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우리는 상가에 갈 때 아주대 병원, 성빈세트병원, 연화장이라는 큰 장소만 알고 차를 달려갑니다. 현관에 도착해서 메시지를 확인하면 조문하여야 할 호실을 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의 업무중 간단한 전달사항은 문자전송으로 처리하고 상대방의 확인여부만 알면 됩니다.
다음으로 식사시간을 잘 지키고 회식시간에 미리 가고 천천히 먹고 끝까지 남을 모임인지 중간에 나가주어야 하는 자리인지를 늘 고민하여야 합니다. 과장님 보내고 7급끼리 맥주 한잔하면서 과장과 팀장을 안주로 씹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니까요.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6시 반에는 퇴근하여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찾고 사무실 PC로 할 일이 있거든 미리 부서에 알리시기 바랍니다. 개인 일을 하면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는 것이 주변의 후배들에게는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이 5급에 승진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사무관이 되거든 우리 조직 전체의 흐름도를 살펴야 합니다. 간부들의 생각과 기관장의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부서의 일만 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부서와의 조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과장 선에서는 최선인데 국장실에 과장들이 모이면 과간 업무의 모서리가 아이들 놀이감 ‘퍼즐’처럼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행정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서간 협력해야 하는 공동의 분모간에 충돌이 없도록 협력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그런 간부가 4급에 승진하는데 유리합니다.
자신의 일 만 잘하는 5급은 많습니다만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4급 후보자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부서의 업무는 주무팀장 등 중간관리자에게 대폭 위임하시고 5급 과장 보임자는 우리국, 우리 기관 전체를 살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읍사무소의 과장이라면 수년내에 4급 읍장을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마음에 새기고 늘 수학문제를 공식에 대입하듯이 읍장님의 하루 일과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몰래 그림자를 비춰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5급은 공직자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나이는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27세에 공직에 들어왔다면 57세까지 30년중 15년차에는 지방행정주사 팀장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리고 10년을 정열적으로 뛰어서 사무관이 되면 25년차 전후이고 이제 5년 내외 공직자의 나이테가 남았으니 서기관을 향해, 그리고 빠른 경우 3급 부이사관을 향해 열정을 불태워야 합니다.
그런 바쁜 여정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탓할 여유가 없고 민원서류의 업무 소관을 놓고 핑퐁경기를 계속 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소관 논쟁은 민원인이 시청 직제를 잘못 알고 적어온 과명칭을 소관부서라고 주장하는 주무관입니다. 우리는 내 업무가 아니라는 말보다 제가 할 일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젊은 시절 탄탄하게 쌓아올린 금자탑은 공직 후반기 5년 동안 빛이 나게 됩니다. 높은 곳에 불을 켜기 위해서는 탑의 기초가 넓고 튼튼해야 합니다. 나의 공직 등불이 보다 더 높은 곳에서 환하게 세상을 비추기 위해서는 오늘 6급 주무관, 5급 사무관의 나날을 튼실하게 이어가야 합니다.
그 기반 위에 세워진 우리의 공직 돌탑은 절대로 철밥통이 아니고 복지부동, 복지안동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인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엄지척을 올리는 그런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에게 지름길은 없어 보이지만 부지런히 앞으로 나가면 큰 길의 윤곽은 안개속에서도 어슴프레하게 보이게 될것입니다. 지금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가 판단해보고 주사, 사무관이 되면 어떻게 행동하고 판단할 것인가 미리미리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