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에 유리 장인이 깨어지지 않는 유리를 발명하여 그 기술을 왕에게 바쳤습니다. 그런데 왕은 그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유리 장인을 죽이라 명하였습니다.
그래서 깨어지지 않는 유리를 만드는 기술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투명하면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유리는 그 쓰임새가 참으로 많습니다만 현재에 와서도 창문이나 식탁을 장식하는 유리는 깨어진다는 부담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왕이 깨어지지 않는 유리를 만든 장인을 죽인 이유는 무었일까요. 깨어지지 않는 유리가 나온다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금과 은, 보석 등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걱정하여 유리장인을 죽인 것이라 합니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역사속에 얼마나 많이 스쳐 지나갔을까요.
행정에서도 참좋은 제안제도가 있습니다. 추진중인 행정방식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일처리 방법을 제시하는 취지가 아주 좋은 혁신창구 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제출된 제안내용이 담당부서 심사과정에서 왜곡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어떤 공무원은 평생 단 한 번 제안제도에 출품했다가 혹평을 당하고나서 다시는 제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제안을 내고 날짜가 잡혀서 설명하러 회의실에 올라갔더니 자신이 제안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장이 얼굴을 붉히며 “바쁜 시간에 어떤 자가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오라가라 하느냐!”며 화를 내시는 것입니다. 그는 제안설명을 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제안제도를 개선하는 역제안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1980년대에 내무부(지금의 행안부)-도-시군-읍면동으로 이어지는 회의서류를 그냥 종이서류만을 보내기 보다 당시 내무부에서 '플로피디스크'에 파일을 담아서 함께 송부해 주면 도에서 이를 받아 부분 수정하여 시·군·구에 보내고 시·군·구에서도 파일을 수정하여 읍면동에 시달하면 비용과 시간에 절감, 인력의 절감효과가 있다는 제안을 냈지만 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에 다른 공무원이 비밀문서를 플로피 디스크에 담아 보관하고 시달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장려상을 받은 것을 공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안을 심사하는 부서를 그 업무 관련부서로 정한 것이 패착입니다. 본인이, 해당과에서 그 일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평점을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 3자적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위원회, 호민관, 배심원 같은 심사제도가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창의력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창의력을 더더욱 발전시키고 확산시키고 권장하는 주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곳에서도 개선점을 나올 수 있습니다.
나무 껍질을 벗기는데 2인1조가 되어 한사람이 나무를 어깨에 메고 다른 이가 낫으로 깍았지만 1950년대 A자형 지지대라는 아이디어로 1인1조로 나무를 손질하는데 사람이 메고 있는 경우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창의하지는 못하더라도 남의 창의력을 말살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