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잡는 초등생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날 아내는 아이들이 스스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고 자랑을 합니다만, 제가 어린 시절 중3이면 밥을 짓고 찌게를 끓이고 가지국을 만들어 가족과 먹었습니다. 배달음식이 다양한 요즈음에 아이들이 집에 있다고 매끼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이는가 궁금합니다.

 

 

1970년대 시골 집에서 제사를 지내려면 일주일 전에 김치를 담그고 전날 저녁 콩을 물에 담가 당일 오전에 두부를 만들어 9모를 준비합니다. 콩을 맷돌에 갈아 국물을 짜내고 짜낸 국물을 대형 가마솥에 끓인 후 잠시 식힌 물에 간수를 부어 뭉게구름처럼 뭉치게 한 후 틀에 넣어 베 보자기로 짜내 가로세로 4번 자르면 9모 두부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름전에 누룩에 비벼 넣은 술독은 땅속에 뭍은채 발효가 되어 노랑색 동동주가 만들어 지는데 첫 번째 떠올린 술을 전한이라 하고 제주로 쓰게 되는 것입니다. 쌀, 조, 수수 등을 꼬두밥으로 되게 밥을 해서 통밀을 갈아 발효하여 생성된 누룩곰팡이를 효소로 하여 알콜성분 가득한 술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魚炙(어적), 肉炙(육적), 鳳炙(봉적)이라 해서 3적을 준비하는데 조기 한마리, 소고기 한근, 그리고 닭 한마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닭장에서 잘 자란 중닭 한마리를 잡아다가 뜨거운 물로 털을 뽑고 다리를 자르고 목을 치고 배를 갈라 닭똥집을 꺼내 깔끔하게 작업을 합니다.

닭똥집 내피는 노랑색의 고무천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벗겨내면 선홍색 닭똥집 안쪽 살이 보입니다. 닭도 간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작업을 마친 닭은 들통에 넣고 쪄낸 후 홍고추, 홍 지단, 백 지단으로 장식을 하고 삶은 밤을 물리기도 합니다만 나중에는 장식은 생략하고 통닭 한마리를 접시에 올리는 것으로 절차가 생략되었습니다. 물론 조기구이에도 실고추와 지단이 들어갑니다.

이리하여 밤 11시가 되면 동넨 할머니들은 당시 SNS를 보낸 것도 아닌데 아주 정확한 시각에 제사를 보러 오시고 제사를 마치면 곧바로 둘러 앉아서 식사를 하십니다.

 

어려서는 밤 늦은 식사 모습이 이상하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1년동안에 언제 어느날 누구네 집에서 밤 1시에 밥을 먹을 줄을 다 아시는바 입니다. 더구나 이분들이야 말로 망자의 장례식때 2박3일 넘게 함께 울고 함께 일해준 분들이니 말입니다.

요즘에는 나이 30세가 되어도 초등생같은 아들딸들이 많기도 하여 지나간 추억이지만 초등생때 닭을 잡고 고등학생때는 뱀탕을 끓여 먹었던 추억스러운 이야기를 다시한번 꺼내 반추해 보는 바입니다.

 

1588-0099 전화만 누르면 붉은 상자에 담긴 날개도 없는 닭이 날아드는 시대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막연하게나마 알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집필중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