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70년초 시골 초등학교의 가을소풍은 낭만이 있었다. 어른들은 소풍을 ‘원족’이라고 했다. 소풍 필수품은 나무도시락, 나무젖가락, 찐계란, 코카콜라였다. 특히 코카콜라는 돈푼이나 있는 집 아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소품이었다.

 

 

소풍날 아침.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점심과 음료(대부분 물이지만)를 준비하여 학교로 향한다. 그리 소풍가는 곳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일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어떤 학생은 자신의 집뒤에 있는 절로 소풍을 가면서 일부러 학교까지 갔다가 다시 집 근처 소풍장소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당시의 선생님들은 소풍장소 근처에 사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 무조건 학교에 와서 인원파악하고 다시 소풍장소로 출발했다.

있는집 아이들이 가지고 온 콜라 한병은 그반 아이들 모두에게 고른 혜택이 주어진다. 일단 어렵사리 뚜껑을 따고 콜라주인이 한모금 마시고 나면 친한 친구부터 한모금씩 마시게 되고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초리는 병을 거꾸로 들고 마시는 아이의 입보다는 병안에 남아있는 콜라의 양에 관심이 높다.

 

저렇게 줄다가 ‘뒷 순서’에 있는 나에게 한 모금, 한 방울이 돌아올 것인가를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학생에게는 콜라방울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물을 조금 부은 다음 흔들면 ‘김이 팍’하고 샌다. 거품도 난다. 그러면 한방울씩 먹으면 된다.

다음 소품은 찐계란이다. 담임선생님 도시락은 대부분 반장이 준비하는데 부반장이나 부장들은 찐계란을 한 개 더 가져오고 그것을 선생님께 드린다. 담임을 맡지 않은 교장 선생님, 교감선생님, 서무과 선생님에게 계란하나 드리면 된다. 굵직한 왕소금을 찍어 드신다.

 

그리고 자모회에서나 기성회에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비담인 선생님 점심은 따로 준비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소품은 도시락. 두가지가 있는데 계란과 시금치, 단무지가 들어간 김밥이 있고 그냥 양은 도시락에 흰밥 퍼오는 아이들도 있다.

김밥은 나무도시락에 담아온다. 나무도시락은 1.5mm 두께의 나무판을 종이로 붙여서 만든다. 식사가 끝나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환경오염 부담도 없다.

 

점심을 먹고 몇 가지 놀이를 한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보물찾기인데 서무과 선생님이 보물 감추기 힘들어서 마구 뿌린 것 몇장을 만나면 행복하다. 롯도복권만은 못해도 어린 가슴속의 희열은 롯도 정도는 됨직하다. 이제 가을을 맞이한다. 아이들이 소풍을 간다고 하면 추억의 나무도시락 김밥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산속 싸리가지를 잘라 젓가락으로 만들어 추억의 김밥을 먹으면서 60, 70년대 추억을 반추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