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넥타이

이강석 남양주시 부시장

유신시절 공무원의 복장은 콤비양복과 카라 넓은 Y-셔츠로 상징되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앞단추를 풀어 콤비양복 위로 카라를 꺼내 독수리 날개처럼 양쪽어깨로 펴서 입었다. 관선 군수도 그랬고 간부들이면 어김없이 이 복장을 했다.

 

 

그리고 간부들은 근무중이나 출장시에 민방위복을 입었다. 좀더 여름으로 들어서면 양복이나 민방위복을 벗고 카라가 아주 큰 양복을 입었다. 굵은 팔뚝보다 더 넓은 셔츠. 속옷이 훤히 비치는 삼베로 만든 옷도 유행했다.

 

관선 군수와 민선시장을 하신 원로 김기형 선배님은 군수시절 면사무소를 순시하면서 가장 먼저 들어가 보는 곳이 읍면사무소 숙직실이었다. 이부자리를 잡아당겨 방바닥에 펼쳐놓고 총무계장을 불러 야단을 쳤다.

“이게 직원들 잠자리인가? 돼지우리만도 못하다.”

 

이분이 무척 예의를 중시하는 분으로 생각한 부면장은 군수님 초도순시날 남직원 모두에게 넥타이를 매도록 했다. 원님이 오시니 복장을 단정하게 하고 맞아들이자는 취지였다.

 

아직까지 넥타이를 매본 일이 없는 한 공무원은 부면장에게 ‘저는 넥타이가 없어서 맬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고 다음날 아침 부면장님은 자신의 넥타이중 젊은 색을 골라와서 그 젊은 직원에게 빌려주었다.

그 이후 오랜 세월 넥타이를 매고 근무하였고 여름 내내 넥타이를 매고 지냈는데 올 여름에는 목 주변이 서늘하겠다. 자유복장이라는 것이 일단 넥타이만 풀면 되는가 보다. TV에 보니 중앙부처 장·차관들이 양복에서 넥타이만 푼 간소복으로 회의하는 모습이 나왔다.

 

넥타이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말을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목안으로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끈으로 목 주변을 매주었던 데서 유래된다고 들었다. 그것이 이제는 하나의 패선이 되었고 아주 멋진 모습이 되었다.

 

그래서 넥타이를 풀고 있으면 마치 시골에서 황소가 코에 매어두었던 둥근 나무(코뚜레)가 부러져 나간 것과 같고 이는 마치 여름에 시계를 차지 않은 팔뚝과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넥타이를 매는 것은 토요일과 일요일 결혼식장에서 가능할 것 같다. 사실 넥타이를 매고 찍은 사진은 잘생겨 보인다. 잘생긴 사람도 T-셔츠 차림으로 사진을 찍으면 한구석이 헐해 보인다.

 

석학 김동길 교수는 나비넥타이를 맨다. 이분은 외국 유학시절 넥타이를 매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 노타이로 갔다가 식당에서 빌려준 나비넥타이를 맨 것이 인연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김동길 교수가 나비넥타이를 좋아하나보다 해서 하나둘 선물을 하여 결국 평생을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것을 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여름에도 넥타이를 매고 싶다. 지난해에도 긴팔에 넥타이를 매고 근무했는데 올 여름에는 마음대로 안 될 것 같다. 다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 아니라 여름철 넥타이를 풀면 난방비용이 조금이라도 절감된다면 나도 넥타이를 풀 용의가 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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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