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장#지장#용장

과거 군대의 병사들은 장군이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내달렸다. 장군이 ‘이 봉우리가 아닌가 벼!’라고 해도 병사들은 군말 없이 다음 봉우리를 향해 뛰었다.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군대식 행정이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 문득 공직사회에서 군대 시절 같았던 과거의 서글픈 기억을 꺼내는 이유는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에 접하게 되는 일부 기관장의 화풀이식 행정에 대한 반론을 하고자 함이다. 4년마다 바뀌는 지자체장의 마구잡이식 인사나 투박한 행정처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인다. 언론의 노력과 지적으로 요즘에는 흔하지 않은 예이겠으나 초기 지방자치시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사자이기에 그나마 절제해서 하는 말임을 감안하였을 때 과거 단체장의 전횡은 공직 전체를 흔드는 대사건으로 평가되었었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자신의 40년 청춘을 다 바치는 공직’인데 기관장은 4년이나 8년 비정규직이면서 인사횡포나 조직관리, 행정추진에서 과도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과거보다 공직이 가벼워진 데에는 기관장의 횡포도 있었겠지만 선거캠프 주변 인물들의 논공행상이 그 원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임시장 때 승진한 것에 잘못이 있지 않을 터인데 후임시장 때 좌천되는 이유도 알지 못 한 채 고생한 공무원의 사례가 더러 있었다. 자치법상 3선이 보장되어 있으니 공직 10년이 남은 간부공무원은 초선시장 앞에서 자신의 공직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초선이지만 12년간 우리 시청에 근무할 수도 있는 장수시장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속으로 충성을 다짐해야 하고 때로는 서툴게라도 충성심을 표현도 해야 하는 애매한 운명에 처한 것이다.

 

과거에는 주사승진, 사무관승진에 어찌어찌했다고 크게 보도가 되더니 요즘에는 그런 기사는 사라진 대신에 일부 단체장의 과도하고 강력한 지휘력이 공직사회를 어지럽게 한다. 열심히 일해도 기관장의 눈에 들지 않으면 무의미해 보이고 일부 기관장 앞에서 공을 세운 간부들이 영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다수 공직자의 아픈 뒷모습이 모두를 슬프게 하는 시점이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적극행정을 참으로 많이 강조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 김이 빠진 느낌이다. 적극행정이었다고 설득하는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역시나 공무원은 강력한 통제로 다잡아야 한다는 과거 서정쇄신과도 같은 시절의 분위기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초등시절의 기억이다. 고향마을 선배가 기대 이상으로 국가기관에서 높은 자리에 올랐으므로 동네 어른들이 그 비결을 물었다. 선배의 답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서정쇄신(官淸民靜) 덕분이라는 답이었다. 서정쇄신은 1975년경에 대한민국 공직사회를 휘두르고 지나간 미국판 토네이도 같은 사정 바람이었다. 공직에서 억울하게 물러난 공무원이 많았다고 한다. 부서별로 강제 퇴직자 수를 정해서 할당했다고도 들었다. 그래서 부작용이 아주 컸지만 이제는 과거지사가 되었다.

 

이제 지방자치가 성숙하게 정착되고 공직사회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더러 가끔 공직사회에서 튕겨져 나오는 불공정한 인사, 과도한 징계 등의 서글픈 소식을 곱씹어 보면 해당 공무원의 잘못도 있지만 기관장의 과도한 권력의 남용이 느껴진다. 그래서 덕장, 지장, 용장에 대한 생각에 이른다. 오늘을 이끌어갈 기관장, CEO에게 민주적 리더십, 합의제 리더십을 절영회 고사에 섞어서 건의한다.

 

절영회(絶纓會) 고사의 키워드는 부장의 실수를 대장이 덮어주니 그 다음번 전투에서 포위당한 대장을 부장이 목숨을 걸고 구해냈고 대장을 구해낸 부장은 그 자리에서 전사했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시장군수, 도지사 등 기관장 모두가 대한민국 조차 어지러운 이쯤에서 가슴에 품어야 할 비수와도 같은 고사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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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