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경 서울 광화문 앞 의정부터에 경기도청사가 건립되면서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중 측백나무 한 그루가 있다. 높이 13m에 가지 양끝 길이가 13∼15m인데 현재 수원시 동수원 IC인근 광교역사박물관 정원에서 잘 크고 있다. 이 나무는 1967년 경기도청의 수원 이전 때까지 57년간 광화문 청사와 함께 했다. 그러니까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사무실 짐을 싣고 1967년에 수원 팔달산으로 이사 올 때 이 나무는 그 자리에 두고 왔다.

외톨이가 된 나무는 대략 50년간 서울의 청사철거, 주변 개발 등 격동의 삭풍 속에 용하게도 견뎌내던 중 서울시가 ‘의정부’터 발굴조사계획 추진하면서 베거나 이식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2017년 8월에 경기도 남경필 지사이게 전화가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환경에 관심이 깊은 분이다. 경기도에 기증되었다. 기증이라기보다는 제 주인을 찾게 된 것이다.
경기도는 이 측백나무를 광교역사박물관 부지(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인근에 이식했고 광교청사 이식을 기다린다.
그 전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지사는 취임전에 도청 주변의 철조망을 걷어내자 하더니 취임후에는 정문을 철거하라 했다. 철조망과 정문이 있다고 집단민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2009년 어느 날에 정문과 후문의 철제문짝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책에 나섰다. 동판이 박힌 시멘트 구조물을 통으로 뽑아 화단에 옮겼다가 광교청사 준공시에 이전하자고 건의했다. 문화재과와의 통화에서는 50년이 필요하단다. 8년이 모자랐다.
주민등록증이나 자격증을 들고 태어나는 이는 없다. 2008년 어느 날, 실제로 정문을 철거하는 토요일에 일부러 양복을 차려입고 현장으로 내부 시위자가 되었다.
“이 동판은 소중한 역사물이니 흠결없이 떼어내서 넘겨주십시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경기도청’ 동판과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 말에 경기도의회 이달승 의원의 청을 받아 써준 ‘경기도의회’ 현판은 고철로 녹기 며칠 전에 구사일생했다.
은행나무, 비둘기, 개나리는 경기도를 상징한다. 양평군 용문사의 1,100살, 신장 42m 은행나무가 으뜸이다. 신라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과 의상대사의 지팡이설이 있다.
세종대왕으로부터 당상관 정3품 벼슬을 받았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 소리를 내어 알렸다.
수령 600살 높이 14m이고 벼슬은 정이품에 이른 소나무가 속리산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세조가 법주사로 가는 길에 아래로 처져 있는 가지에 걸리게 되었다.
이에 세조가 가마가 걸린다고 말하니 소나무가 가지를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하였다. 또 세조가 이곳을 지나다가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설도 있다.
이리하여 세조는 이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하여 정이품, 현재의 장관급 벼슬을 내렸다.
석송령이라는 소나무가 있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평마을에 자리잡고 있으며 2023년 600살이다.
이 나무의 그늘면적이 324평이다. 넓게 펴졌으므로 키는 10m정도다. 성은 석이요 이름은 송령이라는 이름으로 군청 토지대장에 등록되었다.
아마도 대한민국 유일의 자신의 토지를 소유한 세금을 납부하는 소나무다.
어느 여름에 홍수가 져서 풍기골에서 마을 앞 개천으로 떠내려 오던 어린 소나무를 길가던 나그네가 건져 개천가에 심었는데 그 나무가 점점 자라서 크고 우람한 고목이 되었다고 한다. 그 사연에 가슴이 시리다.
수원 원천천을 걷다가 하천 중앙의 나무말뚝위에서 가녀린 가지를 나풀거리는 버드나무를 발견했다. 근경, 원경 사진을 찍었다. 구구절절 사연을 적어서 수원시에 건의했다.
죽은 나무위에 자리잡은 버드나무는 두가지 생명력을 추정해 보았다.
씨앗이 바람에 날려 그 좁은 각목위에 올라가 싹을 틔웠거나 상류에서 장마에 떠내려가던 실뿌리가 틈새에 발가락이 걸려서 지금 5개의 가지를 키웠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수원시가 이 나무를 잘라 안정적인 자리에 심고 100년, 200년후 수원시민에게 생명의 신비함을 전해주자고 제안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경기도청 측백나무, 예천의 석송령을 수원시에서도 관리하고 자랑할 수 있는 씨앗을 올해에 뿌리자고 요청했다.
그리고 답변일을 일주일 연기하면서 고민한듯 보이지만, 결국 수원시 주무관도 이 버드나무 이식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