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까지 들어온 동장군은 밤새 우리를 지켜준 보일러와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온통 실내를 냉각기로 쏘아대는 동장군에 맞서서 보일러 배관으로 뜨거운 물을 끊임없이 보내서 집안을 데워줍니다.
아마도 어제 저녁에 시작된 동장군과의 전면전은 국회에서 2023년 국가 예산이 통과되던 새벽 1시 전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새벽 1시까지 국회 본회의장 의석을 지켜주시는 국회의원님들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동장군은 부장들을 분산시켜서 뚫기 쉬운 앞쪽 베란다와 뒷편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를 집중 공격합니다. 그래서 거실과 뒷편 베란다실 사이의 문을 반쯤 열어서 방안의 온기가 베란다로 나가서 워시타워와 기타 물이 들어가는 분야의 것을이 얼지 않도록 조처를 하였습니다.
이번 동장군은 군기가 바짝 올라서인가, 아주 강력한 냉기를 장착한 장비 여러가지를 돌려서 매몰차게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파트 위아래 시메트 벽체로 만들어진 토치가에서는 동장군을 막아내고 있지만 앞뒤의 유리 2장으로 동장군 부관들을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리 맨살로 뚫고 들어오는 한기와 문틈을 집중해서 공격하는 동장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장군의 공격법이 예년과는 크게 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는 작은 온열기를 하나 구매하자는 전략을 짰습니다. 온열기에 물을 올리고 밤새 수증기를 뿜어주는 방법도 있고 그냥 뜨겁게 전원을 켜두면 베란다의 물통들이 얼지 않을 것이라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도 전구 50촉을 켜두면 약수터 물이 얼지 않는데 전구를 끄면 얼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냉기와의 전쟁은 백병전이고 박빙전입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물이 얼기도 하고 녹기도 합니다. 손익분기점이니 임계점이니 빙점 등의 용어가 떠오릅니다. 등산할 때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나서는 잠시후에 안정을 찾는 것은 등산 모드를 장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몸속에서 에너지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배출할 때에 동시에 어떤 엔돌핀을 내보내서 다리근육이 힘든 것을 치유해주고 심장박동으로 심근 심근을 부드럽게 해준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장치나 인체는 과학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량을 운전할 때, 특히 요즘같이 동장군의 공격이 심할 때에는 시동 후 3분 정도를 기다려서 출발하라 합니다. 차량의 엔진이 가동되면서 윤활유가 돌고 냉각수가 움직여서 어느 정도 보디히트가 된 후에 움직이는 것이 여러가지로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시동이 걸렸다고 곧바로 출발하면 연료, 엔진오일, 냉각기 등 각종기능에 부조화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새벽에 기상하면 침대위에서 몇 번 몸을 꿈틀거린 후에 차분히 일어나서 맨손체조를 하고 절을 올리는 등 나름의 아침 운동을 하라고 합니다.
인체를 급하게 움직이면 충격을 받고 자신도 모르는 조절기능의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편안히 쉬다가 급하게 달리지 말고 손목, 발목, 목운동을 하고 허리를 돌리는 등 잠시후에 큰 운동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예비운동, 준비운동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특히 10여년 만에 엄청나게 추운 요즘에는 산책도 양보하고 등산도 피하고 있습니다. 동장군의 위세가 큰데 이에 반항하듯이 등산을 하면 땀이 나고 식으면서 인체에 영향을 주고 심한 경우에는 감기나 기타 부적응의 후유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 새벽에는 그런 마음으로 차분히 자연에 순응하고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몸을 관리하고 어렵지 않은 일에 집중하면서 눈치를 보고자 합니다.
갈대가 부러지지 않는 것은 바람에 순응하기 때문이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것은 줄기 안의 습기가 부족하여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소나무 가지가 풍성하여 쌓인 눈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지는 것을 보게 되지만 대나무는 가운데 기둥을 둥글게 세우고 잔가지를 연결하여 잎새를 통해 광합성을 하므로 눈맞아 부러지지 않고 태풍에도 큰 키를 버텨냅니다.
한해 한 번에 자라서 매년 몸속을 단단하게 굳혀가는 대나무의 절개를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자란다고 말합니다.
오늘의 추위는 우리가 맞아야 할 겨울의 축제입니다. 강력한 추위를 바탕으로 대지가 꽁꽁 얼어도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오고 땅속으로부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의 봄은 이미 동짓날 밤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추위는 결코 힘든 상대가 아니라 어느 정도 조화롭게 대처해야 할 자연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동장군과 춘장군이 임무교대식을 준비하고 있는 장안문에가서 올봄을 맞이해 보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할머니들은 봄이되면 '맞이들이러'간다해서 어딘가 산속의 할머니에게 쌀을 전하고 올 한해 운수를 점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