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의 생각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공직자로 일하다가 1년간 장기연수를 갑니다. 전국 시도의 과장들이 모여들고 두 번째 연수에서는 전국의 국장들, 부시장, 부군수가 모여서 강의를 듣고 분임토의를 합니다.

2007년에 이어 2012년에 지방행정연수원(혁신인력개발원)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동두천시청에 7개월 근무한 후에 장기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는데 적임자로 평가되어 1년간 교육 파견되어 연수생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보람찬 기간이었습니다. 일단은 신세계에 들어선 것이고 그 내용이 참으로 소중한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사실은 입교전에 열심히 배워보자면서 등산과 헬스 등 운동을 하였습니다.

체중조절이 되고 피부관리가 잘 되었습니다. 늘어나는 체중을 콘트롤하기 위해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2007년 고급리더반 1년 연수때 금연을 하여 2022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시 금연은 어려웠지만 단칼에 해냈습니다.

 

 

당시에는 주변에 흡연자가 많아서 더더욱 힘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주변의 지인들이 금연의 비법을 물으면 간결하게 답을 합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시면 금연이 됩니다.”

 

간결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作心三日(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금연결심에 해당합니다. 사실 금연은 작심 한나절입니다. 담배를 피우면 성을 바꾼다 하지만 법원에 금연을 못해서 개명을 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장기교육은 10개월간인데 참으로 다양한 교과과정이 편성됩니다. 그래서 평생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장에 가서 체험하고 느끼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 연극, 건강체험, 해외여행, 지방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교육기간 중에 지방 나들이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 결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에 인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경기도 출신 인물이 없을까요? 경기도는 왕의 땅이고 충청도부터는 경상도 전라도는 백성이 터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도의 京(경)이란 1경을 말하는데 이는 중국 제후가 통치하는 땅의 단위라고 들었습니다. 2경 3경 8경을 다스리는 제후가 중국에 있는데 조선의 왕은 1경, 즉 경기도를 직할하고 나머지는 관리를 보내서 통치하였다는 말입니다. 야사인지 정사인지는 고증과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방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정치, 행정 분위기를 약간 감지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즉 교육간 공무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동료 선후배 공무원들은 약간 안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경기도나 서울특별시 교육생에게는 일 안하고 1년간 놀러(?) 갔다는 분위기인데 반해 충청과 영호남은 고생하러 중앙정부에 불려갔다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입니다. 그래서인가요 대접이 융숭합니다.

비용이 만만하지 않을 것인데 말입니다. 비용은 두 번째이고 과장 때, 국장 때 함께 근무한 동료 후배들이 4~5명 나타나서 식사의전, 숙소 안내, 새벽 신경씀이 보통을 넘습니다.

 

경기도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접을 합니다. 그 표정, 말씀, 움직임이 '형님 수원 연수원 가서 고생이 많으십니다'라는 듯 합니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라 해야 할까요.

사실 정부청사에 올라온 지방의 관리들은 2~3일씩 머물면서 사업예산 확보, 인허가, 기타 인력확보, 직제확충 등 다양한 로비작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경기도청에 근무하면서 중앙정부에 올라가 1박하면서 무슨 일이든 올인한 것은 7급 때 세정과 연감작업 이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은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공무원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압박해서 예산과 인허가 결과를 얻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공무원들도 충청 경상 전라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입니다. 경기도 출신 공무원들은 대놓고 모임을 하지 않는다는데, 영호남 충청 출신 공무원의 향우회는 아주 복도에서 모이고 식당에서 힘차게 마시고 마음껏 소리 지른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수년전 안행부에 경기도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리저리 이동하고 경기도 출신 공무원을 안행부 복도에서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2012년 지방행정연수원 장기교육을 이야기하려 하다가 잠시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연수원에 2월12일에 입교하니 늦겨울 추위는 남아있고 잔디며 나목은 아직도 한겨울이었습니다.

1년간의 세월을 어찌 보내나 걱정을 하면서 몇 가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월요일 아침에 연수원 입구에서 3장의 사진을 찍는 일이었습니다.

 

일단 정문을 지나면 왼쪽 은행나무 사이에 서있는 인재개발원을 촬영합니다. 우측으로 몸을 돌리면 '배움과 변화속에 나의 발전 나라발전'이라는 표석을 촬영합니다. 그리고 5m이동하여 연수원 본관과 운동장을 촬영하였습니다.

연수원 건물에 들어서면 그간의 공직생활 업무는 내려놓고 평이한 민간인처럼 행동합니다. 여유롭게 창밖을 응시하기도 하고 신문을 아주 천천히 읽어갑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을 하고 시간을 체크하면서 다음 일정을 생각합니다.

이어서 강의가 시작되면 올인 합니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듣고 적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즐겁게 식사하고 1시까지 산책하면서 사색하고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대화를 하였습니다.

 

매주 월요일 교과는 10시에 시작합니다. 영호남 충청 제주에서 강원도에서 오시는 교육생을 배려한 스케줄입니다.

그래서 13번 버스종점까지 버스로 가서 광교산 자락을 올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100분간 걸어서 등교하였습니다. 운동 효과가 좋아서 체중이 관리되고 뱃살이 정리되고 허리춤이 평온해졌습니다.

연말에 교육내용을 묶은 720쪽짜리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2007년 서기관 장기교육에서도 자료집을 묶어낸 바 있습니다. 현장 방문, 아침 외국어, 2시간 강의내용을 열심히 노트북으로 정리하였더니 연말에 묵직한 크기의 자료집이 완성되었습니다.

 

500권 발행하여 과장반, 국장반 교육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안행부에 보냈습니다. 통일부장관실에도 보냈습니다. 장관님의 특강이 실렸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통일부장관실 비서가 한 권 보내달라 연락을 했왔습니다.

이 자료집을 발간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퇴직후에 어린 기억에 공직생활의 추억을 모아서 ‘공무원의 길 차마고도’라는 책을 큰 돈을 들여서 발간했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자랑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시청의 교육담당 팀장이 이 책을 읽고 강사로 불러주었습니다. 공직생활중에 느낀 경험을 신명나게 이야기하는 것은 큰 행복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1988년부터 기자실에서 일하면서 적어둔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기자#공무원#밀고#당기는#홍보#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이 시중에 나오니 시청 홍보강의가 들어왔습니다. 40분 속에 홍보경험을 가득 채워서 숨 쉬지 않고 열강을 했습니다.

이처럼 열정을 가지고 책한권을 내면 미미하지만 작은 성과가 오기도 합니다. 아예 오지 않아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냥 한권 두권 축적되는 것도 행복입니다.

이책은 38권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마음의 생각을 모아서 두권, 세권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교육기간중에는 참으로 많은 것을 보았으니 당시의 기억을 여기에 담는 노력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40년 공직생활 중 1~2년을 꺼내어 장기 연수를 가는 것은 새로운 충전, 휴식, 자아성찰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일을 피해 교육을 간다는 비판이 있는 듯 보입니다.

중요 보직에서 일하는 공무원일수록 1년 장기교육을 가야 합니다. 가는 날부터 배우고 10개월 내내 느끼고 마지막에도 가슴속에 무게감 있는 경험을 축적하고 돌아옵니다. 그리하면 경기도정이 더욱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일꾼이 양성되는 것입니다.

장기교육 기간중에 해외연수, 국내연수, 토론, 운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시는 연수원 관계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자료집을 만들어 주신 연수원 담당님들께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두 권의 교육자료집을 냈다는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10년후의 미래를 향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책 한권을 내는 열정은 늘 힘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생각을 짜내고 다양한 소재를 찾아서 이리저리 인터넷을 찾아보고 자신의 까페속에서 얻어낸 과거의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장을 활성화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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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