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한글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에 수필을 쓰거나 소설을 창작하는 분들에게는 획기적인 일이라 할 것입니다. 과거 천체물리학자들이 지수로그가 자신의 생애에 활용되었다면 우주에 대한 더 큰 연구성과를 올렸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우주속 행성간의 거리나 우주의 면적을 이야기할 때에 1억광년이라 말하거나 거리를 km로 표현하는 경우 1억km는 100,000,000으로 표기해야 했으므로 계산도 어렵고 연구활동 중에 동그라미(0)를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虛費(허비)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100은 ‘10의 제곱’(10×10= 100)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지수로그함수가 나온 후 천문학자들은 연구가 수월해졌다는 것입니다. 빛으로 8분이 걸리는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는 150,000,000km이고 빛의 속도는 300,000km/sec입니다.

 

 

그래서 태양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분20초(500초)입니다. 우리가 저녁에 보는 태양, 아침에 만나는 일출 장면은 8분20초 時差(시차)가 있습니다.

이미 8분20초전에 떠오른 태양을 나중에 보았고 이미 저버린 태양에서 달려오는 빛을 500초 후에도 감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우주에서는 이 같은 시차가 존재합니다.

 

좀 더 자료를 알아보니 빛의 속도는 초속 300,000km라고 하며 정확하게는 299,792,458km라고 조사되었습니다. 누가 어떻게 측정한 것인가는 몰라도 대단한 인류의 과학연구 결과인 것은 확실합니다.

참고로 달빛이 지구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3초입니다. 풀어보면 지구 표면에서 달 표면까지의 거리가 383,000km입니다. 그래서 1초에 300,000km를 달리는 빛의 속도와 계산이 맞습니다.

음속은 평균 340m/s입니다. 지구에서 큰 소리로 외쳤을 때 그 목소리가 달에 도달하는데는 며칠이 걸릴까요. 한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o 음속평균 340m/초

o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 383,000,000m

o 383,000,000÷340 = 1,126,470초

o 1,126,470초÷3,600초(1시간) = 312시간

o 312시간÷24시간 = 13일

 

지구와 달 사이를 공간으로 설정하고 대화를 한다면 한마디 말하고 13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목소리가 진공 구간은 빨리 달리겠지만 그래도 대략 10일후에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구 남자와 달에 사는 친구는 음성 대화보다는 빛의 대화를 나눠야 하겠습니다.

빛으로 대화를 해도 1.3초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말하고 답하고 다음 대화를 이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달과 대화를 나눈다면 조금은 성격이 차분해 질 것 같습니다.

 

지구의 빛이 달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3초이고 소리로 전달하려면 13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달에 사는 토끼와 빛으로 통화하면 핸드폰 처음 받은 1996년에 동두천시청 동장으로 일할 때 개통한 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의 울림을 느낄 것입니다.

당시 이 전화기를 들고 울산에 갔습니다. 수원~울산은 279km거리인데 아내와 통화를 하자 전화기에서 메아리가 울렸습니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대략 0.8초 정도의 시차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아주 천천히 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의 전화기에 울림이 온 이유는 전국적으로 중계기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 말했습니다. 또 여름 휴가철에 강원도 해변에서 전화통호가 어려웠던 이유, 전화가 터지지 않아서 腹脹(복창 = [한의] 체내에 수분의 대사가 원활하지 못하여 몸이 붓는 증상. 습사(濕邪)로 인하여 비(脾)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 장위에 수기(水氣)가 몰려서 생긴다. 물소리가 나며 배가 불러 오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이 터졌던 이유도 역시 중계기 회선 수가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뉴스에서 말했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들이 휴가철 야영객이 많은 해변 휴양지에 긴급하게 중계기를 장착한 차량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사람이 몰리고 휴대전화 전파수요가 많은 것이니 고정시설을 하기보다는 임시로 중계기 역할을 하는 차량을 배치한 것이라 합니다.

이제는 중계소가 더 늘어나서 통화품질은 향상되고 대한민국의 이동통신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보급률을 자랑하는 줄 압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의 도움을 받아 지었다는 풍문을 인터넷에서 말하고 있군요. 들은 바로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인데 풍문으로 기억하기로는 동대문체육관을 필리핀 기술자들이 건설했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우리나라 기술력도 하루빨리 필리핀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사실 필리핀도 열강시절에 미국이 강점해서 영어를 쓰고 미국기술을 이어받은 것이라 합니다.

한동안 필리핀 도시를 누빈 ‘지프니’는 미군들이 두고한 미제 지프차를 개조해서 다수 인원이 탑승하였던 차량이랍니다.

 

그리니 필리핀 기술자들도 미국 건축가의 지도를 받고 우리나라에 와서 고급인력으로 거대한 체육관을 건설했을 것입니다만 오늘날 필리핀은 후진국급이고 도농격차, 빈부격차가 현격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독재정권, 부패정권은 선진국 대열에 근접했을 법한 필리핀을 중하위권 나라로 전락시켰습니다. 삼모작이 가능한 필리핀에서 식량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실제로 필리핀 여행에서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길가 숲속에 야생바나나가 즐비한데 5분 걸어가서 따오기가 귀찮아서 길가에서 판매하는 것을 사 먹는다’고 했습니다.

 

여행 중에 보니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널빤지에서 더위를 시키며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을 구경할 뿐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도시는 빌딩이 가득한데 바로 옆 농촌, 산촌에는 빈민가가 가득했습니다.

부정과 부패는 백성을 힘들게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고 다음 정권을 이어가는데만 덤벼들면 나라의 수준은 추락하고 국민은 빈곤의 奈落(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워드프로세스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필리핀의 정치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워드프로세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일단은 생각나는 바를 적어서 올리고 시간이 날 때, 글쓰기에 집중되지 않는 분위기 일 때에 수정, 校訂(교정)을 봅니다. 그리고 잠시 쉬고자 할 때에는 파일 중간에 교정지점을 표시합니다.

교정을 봅니다. *** 그리고

문장의 모습입니다. 여기까지 교정을 보았다고 ***을 찍어둡니다. 그리고 다시 파일을 열어서 F2키를 누르고 ***라고 타자한 후 엔터키를 치면 커서가 ***에 도달합니다. 지난번에 여기까지 교정했다는 표시점입니다.

지금 작성한 글이 원고지에는 몇 장의 분량이 나올까 궁금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의 『쪽』의 역삼각형을 크릭하면 맨아래에 『원고지』가 나옵니다.

 

원고지를 크릭하고 맨아래 박스에 ‘현재 문서에서 내용을 가져다 채움’의 박스에 크릭한 후 엔터를 치면 지금 작성한 문서를 원고지에 깔끔하게 담아줍니다.

원고지 우상귀에 페이지가 있으니 이 글이 지금 원고지 몇장 분량인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경기도내 지방지 기고문 원고지 분량은 기호일보 14매, 중부일보 13매, 경기일보 12매, 경기신문 13매, 경인일보 11매 내외입니다.

혹시 언론사에 원고를 내고자 하는 경우에는 쓰고자 하는 기고문의 형식과 유사한 기존의 글을 내려받은 후 원고지로 계량한 후 엇비슷한 원고지 매수를 설정하셔도 좋겠습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언론이지만 자신들의 형식과 틀을 지키려는 면도 꽤나 느껴집니다. 늘 존칭어로 글을 쓰는 바이어서 경기신문에 그렇게 원고를 냈더니 평문으로 수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원고의 문장 말미를 ‘이다’, ‘했다’, ‘생각한다’로 수정해서 제출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1년 반 동안 글을 올린 경기일보 천자춘추는 말그대로 천자, 원고지 5매인데 7매까지도 받아줍니다. 신문사 편집기술을 보면 사설이 길면 글자사이를 줄이고 기사가 짧으면 제목을 길게 하거나 소제목으로 공간을 정리하는 고도의 편집 기술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언론사 기자의 특종상이 있듯이 편집상도 수준높은 수상이고 더불어 사진기자 상은 글이 아닌 사진과 영상으로 사건을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큰 상이라고 봅니다.

실무자일 때 ‘보도자료를 제공하였더니 기사는 나지 않고 사진만 나왔다’는 항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담당자에게 신문사에 부탁해서 신문 4면을 내 줄 테니 그 사진을 설명하는 글을 적어보라 말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은 신문 4면 이상의 설명을 대체하는 엄청난 전달능력이 있고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진이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강조했던 바입니다.

 

그럼 워드프로세서와 행정기관의 이야기를 첨언하겠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과학기술부장관이 도지사에게 컴퓨터라는 기계를 보내왔습니다. 요즘처럼 대기업형 택배회사가 흔하지 않고 아는 사람이 트럭에 물건을 싣고 가져다주는 시절이었습니다.

내용물이 어려운 택배를 받은 문서계 담당자는 여러모로 이 물건의 담당부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기계에 써있는 영어단어를 사전으로 확인해보니 컴퓨터는 계산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를 다룬다는 통계담당관실에 보냈습니다. 솔직히 통계담당관실은 스스로 업무를 창조하기보다는 각 부서의 자료를 정해진 서식에 넣어서 중앙에 보고하고 내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보통의 부서입니다. 이 물건을 받은 직원은 며칠간 사무실에 두었다가 시간이 나므로 전원을 연결하고 기기를 조립해 보았습니다. TV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설명서대로 구동시키자 글자가 보입니다.

 

타자기처럼 생긴 키보드를 이용하여 가장먼저 ‘경기도청 통계담당관실’이라고 입력하고 도트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인쇄소에서 활자를 조립하여 책을 만들던 시절에 사무실에서 스스로 인쇄체 글씨를 뽑아냈다는 것은 유레카, 가히 산업혁명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월보, 분기 보고서 요지를 이 기계를 이용하여 만들어 기안문 좌상귀에 붙였습니다. 결재하시던 기획관리실장이 통계담당관실 주무관에게 물었습니다.

 

“결재서류의 요지는 사무실에서 타자하거나 正書(정서)하면 되지, 돈 들여 인쇄했습니까?”

“돈을 주고 인쇄한 것이 아니고 컴퓨터로 찍어낸 것입니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는가 하며 자세한 설명을 들은 기획관리실장님은 이처럼 인쇄와 저장 기능이 있는 기계라면 기획부서에서 써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계는 기획관실 기획계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를 지정하여 8주간 서울 여의도 회사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와서 도지사에게 드리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배치하였습니다. 이제 수첩과 서류만 올라와 있던 책상위에 컴퓨터라는 신기한 機器(器機=기기), 機械(기계)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경기도청 전체 부서에 딱 한 대가 기획계에 비치된 것입니다. 가끔 업무차 기획부서에 가면 말석의 자리에 TV모니터가 있고 그 앞에서 처음보는 키보드를 이용하여 글씨를 치고 있습니다.

1984년 새마을지도과에는 타자기 2대가 있습니다. 일반 한글 타자기와 전동 영어 타자기가 있습니다. 몇 개월 후에 한글 전동 타자기가 들어왔습니다. 전기를 연결하여 글씨를 손가락으로 스치기만 하면 냅다 종이에 글씨를 찍어줍니다.

 

여러 장 프린트하기 위한 초크 종이위에 선명한 글씨를 찍어주므로 이를 등사하면 글씨체가 또랑또랑해서 일을 하는 맛이 났습니다. 그리고 전자타자기는 부드럽게 2벌식으로 글씨를 조립해가면서 타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라는 기계는 타자기와 자판은 유사한데 네모난 플라스틱 박스안에 오밀조밀 자판을 간직하고 있고 그 터치감이 기존 타자기와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워드프로세서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1988년에 인원이 적지만 공보실도 하나의 局(국)으로 보고 컴퓨터 1대 예산을 편성해 주었습니다. 이 기계 한 대를 받아온 직원들은 업무를 全閉(전폐)하고 기기 작동에 매달렸습니다.

당시에는 ‘Qedit 파일명’으로 시작하는 작업입니다. 화면에 들어가서는 글씨 크기를 3, 5, 7, 8, 10, 15 등으로 정했던 기억납니다. 그리고 [.ce]라는 명령어는 이 문장을 서식의 가운데로 가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요즘처럼 화면에 인쇄될 모양대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명령어는 인쇄할 때에서야 먹히는 것이 단점이라는 것입니다. 타자, 워딩을 하면서 명령어에 따라 어찌 인쇄될 것인가를 상상해야 합니다.

 

해서 각 부서는 이 기계로 인해 엄청나게 복사지를 소비했습니다. 이면지가 한가득입니다. 5장의 보고서를 출력하는데 30장의 종이를 쓴 것 같습니다. 이미 인쇄된 종이를 이면지라해서 재활용하였는데 이는 인쇄잉크가 프린터의 드럼을 훼손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눈앞에서 종이를 재활용하고 절약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1만원 정도이고 이면지를 재활용하면 드럼이 쉽게 마모되어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럼 하나를 6개월만에 교환하는 경우 60만원이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격입니다.

 

참기름 한 병을 바닥에 흘리고 기름이 아깝다고 깨밭 주변에 떨어진 깨알을 줍고 있는 형상입니다. 절약을 강조하지만 결코 아끼는 것이 아닌 경우를 말합니다.

보일러 아낀다고 춥게 살다가 감기 걸려서 병원가면 더 큰 돈이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음식 아낀다고 과식하여 消化劑(소화제)를 사와야 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 가야 합니다.

세상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전체를 합한 것의 경우는 다양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슈퍼마켓에 손님이 많이 오시니 큰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앞에서는 남고 뒤에서는 손해보는 장사가 많습니다.

 

다시 워드프로세서로 돌아왔습니다. [.go]는 고딕체, 명조체는 [.mj]이며 [.nf]는 화면에 보이는 대로 편집하고 출력하라는 명령어일 것입니다. 이를 배우느라 젊은 직원들은 서로 몰려다니면서 다른 부서에서 어떤 기능을 알아냈다 하면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나중에는 부지런히 모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몇 사람 앞에서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20대초반에 경기타자학원을 다닌 열정으로 타자를 배웠던 바이므로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알자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요즘에는 집에서 PC를 쓰는 집보다는 개개인 앞으로 핸드폰처럼 노트북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가면 노트북을 전산기에 연결해서 행정시스템, 회사의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에는 재택근무도 하고 직장인과 학생들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고 공부를 합니다. 연수생들에게도 재택하는 가운데 공부할 목표와 과제가 주어집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습니다만 1988년에는 달랐습니다.

1992년에 경기도청의 예산부서로 이동하면서 1인 1전화기 시대를 열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1인 1PC를 달성했습니다. 예산부서에 근무하는데 통신부서 선배가 통신장비를 대폭 확충하기 위해 십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므로 편성자료에 넣었습니다.

 

그래서 회선이 늘자 공무원 전원에게 전화기를 설치해 주었습니다. 그 전화기는 당겨받기, 넘겨주기 기능이 있습니다. 옆자리나 부재중인 과장님 자리의 벨이 울리면 수화기를 들고 별표 *를 두 번 누르면 당겨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받은 전화의 용건이 다른 사람이면 넘겨주는 코드를 찍고 번호를 누르면 그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당겨받기 기능은 같은 과안에서만 가능하고 넘겨주기는 다른 번호에도 가능합니다.

여기서 잠깐, 이전에는 과장님이나 다른 분을 찾는 전화가 와서 바꿔달라고 하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이시지요?”

 

그리고는 과장님에게만 누가 전화가 와서 바꿔드린다고 말하고 넘깁니다. 다른 분의 경우에는 말없이 보내버립니다. 사실 누가 이 전화를 넘겼는지 받는 분은 모릅니다. 그리고 과장님조차 지금 처음 전화한 줄 아시면서 받으시고 통화할 것입니다.

민원인이든 다른 부서이든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는 것은 缺禮(결례)라고 말해왔습니다. 강의를 할 때에도 바꿔달라고 하면 알았다하고 전화번호 몇 번으로 넘긴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민원인에 대한 친절은 다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누군인가를 설명해야 하는 민원인의 불편을 덜어드리자는 趣旨(취지, 어떤 일의 근본이 되는 목적이나 긴요한 뜻)입니다. 누구인가를 말해야 전화를 바꿔주는 나라가 아닌데 아주 오래전부터 전화를 바꾸라 하면 누구인가 질문을 합니다. 습관이고 慣行(관행)입니다.

물론 비서실의 경우에는 높으신 회장님, 영감님에게 누가 전화를 하여 바꾼다고 인터폰으로 이야기를 합니다만 일반사무실에서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는 경우에 ‘당신은 누군데 우리 과장님에게 전화를 하였느냐?’는 느낌을 받게 되는 질문을 할 권한이 우리 조직 구성원 누구에게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부속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커트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받기에 불편해 보인다는 나름의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절대로 그리하면 안 될 일입니다. 부속실의 비서팀에서 통화할 사람을 조율하면 안됩니다.

통화하기 버거워 보여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회장님의 특별한 말이 없는데 비서실에서 전화를 자르거나 단절시키면 안됩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그냥 전화가 오면 바꿔주고 회의 등의 사유로 통화를 못 한 분의 경우에는 전화번호를 메모해 달라 했습니다.

 

외부 출장 중에 온 전화도 즉시 알려서 밖에서 통화하였습니다. 반드시 사무실로 걸려 온 전화이니 사무실 전화로 다시 통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합니다. 어디에서나 통화는 가능한 것이지요.

과거 공직생활 중에 중앙에서 업무연락으로 왔으니 우리도 업무연락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신 공무원 선배가 있습니다. 공문기안은 누구가 공무원이라면 가능한 것이고 그 내용이 타당하여 결재가 나면 문서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업무연락은 공문으로 작성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私信(사신) 성격이 높은 경우에 쓰는 편법인 줄 생각합니다. 스스로 공문을 생산할 권한이 있음에도 중앙의 모습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씀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당시에는 시군 공무원들이 도청 인근에 숙소를 잡고 방안에서 통계자료 집계작업을 했습니다. 역시나 도청 회의실에서 작업을 하고 퇴근해서 숙소에서 쉬고 다시 아침에 출근하라 하십니다.

결국 설득을 거쳐서 작업을 마치고 마무리로 숙소인근 식당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습니다. 고정관념,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시던 선배 공무원의 모습이 자주 가끔 떠오릅니다.

 

임창열 도지사님께서 집무실에서 라디오 방송과 생방송 인터뷰를 하시게 되었는데 갑자기 성남시 상공회의소 회장실로 바꾸시는 바람에 급히 출장을 가서 방송국과 연결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집무실에서 통화를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일순간의 錯覺(착각)이 있었습니다만 곧바로 전화를 어느 장소에서 연결하는가는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워드프로세서가 발전하고 이제 그 자료를 카카오톡에 문자로 보내고 E-메일을 통해서 상대에게 전달합니다. 메일이나 인터넷으로 받아낸 자료를 워드프로세서에 올려서 편집하여 활용하기도 합니다.

어디에서 받아와도 편집이 가능한 워드프로세서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크게 쓰이고 있습니다.

 

아주 젊어서 20대에 타자를 배우고 30대에 워드프로세서를 배워서 공직 내내, 퇴직 이후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시골동네 살 때에 어느 분도 워드프로세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야심한 시각에, 또는 다른 날 새벽에 일어나서 워드프로세서 이야기를 하고 일상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책으로 고정시키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워드프로세서는 참으로 신기한 인간의 창조물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