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서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고 있는데 베란다에서 물소리가 납니다. 아내는 한의원에 진료차 나갔는데 세탁기를 작동시켜서 헹굼을 위한 물소리인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물소리가 일정하게 나무로 누수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가보니 저쪽 벽면 아래에서 물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마치 산중에서 작은 폭포를 만났을 때 들은 그 정도의 물소리입니다.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살펴보니 바닥으로 물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내가 집을 나가기 전에 오전내내 세탁기 배관이 얼어서 뜨거운 물을 부어 녹였다고 하던데 이제야 녹아내리면서 부품이 老朽(노후)되어 물이 새는 것으로 나름 진단했습니다.
몇가지 집히는 대로 장비를 챙겨서 수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오래 살아온 집이어서 무엇에 쓰는 물건인각 몰라도 살림살이가 빼곡합니다. 어렵게 장비를 들이대 보았으니 고장 상황이 부품을 교체하여야 하는 정도로 보였습니다.
곧바로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니 10분만에 전문가가 오셔서 외부업체에 공사를 하도록 하라는 진단을 하십니다. 현관에 나가서 수도권을 틀고 물이 새는 것을 보시고 내린 처방입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번호를 확인하여 2개업체 전화번호를 주십니다. 전화를 드리니 업체에서는 사진을 찍어보내라 하십니다.
사진을 보내고 통화를 하니 수리를 하겠다 합니다. 혼자서 저녁을 먹고 쉬다가 7시경에 업체에 전화를 해서 수리를 위해 몇시경에 오시는가 물으니 8시20분경이랍니다. 그래서 책상위 스탠드를 연결하여 불을 켜보고 나중에 수리업체 기사님이 오시면 불을 켤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드디어 8시30분경에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쓰신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즉시 달려가 불을 켜고 증상을 물었습니다. 밸브를 교체해야 한답니다. 제가 손을 댓다가 공사를 크게 키울까봐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아무런 기술도 없고 부품도 준비되지 않은 채 한번 장비를 들어본 것이었습니다.
역시 전문가가 장비와 부품을 가지고 수리를 해야하는 증상이었습니다. 동파를 막기위해 물을 빼주는 장치라고 합니다. 그래서 뒷편 베란다에 전열기를 놓아야 하겠다는 의견을 말하니 그리하라 하십니다. 지난 수년간은 문을 열어서 거실의 온기를 보내는 방법으로 동파를 막아왔던 것입니다.
공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온수만 나오는데 처음에는 적당한 온도의 물이 나오다가 잠시후에는 뜨거운 물이 용솟움 치는데 찬물을 섞을 수 없으니 맘대로 물을 쓸 수 없습니다. 무심코 화장실 물을 내리는데 힘없은 물 흐름에 찬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설거지도 어렵고 주방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불안합니다. 기사님이 오시기 전까지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아내는 한의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다 했습니다. 나중에 물으니 우렁쌈밥을 먹었다 합니다.
혼자 저녁을 먹으면서 기사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설거지를 안하면 되고 화장실은 뜨거운 물을 퍼부어 처리하면 되겠습니다만 그런 작은 일들이 일상 생활의 큰 불편이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소의 작은 요소들이 합해져 우리의 행복한 일상을 꾸민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리히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 있습니다.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 , 最少量─法則)
생물이 가지는 내성 또는 적응의 가장 좁은 범위의 인자(요인)가 그 생존을 제한한다는 법칙으로, 만일 어떤 원소가 최소량 이하이면 다른 원소가 아무리 많아도 생육할 수 없으며, 원소 또는 양분 중에서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것이 식물의 생육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최소양분율 ·최소율이라고도 한다. 식물에는 필요원소 또는 양분 각각에 대하여 그 생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이 있다. 만일 어떤 원소가 최소량 이하이면 다른 원소가 아무리 많아도 생육할 수 없으며, 원소 또는 양분 중에서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것이 식물의 생육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1843년 독일의 J.F.리비히가 무기영양소에 대하여 제창한 법칙이다. 이 법칙은 무기영양소나 양분 이외에 식물의 생육에 관계하는 다른 요인, 예를 들면 광합성 속도를 규제하는 이산화탄소 농도, 빛의 세기, 온도 등에 대해서는 들어맞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최소량의 법칙 [law of minimum, 最少量─法則]
대략 중학생 생물시간에 들은 이야기인데 평생 기억하고 있습니다. 편식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인간의 삶속에서 한가지만 부족해도 큰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말로도 새겼습니다.
귀가 간지러우면 작은 면봉이 필요할 것입니다. 버스안에서 기침이 나면 휴지 한장이 필요합니다. 손가락에 거스러미가 생기면 손톱깎기가 있어야 합니다.
재산이 100억원이 있어도 죽은 자식을 대신하지 못하며 재산 50억원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시 모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생에서 스님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스님께서 특별의 特(특)자는 牛와 寺이니 절에서 소를 잡을 만큼 특별하다고 하셨습니다. 절에서 소를 잡을 일이 없을 것인데 특별하므로 소를 잡는다고 한자를 풀어주십니다.
오늘 수돗물이 잠시 끊기는 상황을 겪고 보니 많이 불편하였고, 알고보니 수도관의 부품하나가 노후된 것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이니 삶에 있어 큰 것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아주 작고 소소한 것으로 인해서 겪는 불편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세상사 미물이든 작은 것이든 다 소중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두고 가치를 인정하고 각각의 의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큰 재난이나 위기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어려움을 하나둘 차분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