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골판지]
# 이강석 #
채석강 검은 돌판처럼
차곡차곡 올려 쌓고는
골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삐그덕빠그덕
말똥구리가 소똥을 굴리듯
밀고가는 손수레 구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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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 맞은 골판지
태양의 열기에 말리고
다시 그위에
황혼이슬 내리도록
인생 70년의 연륜처럼
켜켜이 쌓여 몸부림치는
골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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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골판지는 찌그러지고
중년의 골판지는 눌러붙고
노년의 골파지 텅텅 비어
찬바람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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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 한장을 눌러
10원짜리 종이돈 만들고
골판지 열장을 녹여서
100원짜리 동전 구워내고
새벽 이슬부터 저녁 노을까지
한켜 두켜 모으고 쌓아서
몇천원 만들어 손아귀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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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처럼 텅빈 수레를
담 울대에 세우고
굽은 허리 더 굽히고 들어선
나의 방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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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찬바람이 시리다
오늘밤 칼바람이 서럽다
남은 골판지로 벽을 막고
찢어진 골판지로 바닥을 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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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일새벽부터는
골판지 뜻는 소리
골판지 쌓이는 소리
골판지가 연주하는
우리 인생의 교향곡이
다시 시작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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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새벽에도
채석강의 파도가
평온의 바다를 열고
우리 삶의 영혼들은
골판지속 대롱을 타고
단단해진 발뒤금치를 지나
가슴 가득하게
기쁨을 채워주리
이런 생각으로 시의 키워드를 카톡에 적어두었더랍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담아서 이 새벽에 시 한수를 지어보았습니다. 골판지로 인생을 이어가시는 골판지 할머니, 골판지 할아버지의 골 빠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골판지로 등골을 채우고 사시는 모습에 감동합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만나는 삶의 모습들은 아름다움이 많아보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가려진 힘든 군상들의 삶이 틈틈의 틈새로 보이기도 합니다.
생노병사의 과정을 돌이켜보니 청춘시절에 희망과 행복을 누린 값을 노년에 가서 대출금 갚듯이 상환하여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인생의 빚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고 누구나가 그 고난속에서 행복을 얻으라는 신의 설명인가도 여겨봅니다. 인생이 늘 행복으로 가득하다면 그 행복을 가늠할 기준점이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고난속에서 행복을 알고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터특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물주와 신은 인간에게 어려움을 주고 자연도 가끔은 인간의 삶에 불편함을 던져줍니다.
태풍, 장마, 지진, 추위와 더위는 그 반대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처럼 자연이 우리를 힘들게 하지 않을 때의 고마움과 행복을 제대로 인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자연현상이라고 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