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황간역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황간역 ▤

충북 영동군 황간면 황간역 1박2일/ 2018. 5. 26~27/

이강석 최경화 이현재 3식구가 강원도 황간역을 방문하는 여행입니다. 황간역은 산중턱에 외롭게 자리한 역사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강원도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역사에 들어가 느린 시간을 관리하는 다양한 정물들을 관람했습니다.

 

 

어제 현재의 행사 마무리 시간이 오후 5시까지 늘어진다는 연락을 받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경북 소요산 청안사에 당도하였습니다.

전생의 인연이 있었을까, 사찰 입구에는 두개의 절이 있다는 표시가 있는데 좀더 위쪽 절로 갈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아래쪽 청안사 주지스님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불러 세우고는 일단 앉으라 하십니다.

 

수십년 사찰에 다녀도 스님과 遭遇(조우, 신하가 뜻이 맞는 임금을 만남, 우연히 서로 만남)하면 합장 인사를 할뿐 스님과 대화를 한 경우가 거의 없는 터인데 이번에는 첫 만남에 주지스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청안사 주지스님이 어디에서 왔는가 물으심에 ‘수원입니다’ 답했습니다. 용주사가 크고, 경기남부 본찰이며 남양주에는 경기 북부를 관장하는 봉선사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수원에는 여승들이 다니는 승가대학을 봉녕사가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주지스님은 봉녕사 묘엄스님의 부친도 고승이라면서 봉녕사는 1,000원이 들어오면 일단 스님들에게 100원씩 나누고 나누어 받은 스님들이 다시 내려놓으시는 돈으로 사찰을 운영하신다 설명하십니다.

스스로 내려놓은 돈이니 더더욱 좋은 곳에 쓴다는 말씀입니다. 좋은 말씀은 멀리 가기 어려운데 주지스님은 250km 먼곳의 이야기를 당신 스토리 설명하듯 자랑스럽게 말씀하십니다. 불심의 깊이를 匹夫(필부), 凡夫(범부)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용주사는 분규사태가 있어 마음 아프다 하시면서 그리하면 아니될 일인데 불심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는 설명을 하십니다. 경기도와 주변에서 활동을 많이 하신듯 보이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이런저런 사연을 잘 아시는 듯 보입니다.

지나는 범부의 부부를 반갑게 맞아 주시고는 떡을 대접해 주십니다. 불가인데 커피를 두잔 내어 주십니다. 녹차를 주시면서 '끽다거'를 하실 줄 알았더니 떡과 약밥, 그리고 커피를 주십니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주지스님이 주신 불가의 음식을 물리치지 못하고 2잔을 연거푸 마셨습니다.

 

그 덕인가 250km 상행선 경부고속도로를 110km로 달리고 달려도 피곤함이 적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서 밤 12:30까지 4시간 마늘을 까고 다시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까지 희고 풍성한 마늘 1접 까기 프로젝트를 완성합니다.

이 마늘 한 접은 어제 물한계곡에 가는 길에 동네 전통시장에서 24,000원에 100알을 구입하였던 것입니다. 100통 마늘이니 8쪽으로 나누면 800쪽 마늘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선 물한계곡 물을 튀긴 후 산기슭에 올라가서 3식구가 100개를 800개로 분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숙소에서 마늘까기를 하려 하였지만 깨끗한 호텔에 마늘향 배일까 걱정하여 집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늘까기를 시작하여 12:30까지 1/3정도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일단 도마에 올려 뿌리부분을 잘라낸 후 잠을 청하였습니다.

 

마늘을 까는 꿈을 몇차례 만난 후에 일어나니 새벽 4시입니다. 뿌리 잘린 마늘에 물을 부어서 살짝 불리니 쉽게 껍질이 벗겨집니다만 한알 두알 일일이 손길이 가야 뽀얀 마늘이 됩니다.

108배를 8번 올리는 심정으로 마늘을 까고 다듬고 까기를 거듭하니 아및 6시가 되었습니다. 뽀얀 마늘이 그릇에 한가득 차오를 즈음에 보이차 한잔을 마시니 막힌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입니다.

 

고속도로를 여러번 달려 보았지만 오늘 오후처럼 길이 쉽게 열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110km를 유지하면서 수월하게 달려오므로 당초 천안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고 안성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자 했지만 오산을 나가서 시청 인근에서 부대찌게를 먹기로 했습니다.

오산시청 앞으로 지나갈 때까지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습니다. 지난번 1박2일 주왕산 주산지를 다녀올 당시에는 가는 길 오는 길이 많이 막혔는데 이번에는 길이 참으로 수월합니다.

 

영동군 황간 여행은 시간이 느린 곳을 차분히 만나는 행복이었습니다. 아들의 현장 행사 참여시간 동안 부부는 이리저리 같은 길은 네 번 다섯 번 지나면서 영동군 황간면, 추풍령면, 황간역, 추풍령역 등을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정자가 멋진 월류봉은 달이 머무는 곳이라 합니다. 그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3식구는 1박2일동안 참으로 평온하고 여유스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 여행은 가족여행입니다.

 

백화산 반야사, 황악산 직지사를 다녀왔습니다. 직지사는 참으로 넓은 자리를 잡은 명찰인 듯 보입니다. 27일 점심은 추풍령 휴게소에서 먹었습니다.

장한 아들 덕분에 엄마와 아빠가 좋은 구경 많이 했습니다. 여행이란 다른이를 핑계로 활용할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먹고싶은 음식을 선택하는 행복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소통과 사랑이 가득하고 敦篤(돈독)해 집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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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