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가족여행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주왕산 ▤

주왕산 1박2일 가족여행 / 2018. 5. 5 ~ 5. 6

2018년 5월5일 아침에 출발하였습니다. 부부와 아들입니다. 현아는 개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다음에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면 이삿짐 수준으로 준비하는 것이 많습니다.

아내는 해외여행 일정을 잡으면 1개월 전, 31일 전부터 여행가방에 짐을 넣어 두고 필요하면 꺼내 쓰고 다시 넣습니다. 아이들은 이를 여행 즐기기의 한 방법이라고 높이 평가합니다.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자주 가는 해외여행이 아니므로 한번 가는 경우 출발 전 1개월 동안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만큼 소중한 해외여행이니 미리 가슴에 간직하고 다녀와서도 마음속에 함께하면 좋은 일이지요.

그래서 국내여행도 출발 이틀 전에 짐싸기를 시작하고 출발 전날 저녁에는 거실에 여러 개의 시장바구니에 짐을 담아 진열합니다. 내복과 수건, 식음료, 화장품, 전자기기 등 우리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참으로 많은 소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자와 호랑이, 오랑우탕, 원숭이, 독수리, 멧돼지 등 야생의 어느 동물도 따로 쓰는 도구가 없습니다. 각각의 특징있는 도수를 쓰고 있습니다.

호랑이와 사자는 빠른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 그리고 강력한 어금니와 송곳니를 가지고 사냥을 하고 배부르면 편안히 휴식을 합니다. 멧돼지는 강력한 주둥이를 이용하여 땅속의 식물 뿌리를 캐내어 먹습니다.

독수리는 탁월한 시력과 강력하고 빠른 날개, 그리고 부리 발톱이면 물속의 어류나 들판의 들쥐를 잡을 수 있고 악어는 엄청 큰 이빨과 큰 입으로 사냥을 하고 강력한 꼬리를 이용하여 방어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참으로 많은 소품을 사용합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동그란 것, 네모, 긴 것, 짧은 것 등 다양하고 그 재질도 금속, 나무, 플라스틱, 종이 등 수많은 제품이 있습니다.

화장품의 개수를 세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줄 압니다만 참으로 많습니다. 여러 가지입니다. 그리고 내복, 양말, 바람막이, 점퍼, 잠옷, 웃옷, 겉옷 등 그 표현과 용도가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이틀을 준비하고도 꼭 필요한 밴드, 면봉이 없다고 합니다. 여행용 가방을 채우고 대형 시장바구니에 준비물이 가득한데 1박2일동안 부족했던 것이 더 많았던 느낌이 드는 것은 지혜스러운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해야 합니다.

아침 7시에 집을 출발하여 순조롭게 고속도로에 진입하였습니다만 우리나라에 바퀴 4개가 있는 차량은 모두다 고속도로에 나와 있는 듯 보입니다. 차량이 가득합니다. 흔히 뉴스에서 보도하는 대로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입니다.

 

그래도 기다리고 버티면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고 최근에 개통한 도로를 타고 이리저리 달려나가니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도 차량이 가득하고 사람이 많습니다.

여자화장실에 줄서는 모습이야 자주 目睹(목도)하는 바이지만 남자들도 장사진의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

식당은 바글바글 개미굴이고 휴게소 자체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를 기록합니다. 이곳 사장님은 얼마나 신바람이 나실까요.

 

지금 돈 버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영수증 찍어주는 기계의 찌르륵 음향이 귓전을 때리는 가을날의 귀뜨라미 소리입니다. 음식을 받고 빈그릇을 반납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주문 대에는 음식을 선택하는 고민과 고통스런 표정이 이어집니다.

왜 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만 할까요. 물론 사냥을 하는 호랑이와 사자도 선택을 하겠습니다만 그것은 상황에 따라 가장 가까운, 약한 먹잇감을 잡는 정도의 선택이니 고민이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해장국과 야채비빔밥, 자장면과 짬뽕, 칼국수와 라면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할까요.

다시 몇 번의 휴게소를 들러 쉬어가면서 도착한 곳은 청송교도소입니다. 청송군까지 왔는데 늘 들어왔던 청송교도소가 어느 정도 오지마을 깊은 산속에 있어서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인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주왕산 국립공원에 가기 전에 청송교도소를 가서 기념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을 하고 네비게이션에 어렵게 찍고 달려갔습니다. 네비에 청송교도소는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하천 다리를 건너 교도소의 정문이 부일뿐 다른 시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합니다. 경비근무자에게 가서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돌아왔습니다. 저 안에 아는 분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되돌아 왔습니다.

좁은 진입로에서 차를 돌리는 그 순간에 저 안에서 두 대의 승합차가 나왔습니다. 업무용으로 보입니다. 저 안에는 청송교도소 재소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식을 사러가거나 업무차 나가는 직원, 교도관이 탑승하였을 것입니다.

 

차를 돌려 대략 20km를 달려 도착한 산기슭에 초소가 있어 차를 세우니 근무자가 나옵니다. 국립공원 주왕산 관리사무소 직원입니다. 복장을 보니 국립공원 근무자입니다. 등산을 왔는가 물으십니다. 여기는 등산로입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급이면 진입로 1km구간에 각종 식당등 영업점이 들어서있고 그 앞에는 산에서 캐온 더덕, 도라지를 진열하고 판매에 바쁘신 할머니들이 보이는 법입니다. 큰 사찰 입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양평 용문사 입구도 그러하고 강화 보문사 주변도 그러합니다.

 

네비를 대충 찍었기에 수십개 등산로중 하나를 선택하였던 것이고 그래서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네비에 주왕산국립공원 주차장으로 수정한 후 15km정도를 돌고돌아 공원 입구에 다다르니 오른쪽에 우리가 예약한 숙소 건물이 보입니다. 일단 숙소 주차장을 들러서 곧바로 차를 돌려 주왕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5천원 주차료를 내고 진입하여 차를 세우고 여장을 준비하여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산이나 공원이나 오른쪽에 하천을 끼고 올라가는 구성입니다.

 

차분히 걷고 걸어가면서 자연을 살피고 암벽 중간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풀들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찬양하고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주산지를 향해 달렸습니다. 注山池(주산지)는 역사가 있는 저수지입니다. 1721년에 완공된 저수지이며 한번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수지를 축조할 당시 산기슭에 있던 나무들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니 물 한가운데에 노목이 자리한 것입니다.

 

봄날의 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나무는 물위로 솟아 있고 물 속에 그 자태를 담그고 있습니다. 수면과 대칭되는 나무 그림자의 모습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습니다. 여러 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냥 찍으면 화보가 되는 공항 패션처럼 여기에서는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됩니다.

주산지 저수지의 물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그 세월이 300년이 흘렀으므로 어쩌면 수종이 수생식물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마르크의 用不用說(용불용설)처럼, 뿌리내린 땅이 저수지가 되어 사시사철 물속에 몸을 담그면 그 나무의 DNA가 물속에서 살기에 적정하게 변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는 것입니다.

저녁을 먹었습니다. 산채 비빔밥인데 경상도 버전이라서 많이 간간합니다. 더덕도 맵고 나물도 알싸합니다. 방금 삶아 주시는 엄나무 새순만이 푸른 맛을 줍니다. 파전과 함께 잘 먹었습니다. 숙소는 온돌방인데 3인이 풍족하게 이불을 펴고 피곤한 팔다리를 쉬게 합니다. 13,000보를 걸었으니 피곤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빗소리가 모닝콜입니다. 자그마한 소리로 여행객의 포근한 단잠을 깨우는 조심스러운 봄비입니다. 봄비로 말하면 가수 이은하씨의 노래이고 드라마에는 김자옥, 이정길, 박근형이 출연합니다. 방안에서 사과, 바나나, 방울토마토로 이른 아침을 먹었습니다. 짐을 싣고 일단은 집을 향해 내달리기로 했습니다.

비는 전국에 내립니다. 어느 곳이나 비가 옵니다. 대자연의 힘을 인간이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비가오면 비를 맞거나 우산을 써야 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 인간은 대항하지 않습니다.

 

순응하며 살았기에 인간의 문명이 이처럼 발전한 것입니다. 비 온다고 화만 내고 대항했다면 그 종족은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 오면 방안에서 기다리거나 우산을 쓰거나 雨裝(우장)을 걸쳤으므로 순응하는 인간으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고속도로를 돌고 돌아 휴게소에서 남도해장국, 육개장, 치즈돈까스로 아침을 제대로 차려 먹었습니다. 고속도로는 인산인해, 사람이 한가득합니다. 어제 내려온 사람들이 이제야 아침을 먹나봅니다.

 

다시 차를 달리고 달리다가 속리산 법주사로 네비를 변경하였습니다. 속리산이란 俗離山입니다. 속세를 떠나간 듯 하다는 의미입니다. 그곳에 법주사가 있고 금동미륵대불상이 멋지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대불상 지하에 내려가 108배를 올렸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들 이현재(李弦宰)도 50번 절하고 다시 108배에 도전하여 완성했습니다. 크게 칭찬할 일입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차분한 마음으로 꾸준히 도모하면 다 이룰 수 있습니다.

 

천안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먹었습니다. 참으로 넓은 휴게소인데 人山人海(인산인해)입니다. 한분이 운영하는 휴게소라면 떼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경제는 여러 점주가 모여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의 영업점이 모두 다 잘 되어서 부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천안을 지나 평택을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는 예상 밖으로 밀리지 않습니다. 이른 시간에 귀가하는 전략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제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먼지없는 평온한 길을 수면위 요트처럼 차를 몰아 달렸습니다.

 

오산에서 나가라던 네비양이 다시 동탄에서 수원으로 진입하라 합니다. 그리해보니 차라리 오산에서 올라오는 것이 더 빠를뻔 했습니다. 이리저리 둥그렇게 돌아서 집에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가져온 모든 것들을 정리합니다. 아내는 끝없이 바쁘기만 합니다. 세탁, 청소, 정리정돈하느라 바쁩니다. 역시 사자와 호랑이입니다.

사냥을 마치고 먹이를 다 먹은 맹수들은 입가에 묻은 핏자국만 지우면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는데 인간은 여행에서 가져온 모든 비품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도 저래도 1박2일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구경도 많이 하였고 차도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냥 대한민국의 필부범부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삶이라는 것이 이처럼 돌아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쉬고 다음날을 생각하는 연속적인 일들이 겹치는 공동의 생활이라 생각했습니다.

 

주왕산 선택은 탁월하였고 주산지 방문은 멋졌습니다. 사진이 많이 나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청송 주왕산 주산지는 반드시 가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가시면 후회가 없습니다. 자연이 이렇게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는 곳이 흔하지 않은 듯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