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무렵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메밀꽃 필 무렵 ▤

2018년9월1일 : 메밀꽃필무렵+구룡사를 방문했습니다. 전날부터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리는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축제를 보러 가기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정말로 해외가는 듯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절하고 물과 간식, 우산, 모자, 기타 소품을 준비하고 아침을 맛나게 먹고 6시2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살짝 안개기 드리운 기분이지만 큰 비는 여러번 지나갔으니 오늘은 흐리거나 맑은 날씨로 기대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나가니 용인구간에서 잠시 차량이 늘었지만 이천을 지나고 여주, 문막으로 이어지는 강원도 평창행 고속도로상에서는 체증 증세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 아침에도 더더욱 바쁘신 중생들이 추월과 추월을 거듭하면서 정말로 바쁜 인생의 토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듯 보입니다. 그리하여 150km를 달려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107번지에 도착하였습니다.

(평창군 농특산물 판매장 033-336-9939) 08:40분경 공무원 출근하듯이 현장에 일찍 도착하였으므로 편안하게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하고 시장을 반바퀴 돌았습니다.

 

아직 음식을 준비중이고 관광안내소에서도 아직 자료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우선 안내도 한장을 받아들고 코스대로 돌기를 시작합니다. 물레방아간에 갔습니다. 디딜방아가 있습니다. 물레방아도 아주 굵직한 축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풍구도 보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1955년입니다. 이 소품은 1930년대로 연대평가가 나올 것입니다. 물레방아간 안에는 이효석 선생님의 작품중 하나인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가장 추상적인 부분이 그려졌습니다.

단편소설 '메일꽃 필 무렵'은 허생원, 조선달 그리고 동이가 나온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결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등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으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하게 딸랑딸랑 모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정하지는 않았다.

 

"장 선 꼭 이런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모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맞추였단[원문대로]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장터로 가는 길. 깊은 밤에 나귀를 끌고 3명이 걸어 가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동이 모친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허생원은 놀라 건너던 시냇물에 빠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나귀를 모는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이효석 문학관에는 1930년대 문학작품 자료집이 가득합니다. 산 중턱에 자리한 문학관에서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느껴 보았습니다. 정지된 듯한 이곳 이효석 묵학관(2002년 건립), 이효석 문학비(1980년), 이효석 생가마을, 이효석 생가터, 이효석 동상(2007년 건립) 이효석 문학의 숲을 둘러보았습니다.

 

당나귀를 형상화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올라가보니 기대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장서를 늘리고 전망대를 설치하고 창문을 더 넓게 개조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올라가면 실망을 합니다.

이 세상에 조금 높이 올라가서 실망한 첫사례입니다. 당나귀 등위로 효율적인 전망시설을 보강해 주시기 바랍니다. 트로이 목마처럼 더 멋지게 새로 꾸며주시기 바랍니다.

 

손등에 그림을 그려 줍니다. 아내는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합니다. 이곳저곳에 사진찍을 명소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봉평장터는 길고 다양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물건을 보았고 옥수수와 메밀전병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메밀국수집에 줄을 서서 점심으로 물메밀국수를 먹었습니다.

 

아내는 비빔국수를 먹었는데 조금 맵다고 합니다. 아마도 강원도 고추가 더 매워졌나 봅니다. "메밀꽃 필 무렵"책 한권을 5,000원에 사고 입장권에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읽어보니 참으로 좋은 내용이 가득합니다.

집에 오는 길에 치악산 龜龍寺(구룡사)에 들렀습니다. 처음에는 9마리 龍(용)인 줄 알았습니다. 다리를 지날 때 용의 모습을 한 석상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찰에 도착하니 거북이 많습니다. 용도 보입니다.

668년 신라 문무왕 8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습니다. 의상대사는 아마도 축지법을 쓰시는가 봅니다. 소요산에도 의상대가 있는데 방문하신 의상에게 원효가 산봉우리를 내주며 의상대라 하였다고 전합니다.

 

산기슭 오른쪽에 자리한 구룡사는 입구에서 3km 위쪽에 있습니다. 치악산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냥 걷기시작하였는데 참으로 멀었습니다. 아내도 생각보다 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km걸어간 길은 차량이 올라갈 수 있지만 걸어서 도착해보니 주차장은 좁아서 주차 전쟁중입니다. 힘들었지만 걸어온 것이 편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을 지나 정말로 걸어가는 1km 산길이 아름답습니다. 잘 자란 늘씬한 금강송이 가득하고 어제 그제 내린 빗물이 산속의 나무뿌리와 잎사귀를 적시고 있다고 방울방울 모여들어 거대한 물줄기로 힘차게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돌돌 흘러내립니다.

참으로 시원합니다. 산길을 걸으면서 이처럼 우렁찬 물소리를 들어본 것도 참 좋은 체험입니다. 폭우가 내린 일주일 전 이 산속에서 벌어진 물과의 아름다운 동행이 떠오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장에 들러 멸치 한박스를 사고 낮에 봉평에서 2만원에 2봉투 가져온 옥수수를 손질하였습니다. 멸치 똥을 따는 동안 90분 한일전 축구경기는 무승부이고 다시 연장전에서 선수들이 힘을 모아 2:0으로 앞서 갑니다.

한일전을 이겨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손흥민등 나이든 선수와 아직 23세 이하의 선수들까지 병역을 면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살면서 앞에 보이는 것보다 그 사안에 담겨진 의미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일전 승리, 금메달, 그리고 병역면제라는 화두가 떠올랐습니다. 유럽에서도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와 야구의 한국 승리는 병역면제와 함께 큰 관심사항이 되었군요.

아침 6시에 시작한 일과는 봉평장, 이효석, 치악산, 구룡사, 멸치, 옥수수, 한일전 축구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밤 12시가 되어서야 가족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요일을 맞이하여 오전 10시까지 게으름을 피워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시각에도 모두 잠들어 있습니다. 이제 아침을 시작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