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세우는 조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상가에 조문을 하러 가보면 빈소 좌우에 조기와 조화가 보입니다. 빈소에 설치된 국화 장식도 있고 외부인사들이 조의를 전하는 바구니 조화도 있고 스탠드형 조화대도 있으며 유력 정치인과 기업체 명의로 배치한 조기도 있습니다.

 

 

대략 세워두는 조화는 10만원내외, 바구니형 조화는 4~5만원인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과 기업등에서 가져와 배치한 조기는 일단 최초 제작비 이외에 추가경비는 들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조기가 제작되고 사무실에 보관했다가 상가에 가져와 조의를 표하는 방법은 생각해 낸 것은 아마도 가정의례준칙에서 정치인들이 조화를 보내는 것을 제한하는 데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업무추진비에서 조화를 보내는 것은 예산지침에 위배된다는 판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십년간 영구적으로 비용없이 상가마다 조의를 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안타까운 모습이 보입니다. 국회의원의 조기는 4년, 또는 8년을 쓰게 될 것입니다.

비서실의 연락을 받은 총무팀에서는 담당을 하여야 하는 직원이 조기를 꺼내어 승용차에 싣고 상가로 달려가서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틀을 기다려서 상가로 달려가 그 조기를 회수해야 합니다. 특히 먼 거리 200km정도를 오간다면 교통비와 시간비용, 그리고 실제비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량이 달려가면 연료비가 들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필요하고 출장자에게는 여비를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연료비, 통행료, 식비 등 비용은 1일차, 3일차에 다녀오므로 2배가 필요합니다.

경기도청이 소재한 수원시 광교에서 수도권 150km 거리의 喪家(상가)를 기준으로 조기를 가져가고 다시 되가져오는 과정을 계산해 보면 바구니형 조화 5만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종이로 만든 1회용 조화는 4만원정도로 추정합니다. 자동차 감가삼각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차량운행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생각에 넣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돈, 쓰인 돈만 계산한 것이 5만원 조화 하나의 5배입니다. 차량운행으로 인한 감가상각, 차량에 의한 대기오염, 담당자의 업무 로스 등은 따지지도 않은 비용이 더 예상됩니다.

사실 수원, 성남, 고양 등 관내 상가에 기관장 조기를 보내는 일도 간단치가 않습니다. 반 영구적으로 반복해서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만든 조기이지만 그 운영방식 속에서는 여러 가지 모순이 있습니다.

 

동시에 弔旗(조기)는 花卉(화훼)농가, 배달기사, 화원의 영업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농업인이 힘들다 하고 영세한 배달기사가 고생을 한다고 하며 화원도 밥 먹고 살아야 하는데 영업이 부진하다 합니다.

오히려 조기는 고인에 대해 명복을 빌기 보다는 기관장, 정치인의 선거운동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듯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솔직히 3단 조화의 키만큼이나 길게 드리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조문 글, “oo주식회사 대표이사 홍길동”이라는 글씨를 쓴 리본만 보이는 듯 합니다.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나 미국 총기사고를 추모하는 현장에 올린 꽃다발 중에 우리나라의 조화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열 송이 꽃을 묶어서 빈소에 올리고 작은 꽃송이 몇 개를 지극 정성의 마음으로 사고현장에 바치는 것이 추모의 의미이고 마음의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삼각대에 플라스틱으로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물 먹인 스펀치를 매달아 꽃을 심어서 올리는 정성은 고마운 일이지만 10만원대로 높이기 위해 영업적으로 틀을 만든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고, 내 돈으로 보내는 조화가 아니니 10만원이 넘어도 그냥 보내라 하는 것인가도 생각됩니다.

 

조기를 비치하는 것에 이 같은 상황이 있으니 소속 공무원의 경우 동료 직원들이 기관장의 조기를 가져가서 설치했다가 출상하는 날 다시 가져오는 방식이라면 계속 권장할 일이겠고, 원거리를 차로 달려가서 설치하고 다시 가져오는 경우라면 이보다 비용이 적게들고 조의의 뜻이 더 큰 조화를 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도 평소 지인의 부모님이 변환중이실 때에는 찾아가지 않고 별세하시어 빈소에 모신 후에 찾아가는 우리의 조문방식에도 다소 이의를 제기합니다. 조문 마치고 상주에게 이만 간다고 철없이 구는 친구들도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형식보다 진정성있는 조문이 더욱 소중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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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