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치부책에 올라가 삐침 하나로 30년을 3千년 수명을 만들어냈다는 동방삭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냥 三十(삼십)년을 살라했는데 삐침하나 올려두니 三千(삼천)년이 되어서 2,970년을 더 받아냈다는 말입니다.
다른 이의 100배 수명을 살아온 세월로 굳어진 어깨힘 빼지 못해 저승사자에게 잡혀갔습니다.
경기도 탄천에서 검은 숯을 쑤세미로 문질러 흰 숯을 만든다는 노인은 바로 저승사자 고참의 변장술이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행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의 人口(인구)에 膾炙(회자)되었고 그 이야기가 높은 어른 행세를 하였을 동방삭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동방삭은 검은 숯을 흰 숯으로 만드는 작업 중이라는 변장 노인, 저승사자에가 다가가서 '내가 삼천년을 살았지만 검은 숯을 물로 닦아내어 흰 숯을 만든다는 경우는 처음'이라 말하는 순간 노인이 저승사자로 돌아와서 동방삭의 소매를 잡아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냥 모른척하고 넘어갔으면 그 고참 고수 저승사자도 생을 다해서 염라대왕 앞뜰에 매장되고 동방삭은 삼천갑자가 3,000년이 아니라 3,000*60년, 즉 180,000년을 더 살고 지금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 리더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분이니 모름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도 5,000년이 지나지 않았으니 동방삭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일일 것이고 신라, 고구려, 백제의 전쟁도 한눈에 파악하고 676년 삼국통일, 918년 고려의 창업, 1392년 조선의 시작 등 한반도의 역사를 한 두장에 정리하여 초중고생에게 역사선생님이 되시고 모든 학교의 교장이 되실 것입니다.
그래서 따져보니 3,000년은 1,095,000일이고 100년은 36,500번 아침을 맞이하는 세월입니다. 지금 64세로 계산해보니 23,360일을 살았고 85세를 평균수명으로 따지니 31,025일이고 31,025-23,360 = 7,665일 남았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7,664일 남은 수명입니다. 이렇게 계산한다고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냥 둔다고 짧아지는 인생도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매일 저녁을 의미있게 살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희망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세월이 아님을 알기에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가슴 절절 느끼라는 말입니다.
자존심, 자신감을 가지고 내 생을 이끌어가고 어느날 불쑥 떠나는 날에 '이렇게 멋진 인생을 완성했다'고 결론 내리면 되는 것입니다.
이룩할 목표가 있다면서 곧 떠나야하는 줄 알면서도 생명줄을 잡고 수선을 떠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짐을 싸아두고 떠날 준비를 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시를 한수 지으려 하나 그 표현의 은유가 부족하니 사실을 말하고 그대로 수필형식을 고수하게 됩니다.
인생은 부모가 주신 것이니 대를 이어가는 효도를 하는 것이고 부모가 모두에게 주신 생명이 아니라 신이 선택한 아빠의 유전자와 엄마의 유전자를 합한 것이고 그래서 아내와 유전자를 모아서 아이를 낳고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자식을 제목숨 이상으로 여기는 부모의 마음은 신의 예술입니다.
신이 선택하여 인간에서 생명을 주고 그 생명체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해서 대대손손 이어가게 만든 대형 프로젝트속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삶이라는 결론에 이르러도 좋을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가 나만을 위하라는 것이 아니고 자식을 위하고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인생의 의미를 64세가 지나서야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도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이 넣어준 마이크로칩에서 64세경에 그런 생각을 하도록 준비된 프로그램이 가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젊어서는 돈벌고 자식 먹여키우고 가정을 꾸리는데 집중하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65세에 이르면 자식이 낳은 손자손녀를 위해 일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우리네 보통 할머니 할아버지의 행복한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요즘은 晩婚(만혼)시대라서 이제야 딸, 아들 결혼시킨다고 청첩장을 인쇄하기 전에 모바일로 보내고 어떤 이는 다 보내고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자신은 편리하고 상대방은 기분 나쁘게 하는 묘한 술책을 발휘하곤 합니다.
실제로 축하금을 마땅히 보내야 하는 분인데 그냥 지나쳤고 결혼식을 한다는 모바일에 이어서 감사인사장을 다시 받고서야 화들짝 놀라서 송금하였습니다.
마침 내일 결혼식이 잡힌 동료의 일정을 달력에서 확인하고 밤 10시경에 모바일의 구좌로 송금하였는데 아버지 이름의 구좌를 복사해서 인터넷 송금을 하니 어머니의 이름이 나옵니다.
모바일시대, 인터넷 시대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고 편리함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고 스마트폰이 고장나라 눌러대고 있습니다. 아마도 터치해서 프로그램이 엉키는 사고를 낸다면 IT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올 것이라 봅니다.
어려서 일기를 몰아서 쓰는 경우 일단은 어떤 글자를 한자 써놓고 거기에 연결되는 단어로 문장을 시작하고 하루치 일기를 완성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즈음 나이가 있어서인가 "사람에게는 다 때가 있다"는 말에 가슴깊이 공감하곤 합니다.
어느날 문득 원고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도무지 문장이 떠오르지 않고 단어조차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곤 합니다. 그래서 밤 늦은 시각이나 새벽에 글을 쓰고자 하는데 저녁에는 졸음이 오고 새벽에는 그나마 조금 나아서 몇문장 써보곤 합니다.
그러니까 글쓰는 시기도 있고 하루중 글을 써나가는 타이밍이 있으며 그 지속성도 길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키보드를 칠 줄 아니 몇줄 쉽게 쓰고 원고지 2매정도는 순간에완성할 수 있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아마도 과거의 작가들은 원고지에 쓰고 구기고 다시쓰고 했다합니다. 어떤 책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원로 작가의 말씀속에서 들은 것으로도 기억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홈페이지에 사이버 원고지에 키보드로 투둑 쳐두고 저장하고 다음날에 다시 가필해도 한번에 쓴 듯 보이는 오늘의 글쓰기 여건은 참으로 고마운 환경이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 힘들다 하고 읽는 이도 없는 책을 내서 무슨 소용인가 자조섞인 생각으로 스스로가 글쓰기를 멀리하는 것인가 우려해 봅니다. 하지만 그동안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뿐 독자를 의식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야 조금 더 진솔하고 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글이라는 전제가 있으면 글의 진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냥 나 자신의 어느 순간 상황을 글로 묘사한다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