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어느 날 새벽 2시의 고요함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심야에 상황실을 지키는 이가 있고 숙면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전방에서 총과 군사장비를 장착하고 적군과 대치하며 밤새워 경계근무를 하는 초병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만 존재하는 듯 보이는 이 새벽에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계획이 있습니다. 오늘 새벽근무를 마치면 오전 6시부터 취임을 하는 이가 있고 같은 시각에 출근준비를 하는 이도 있습니다.
출근길에 버스를 탄다면 그를 위해 더 이른 시각에 나와서 버스를 점검하고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버스기사 사장님이 있습니다. 버서기사님이 이른 새벽에 출근했다면 아마도 고된 작업으로 새벽잠에 빠진 남편을 깨운 아내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앞으로 올라가면 어제저녁부터 내일 새벽3시 출발을 위해 옷가지를 정리하고 일찌기 잠자리에 든 또다른 연관자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무한궤도이고 태양계의 행성처럼 밤낮없이 돌아가는 상황실속의 어느 책상위에 놓인 근무일지와도 같습니다. 누군가가 쓰고 다음사람이 살피고 아침에 결재를 받고 다시 가져와서 오전 근무를 이어가는 숙직실과도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늘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나 가족과 함께 마주하는 삶의 내용을 담백하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을 자꾸만 주변의 사람과 비교하므로 발생하는 상대적 빈곤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다른 이가 당신을 보면 당신의 삶이 부럽다 합니다. 그가 갖지 못한 다른 것을 당신은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것을 알려하지 않고 그것은 당연시 하면서 다른 이들이 가진 것을 나도 보유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내가 할 일을 다하지 않고 다른이의 것을 탐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평생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90을 사시는 분은 그 마음속에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참으로 좋은 인자가 있기에 장수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베풀지 않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욕심은 장수에 큰 障碍物이 되는 것입니다.
욕심은 나쁜 기운을 스스로의 몸속에 축적하는 것이고 그 불편한 축적물이 몸의 순환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장수하지 못하고 단명하는 것이라는 가정을 해 봅니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진정 소유하는 것이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그 활동이 결국 자신을 위한 가장 최고의 의술이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韓醫師(한의사)가 말합니다. 침은 아픈 곳에 놓는 것이 아니라 아픈 이유를 찾아서 스스로 기력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합니다. 상처를 찔러서 침을 놓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치유되도록 기가 흐르는 길을 연결하는 자리에 침이 들어간다 했습니다.
의학서적이 아니라 수필이라는 점도 이 부분에서 부담없이 활자를 늘려갈 수 있는 편안한 오솔길을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당신을 부러워할 것입니다. 그래도 몇가지 이룩함이 있기에 부럽다고 볼 것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는 당신은 늘 주변 사람에게 부끄럽거나 남들이 나를 얕잡아 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보니 더러 가끔 남을 비판하고 남탓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중, 다중, 군중속의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오늘과 내일에 관심을 집중할 뿐 다른이의 삶이나 행동, 옷, 직업, 활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으로 힘이 듭니다.
그런데 박영진 개그맨이 멋진 말을 했습니다. 자신과 싸우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도 또 다른 자신이 패배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패배해야 다른 자신이 승리하는 것입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부모님 말씀이 그래서 맞는가 봅니다.
여행을 갈 때 목적지나 여행 수단보다 여행갈 때 입고 갈 옷을 더 걱정합니다. 외식의 메뉴보다 입고갈 옷을 정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공연의 내용보다 자신의 의상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밖에 나가서 남들이 무슨 옷을 입었는가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입은 옷이 특별하게 기억나는 사람은 취임식에 참석한 대통령, 배우자, 이임하는 대통령 부부 정도입니다. 취임식 사회자가 무슨 옷을 입었는가도 모릅니다.
기억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취임식에는 화려한 색상이고 현충일이나 순직자 장례식에서는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었다는 정도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본연의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적인 것들에 신경을 씁니다. 외식하는데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 친척 결혼식에 양장을 입을까 한복을 입어야 하나, 사진 찍을 때 화려하면 民弊賀客(민폐하객)이라던데, 하지만 사진은 잘 나와야지, 평생가는 것인데.
도무지 주연과 조연, 주인과 손님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을 자주 목도하게 됩니다. 가끔은 主客顚倒(주객전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도 합니다.
세상을 사노라면 별의별 성격의 사람을 만나고 얼토당토 않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편안, 평온하게 주어진 상황과 운명에 마주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