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설을 맞은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통근버스가 지연되어 40분 이상을 수원 고색역 앞에서 대기하면서 마주한 수원시 공무원들의 눈치우기 작업을 보고 글로 칭찬한 바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행정구역이 좁은 수원시의 행정집중력을 평가한 것이고 동시에 넓은 지역을 감당하는 화성시, 용인시, 평택시 등에서는 공무원의 현장행정이 쉽게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지역의 공무원들도 새벽부터 현장에 나가 교통취약직역 우선으로 눈치우기, 눈제거작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폭설 일주일을 보내면서 몇가지 기사를 통해 행정조직이 능동적으로 대처한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이틀 폭설에도 교통사고 10건 뿐이라면서 그 비결은 제설차 통합관리, 발빠른 제설팀 출동, 액체염화칼슘에 소금을 섞어 살포, 이면도로는 담당자를 지정했다는 설명입니다. 특별시의 공보팀이 눈치우기만큼이나 발빠르게 기사자료를 언론에 제공한듯 보입니다.
행정구역이 넓은 도농복합시 대부분은 재난대응과의 폭설대비팀이 일기예보를 주시하다가 일단 상황이 전개되기 전부터 현장에서 대기합니다. 전에 근무했던 N시의 경우 행정구역이 넓고 고갯길이 많아서 초겨울부터 이 지역에 제설장비, 자재를 상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누구의 명령을 받지 않고 현장으로 나가서 눈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사실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에서 구조하라는 지시를 내리던데, 이는 과거 대형 여객선 사고로 정치적인 큰 사건을 경험한 바에 따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언론보도용이라 보입니다. 육해공의 모든 재난분야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책임자는 현장에서 발생한 재난사고시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고 다음으로 재산관리, 그리고 주변의 교통소통에 집중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폭설에 대비하는 시스템은 미리 정한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번 방문하는 환자의 경우 미리 처방한 바가 있으므로 환자가 몰리는 경우에는 물리치료를 선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눈이 온다고 시장군수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군수와 시장이 눈치우라고 지시를 해야 움직이는 공무원이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대응대비 지침이 있습니다. 행정의 집행은 전결권을 가지고 있는 과장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폭설은 관상대, 기상대, 기상청에서 기상관측이래 11월 최대적설로 기록되었습니다. 사실 100년전 1924년 전후에는 필요한 만큼 나눠서 약간의 맛보기로 첫눈이 내리고 몇번 적설을 보이다가 겨울 중간쯤에 20cm정도 눈이 쌓여서 소나무 잔가지가 부러지고 도로에는 빙판이 생겨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나왔을 것입니다.
이번처럼 첫번째 첫눈으로 온 나라를 마비시키고 비닐하우스가 내려앉고 오래된 전봇대가 쓰러지는 대형사고가 속출하는 모습은 없었을 것입니다. 범생이는 100년전에 비닐하우스와 전봇대가 없었다고 반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100년간에 인류가 이룩한 산업발전이 이같은 이상기후,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인가 반성하게 됩니다.
이번 폭설을 겪으면서 행정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알게되었고 국민의 삶을 이끌고 관리하는데는 정치도 필요하지만 현장의 집행중심의 행정이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화성시의 경계지역을 방문했다는 지인은 저녁늦게 전화를 해서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이면도로까지 제설작업을 한듯 보인다며 화성시청에 고마운 마음을 대신 전해달라 말했습니다.
이쯤되면, 지방자치단체, 기초단체에서도 눈치우기 만큼이나 발빠른 공보팀의 언론전략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어떤 액션이 있었겠지만 언론여건상 시민들에게 제때에 폭넓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눈을 치웠다고 프랑카드에 적어서 홍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 여러분!!!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