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 이야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보안관, 군인, 강도 모두가 허리에 권총을 차는데 의사봉은 담당자가 준비하고 위원장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위원장이 직접 의사봉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자 합니다. 핸드폰과 지갑은 반드시 챙기면서 의사봉은 실무 주무관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의사봉을 들고 다니면서 회의를 진행하고 위원회를 마친 후에는 의사봉을 챙겨와 사무실에 보관했습니다. 의사봉 손잡이에 끈을 매서 출입문의 눈높이에 걸어 두었습니다.

 

 

회의를 위해 나갈 때 한 번 더 확인하고 외부 출장시에도 의사봉을 지니고 다니는 자세로 모든 업무에 적극성을 보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위원회 참석을 위해 의사봉을 들고 10분전에 입장하면 먼저 참석하신 외부위원들이 살짝 미소짓습니다.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뽑듯이 의사봉을 꺼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짝 의사봉 3타를 연습한 후에 옆자리에 둡니다. 이것은 작은 소통입니다.

 

우선 외부위원의 입장에서 보면 10분전에 도착한 위원장이 자신들을 대우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대부분의 위원장(부시장)들은 정시에 뚜벅뚜벅 걸어와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회의를 시작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제일 먼저 퇴장합니다.

 

오늘 위원회에 오신분 중에 위원장보다 연세 높으신 분이 많습니다. 3급 부시장보다 높은 직위를 하신 분도 많습니다. 인생 선배님이 많고 공직 선배도 위원으로 오십니다. 위원장이 일찍 와서 인사하고 위원회에 참여해 주신데 대한 감사인사를 해야 합니다.

 

위원회 개최 시각을 매번 오후 2시, 14:00로 정하는 실무자나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위원장도 딱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14:00시는 점심은 먹고 오시고 저녁은 없다는 행정가의 메시지입니다. 아주 오래전 관료사회에서 관 주도, 관 위주로 정해온 행사시간입니다.

 

오전 10:00, 오후 5시에 행사를 하고 오찬, 만찬으로 연결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판공비, 업무추진비를 부서장이 독식했기에 발생한 아주 불합리한 관행이고 악습입니다. 과거에 실무자가 부서장에게 위원님 점심, 저녁을 대접하자고 제안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김영란법이 아니어도 업무추진비는 공적으로 업무에 쓰여야 합니다. 행정에서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 개최만큼 중요한 일은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위치에서 지도편달해 주시는 위원님들입니다.

 

반드시 점심, 저녁을 대접해야 하고, 어쩌다가 저녁식사가 잡히는 위원회 날에는 차량을 두고 대중교통으로 오시도록 해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위원회 업무 이외에 시정관련 좋은 말씀을 청해야 합니다. 혹시 위원회 보고서에 본위원회 업무 이외에 시정관련 좋은 말씀을 정리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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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