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출구]
오산시청에서의 일입니다. 회의실에 라운드테이블이 설치되었고 마이크선과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회의 테이블이 사각을 막고 있으니 가운데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테이블을 타넘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는 행사 진행중 촬영기자와 공보실 사진담당자, 그리고 회계과의 청소 용역하시는 분들입니다.
공보실 사진담당은 남성이니 쉽게 넘어갑니다만 여성 카메라 기자들은 난처합니다. 그래서 몸을 기울여서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회계과 주무관과 함께 테이블 하나를 빼고 통로를 만들자 했습니다. 자리가 부족하다면 미국 보안관 영화에 나오는 술집 테이블처럼 들고 판을 들어가서 다시 내리는 방식으로 만들자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작업을 해서 개선을 하고나니 회계과 소속의 여사님들이 크게 환영하십니다.
전에는 무거운 청소기를 들어올려서 작업을 하고 화분을 들이고 내는데 어려움이 컸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개선에 감사인사3를 하십니다.
공무원들도 내 소관이 아니고 어쩌다 한 번이니 불편해도 감수하자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훗날에도 교육자료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회의실 화면]
그 회의실에서 공무원 간부회의를 하다가 간부 10여명이 우르르 시장님 옆자리로 몰려옵니다. PPT 스크린이 회의실 2/3지점에 있으므로 일반안건을 토론할 때는 자리를 지키다가 PPT를 보아야 하는 경우 간부 대이동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시청 조직이 적을 때 설치된 화면을 인원이 늘어서도 이동하지 않고 PPT를 볼 때만 이동하였던 것입니다. 화면을 뒷편으로 옮기면 되는 일인데 간부들이 우르르 몰려다닌 것입니다.
관행이 굳어지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됩니다. 본래 소꼬리는 몸통에서 작동시켜서 중심을 잡거나 파리와 모기 등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므로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 하는데 꼬리가 움직여서 몸통을 흔들게 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한 번이라도 화면 뒷편의 간부가 화면을 보기위해 자리를 이동했다면, 회의장을 확충하거나 스크린을 뒷편으로 이동했어야 합니다. 왜 이리 불편한데 스크린을 이동하지 않았는가 물었습니다. 렌즈 촛점이 맞지 않았답니다. 그렇다면 렌드를 이동하든가 스크린을 키우면 될 일입니다.
스크린을 뒷편으로 이동하는 작업을 하면서 간부들이 왜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려서 화면을 보아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장님 기준 정면에 설치된 화면과 같은 화면을 좌우측 간부들이 정면에서 볼 수 있도록 추가 설치를 하였습니다.
시장님 자리에는 가까이 보시도록 작은 모니터를 책상 앞에 설치했습니다. 이제는 모든 회의참석자가 정면에 있는 화면을 보면서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회의실에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오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주차장 지름길]
오산시청 2층에서 뒷편 주차장을 내다보는 중에 흰 원피스를 입은 민원인이 주차장 중앙에 심은 조경수에 옷이 걸려서 고생을 합니다. 왼쪽에 걸린 옷을 정리하면 오른쪽이 걸리고 다시 가지에 걸린 옷을 정리하기에 큰 고생을 합니다.
주차장의 나무 잔가지에 옷이 걸린 이유는 이곳이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시청 주차장은 디귿자 형태의 길을 걸어서 본관으로 진입하게 설계되어 있고 지름길에 해당하는 곳에는 키가 작은 조경수를 심은 것입니다.
등산가서도 우회했다고 짜증을 내는 이를 본 바 있습니다. 누구나 빠른 길로 가고 싶습니다. 우회하거나 멀리 돌아가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설계자가 도면, 도상으로 보아서는 아름다운 주차장이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아무리 잘 된 설계라 해도 이용자의 편리성이 우선입니다.
주차장은 차량을 세우고 업무를 본 후에 다시 와서 차를 운전해 나가는 공간입니다. 업무시간 동안 차량을 보관하는 곳이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에 미적 감각이나 멋진 동선을 넣겠다는 생각부터가 설계자의 착오, 착각입니다. 청사의 공원이나 도심의 아름다운 공원을 설계할 때 상상하는 그림을 주차장에 넣으려 한 것이 큰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
주관적인 멋진 상상을 주차장이나 도로변 공원에 적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저 곳으로 길을 내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미국의 어느 대학 총장이 학생과 교수들이 잔디를 밟았다고 징계를 한다고 하는 서무과장에게 벌을 주기보다는 그 곳으로 길을 내는 것이 필요하겠다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지름길로 여기는 곳에 통로를 내자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큰 공사는 아닙니다. 양쪽에 지름길을 내기위해 주차장 사각의 짧은 길이만큼 나무를 봅고 경계석을 제거하고 주차장 사각에 人道(인도)표시로 흰 줄을 8개정도 그었습니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주차장으로 쓰고 9시가 지나서 민원인의 차량으로 만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주차공간이 됩니다.
함께 이 공사에 참여한 간부는 자신도 이 건물에 15년 정도 근무했지만 주차장 이동통로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몇개월 근무만에 그런 키포인트를 잡아냈다며 칭찬을 합니다.
사회생활의 모범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누구 한 명이라도 주차장의 불편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면 진작에 이런 개선조치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로 인해 다른 이가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닐까 늘 생각하면서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공직에서 6급 자리, 사무관 5급직위를 차지했으니 누군가가 와서 더 열정으로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무원은 물론 모든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대기업 CEO는 아침 저녁으로 신명나게 일하고 한밤중에 회의를 하고 손님을 만나 술자리를 하시고도 새벽에 세미나에 나가십니다.
사업을 하시는 자영업자도 새벽에 시작하여 밤 늦게 일을 마무리합니다. 그러니 공무원과 회사원도 열정으로 일해야 합니다. 그런 사명과 권리가 모두에게 있습니다.
공기관장을 선발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립니다. 3회 이상 회의를 하고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실시해서 뽑히는 자리이니 임기 2년동안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추진한 업무를 바탕으로 수년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필요한 일을 제 때에 해야 합니다.
경기도 파주시 지역의 통일로 중앙에 넓은 땅이 있습니다. 오래전에 정부가 이 토지를 사들여서 미래의 통일시대 남북 도로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어느 정책 결정자가 주변의 반대를 이겨내고 이룩한 성과입니다. 이 시대에 이 도로의 중앙선 여유 토지를 비난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경기도청이 광교로 이사를 했습니다만 1967년 서울에서 이사 올 당시에 팔달산 경기도청의 진입로가 2차로씩 왕복 4차선으로 공사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이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수원역에서 팔달문으로 가는 메인도로가 왕복 2차선이던 시절에 도청 진입로라고 큰돈 들여서 2차로씩 양쪽 4차로를 만드니 말 그대로 주작대로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그리 넓지 않은 도로인데 최근 도청이 이전하면서 인도를 늘리고 차로를 정비해서 아름다운 길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수원시에서 향토야시장이나 공연 등 문화의 거리로 꾸며나갈 수 있겠습니다.
안양의 어느 도로를 설계한 공무원은 과도한 공사라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하는데 안양, 수원 어디에도 넓어서 불편한 곳이 없습니다.
오늘의 투자가 미래의 가치입니다. 멋으로 치장하기 보다는 실용으로 나가는 기본 설계자의 기본자세가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활용성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합니다. 예술적인 부분은 어느정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되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카드체크기 개선]
행정기관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한 달에 한 번은 전체 회의를 합니다. 신문사에서도 매월 제2사회부 회의가 있어서 시군청이나 지역의 기관단체 출입기자들이 본사에 모여서 전화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정리합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실제 만나서 나눠야 그 의미를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을 처리하게 됩니다.
매월 한번 열리는 월례조회에서는 시민에 대한 중앙표창, 도지사 표창, 시장님의 상장을 드리고 공무원에 대한 시상식도 병행합니다. 더러는 훈장을 전수하는 행사도 합니다.
그 월례조회에 참석하는 것은 공무원의 임무이고 그래서 카드를 만들어주고 회의실 입구에 체크기를 설치하여 출석을 체크합니다.
그런데 그 출석체크기가 회의실 벽면에 설치되었고 회의실 문을 양쪽에서 열면 체크기는 공중전화 부스보다 작은 공간에 막혀버립니다. 1명이 찍고 돌아서서 나온 후에 다음 직원이 들어갑니다. 대략 350명이 카드를 찍으며 들어가야 하니 일시에 몰린 러시아워에는 50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선책을 연구했습니다. 체크기 갯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하철 들어가듯이 체크기를 벽이 아닌 입구 공간 책상위에 설치하고 양쪽으로 두줄로 들어가면서 카드로 체크하도록 했습니다.
사람이 들락거리는 방식에서 양쪽으로 카드를 빠르게 찍고 지나가는 형태로 바꾼 것입니다. 더 이상 병목현상은 사라졌고 원활하게 공무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월례조회 담당부서나 참석 공무원 모두가 늘 그러하듯이 벽에 붙어있는 체크기에 카드를 찍어서 출석을 알리고 회의실에 입장했습니다. 이 과정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몇명이라도 있었고 이에 대한 개선의견을 주무부서에 제시했다만 일찍 개선되었을 일입니다.
하지만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시적인, 잠시의 불편을 감수하니 이런 불합리한 절차가 관행적으로 반복된 것입니다.
간부가 1,000원어치 시간을 아끼면 부서는 100,000원어치 시간을 세이브합니다. 시장님이 월례조회에 5분 늦으면 500명이 5분씩 허비를 한 것이고 시도의원이 12시를 넘겨서 발언하거나 행정사무감사를 이어가면 공무원은 물론 구내식당 근무자, 인근 식당 종업원과 사장님도 그만큼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나의 크고 작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크고 더 큰 불편을 주고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 합니다.
네덜란드 저수지 뚝은 손가락 굵기의 구멍에서 시작되어 붕괴될 수 있고, 밤을 새운 소년의 손가락이 거대한 뚝방을 지켜내기도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