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모기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잠을 자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모기 한마리가 앵앵거리며 좌측 목, 오른 볼 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므로 여러 번 손으로 얼굴을 때리고 이불로 파리채 삼아서 모기를 쫓아보았지만 잡히지 않으니 속상해서 일어났습니다. 새벽 4시입니다.

[인터넷 글] 부아가 치밀어 갈팡질팡 오두방정을 떨고 나면 초죽음이 되면서 절치부심, 긴 밤 우두커니 뜬눈으로 지새울 것 생각하면 교감신경 줄이 한껏 팽팽해지는 것이…, 이 밤이여 어여 가라! 견문발검(見蚊拔劍), 모기보고 칼을 뽑는다?

 

 

 

 

어느 분의 글인가 재미있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고도 했습니다. 처서가 지난지 열흘인데도 아직 철부지 모기가 남아있습니다. 계절을 알지 못하면 철부지라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세상사 별로 안 써도 되는 말을 억지로 써서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부지도 그런 말중 하나입니다. 쓰잘데기 없는 일에 열중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름 열심히 하는 이에게 쓰잘데기 없다고 합니다. 사전에서는 '쓰잘머리'가 맞다고 합니다. 쓰잘머리란 사람이나 사물의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이라 합니다.

 

지구상에 모기가 필요한가 모르겠습니다. 생물학자는 먹이사슬이 중요하다 하겠지만요 새벽잠을 방해하는 모기가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모기가 어느 곤충을 먹고 어느 곤충에게 먹이가 되는지요. 곧바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없어도 좋을 것입니다.

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안을 날아다니면서 우리의 음식에 불편함을 주고 있으니 파리박멸, 모기박멸해야 합니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정치를 해달란 것도 아닌데 매일 방송에 나와서 나라 걱정은 안하고 자기네 이익만 챙기는 모습입니다.

 

진정으로 나를 버려서 국민을 구한다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만한 분은 정치자금 문제로 언론에 확산되자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즈음에 드라마에서 이 분 정치인의 스토리를 다룬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벽잠을 깨운 저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모기잡는 oo킬러를 들이대고 싶지만 아내가 곤히 잠자고 있으니 안될 일입니다. 아침까지 기다려서 방 정리를 한 후에 한방 갈겨야 하겠습니다. 옷장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모기를 처단할 것입니다. 나의 잠을 방해했지만 이만한 글을 쓰게 한 모기이지만 그래도 처단 대상입니다.

 

아마도 모기는 1년을 살고 죽을 것입니다. 요즘 들어서 글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만 인간은 그래도 80년 살고집니다. 모기는 매년 죽고 다시 나타나서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모기가 없는 나라를 생각합니다. 파리가 없는 국가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기, 파리보다 더 인간을 불편하게 하는 곤충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번 물리면 한 달간 고생을 하는 독충이 있었을 것이지만 인간이 싫어하므로 그것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 그러니 모기, 파리는 어느 정도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조건과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호랑이는 뿔이 없습니다만 빠른 발, 날카로운 발톱, 강력한 송곳이가 있습니다. 일 잘하는 소는 뿔이 있지만 그 뿔은 최소한의 수비용 장비일뿐 상대를 공격하지 못합니다. 호랑이와 사자에게 뿔도 있었다면 그들은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호랑이 조상, 사자의 선대들이 모든 동물을 잡아먹어서 먹이사슬이 끊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에 한 개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보니 기대한 만큼 알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욕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멸종시킨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호랑이가 강력한 힘이 있는데 뿔을 가졌다면 과소비로 인해 더 이상 먹을 것을 얻지 못해 자멸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재물이 쌓이기를 바랍니다. 돈을 벌어도 벌어들여도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벌이 탄생했을까요. 아니면 재벌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요.

만남은 인연이라고 한다. 얼마만큼을 전생에서 함께하여 그 결과가 이생에서 만남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지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디에선가 들은 이야기로서 불가에서는 커다란 돌 하나가 다 닳아 없어지는 동안의 세월을 1겁이라고 한단다.

 

불가에서 말하는 摩尼山(마니산)에가면 팔면체 주추돌 모양의 돌들이 많이 보인다. 강화 마니산을 가보신 분들은 산 중턱을 오르면서 마치 코끼리 다리를 뒤집어 발바닥이 하늘로 향하도록 한 형상의 기이한 암석을 많이 만나고 실제로 그 위로 걸어가게 된다.

이 돌중 四方八方(사방팔방) 1자(30.3센티미터)것을 볼 수 있다. 하늘에 사시는 신선이 지상의 세월로 3년에 한번 내려와 이 돌에 머물러 세상에 변고는 없는지 중생은 잘지내는지 지구의 질서는 변함이 없는지를 살핀다고 한다. 불과 몇초동안 둘러보고는 곧바로 昇天(승천, 예수가 부활한 뒤 제자들에게 나타나 40일 동안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하고 하늘에 오른 일)한다고 한다.

 

그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무명천으로 만든 버선발이 한번 스치고 올라갈 때 비단 두르마기 자락이 비벼서 이 돌이 닳게 되는데 이러기를 오랜 세월 반복하면 이 돌이 다 마모되어 가루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 세월이 1겁이라고 한다. 하여 시내버스 안에서, 또는 길을 걷다가, 아니면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이 옷깃을 스치게 되는데 그 인연에는 마니산 돌 몇 개는 족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윤회의 속에서 여러가지 동식물로 태어나 생노병사를 거듭하다가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하는데 더구나 동시대에 태어나 너는 여자, 나는 남자로 태어나 부부의 연을 맺기까지에는 참으로 깊은 인연을 함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1겁짜리 돌이 몇개가 필요할까. 대형 덤프트럭으로 여러번 부어주어야 부부의 연을 맺게 될 것 같다. 부부가 싸우지 말아야 할 첫째 이유인가 한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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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