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봅니다. 주춧돌이 서야 할 자리에 우물터가 있어서 그 위에 집을 지으면서 기둥 하나로 건물 중심을 떠받칠 수 있는 것을 여러 개의 보를 걸고 중간 목재를 걸쳐야 하는 경우를 봅니다.
물론 대부분 주춧돌 자리에 돌을 놓고 기둥을 세워서 건축물을 완성합니다만 더러는 기존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주춧돌을 이동하고 기둥보다 더 긴 보와 잘잘한 목재를 사용하게 됩니다.
부서장이 택시타고 사무실에 와서 관용차에 합승해서 출장을 떠나면 효율적인 것을 역방향 간부의 집으로 차를 가져가서 태운 후에 다시 그 길을 되돌아 러시아워에 걸려 고생을 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운전자는 더 일찍 집에서 새벽밥 먹고 나와서 1시간 가까이 공회전처럼 왕복운행을 하였던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취임하고 부단체장 인사도 7월중에 단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단체장은 물론 새로운 임지로 가시는 간부들은 가급적 공용차량이 역주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차량은 집앞에 차가 대기하고 승차하면 목적지로 달려가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니고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수행원이 수첩을 옆구리에 끼고 새벽잠을 쫓으며 이곳까지 달여왔음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간 간부들도 소속 간부들과의 회의나 출장에서 자신이 1천원을 양보하면 조직 전체에는 10만원의 효과가 있음을 마음깊이 새겨주시기 바랍니다.
현재의 직위는 누리는 권력이 아니라 조직에 부과한 의무이고 사명이라는 점도 가슴에 담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깨의 힘을 빼면 성공하는 스포츠가 골프라면 어깨에 힘주면 안되는 직업군중 하나는 바로 공직이라는 점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보내면 답을 해야 합니다. 자료를 보내주면 그것을 읽는 것을 우선하기 보다는 자료를 보내준 분에게 감사인사를 먼저 보내기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받은 자료에 집중하다보면 보내준 이에 대한 고맙다는 인사 타이밍을 놓치거나 아예 망각하여 큰 결례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이 같은 결례의 경우를 몇 번 겪은 바도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더러는 문자나 카카오톡에 등록된 모든 분을 지인이고 가까운 사람이라 자체 평가하고 혼사나 상사에 일괄 발송하는 경우가 있나 봅니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 상사시에는 상조업체에 장남, 차남, 며느리 등 모든 상주의 핸드폰을 털어서 '訃告(부고)'를 발송합니다.
일주일 후에는 또다시 一括(일괄)로 '감사의 글'을 보냅니다. 살면서 이런 무 대포, 무 경우의 상황을 두세번 맞이하게 됩니다. 큰 결례라고 봅니다. 무대포란 대포없이 전쟁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합니다.
최근에는 결혼축하금, 보의금을 보냈지만 감사의 문자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인터넷 기사에서 결혼, 상사시에 봉투금액은 5만원, 10만원중 어느정도 넣어야 하나요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5만원이면 감사의 문자조차 보내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 세상이 단순화되고 축약된다면 과거의 아름다운 전통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1984년을 전후해서 직장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 일주일 전에 복사지 반장으로 타자를 해서 각과의 문서함에 넣었습니다.
이 쪽지를 받은 서무담당자는 몇장 복사를 해서 원본은 과내 게시판에 붙이고 과장, 계장님께 드렸습니다.
금요일, 토요일에는 부서간에 누구의 결혼식에 봉투보내는 일이 아주 큰 업무였습니다. 요즘에는 이체방식이 다양하므로 하객이 직접 결혼식장에 가는 경우에만 현금을 전달합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혼주는 봉투를 보내준 분들에게 손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집 주소를 모르면 사무실로 보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귀댁의 대소사시에 반드시 연락을 해 주기를 앙청합니다. 특히 喪事(상사)를 몰라서 결례를 범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 글이 적힌 종이한장이 부조금으로 낸 3만원보다 커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추억을 소환해 보는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에게는 때가 있나봅니다. 100세를 넘기신 교수님이 강의를 하십니다만 60대에 돌아가시는 분도 많습니다.
각각의 건강이나 삶의 과정이 달라서 그러할 것입니다만 어느날 문득 늙고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후각이 가장먼저 마취되고 시력의 노안은 40세 전후부터 온다고 하니 이쯤에서 몸의 어느 한 부분에서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누구나 이나이에 당연한 일이라 봅니다.
하지만 문득 인간적 욕심으로는 영생은 아니어도 한 200년정도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략 80세까지 산다고 보면 15년이 남지 않았으니 그 안에 책 100권을 채워야 하고 아이들 결혼도 준비해야 하고 아내의 건강을 챙겨서 함께 장수해야 한다는 걱정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건강을 스스로 잘 챙기고 있습니다.
아내는 요즘 韓醫院(한의원) 선생님 말씀을 신처럼 따르고 있습니다.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일러주시므로 몇가지 음식은 식탁에서 퇴출시키고 새로운 식재료를 추가했습니다.
그것이 맞겠습니다. 대부분 추가되거나 강조하는 식재료는 채소이고 비타민 등 필수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것으로 봅니다. 비전문가이지만 그렇게 판단되는 음식재료를 사들고 옵니다.
전에는 가끔 부부가 마트에 가면 이런저런 식재료나 과일을 사겠다고 의견을 냈습니다만 다른 집도 그러할 것이지만 남편이 조리, 요리에 자신없는 식재료를 지목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자신있는 분야의 식재료를 집어들고 남편이 카트에 담은 재료는 여지없이 퇴출됩니다. 젊어서는 계산 직전 카트에서 퇴출되는 과자와 식재료에서 안타까운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반복적인 교육으로 이제는 카트를 밀뿐 진열대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더러는 차안에서 잠시 낮잠을 잡니다. 따라다니는 것보다 혼자서 긴 시간을 쓰면서 편하게, 스트레스 풀면서 쇼핑을 하라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아내의 장 보는 모습을 보면 같은 파 한단을 집어도 5단을 들춰봅니다. 가장 좋은 것, 신선한 것, 깔끔한 것을 선택했다는 자신의 보람찬 행동입니다.
남편에게는 신발을 하도 한번 신어보고 맞으면 그냥 계산한다고 핀잔을 줍니다만, 아내의 옷가게 행진은 이 세상 남편 99%가 어려워합니다.
대형 백화점을 층마다 돌고 9층에서 하는 말은 "옷이 없다"입니다. 매장에 옷이 저리도 많아서 아마도 총량을 계산하면 옷값으로만 3조원이 넘을 성 싶은데 아내의 눈에는 옷이 보이지 않습니다.
백화점에서 우리나라 아내들은 영부인, 중전마마, 회장님 사모님이시니까요. 매장에서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객이지요. 높을 高(고)자 顧客(고객)입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