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봉사활동을 다녀옴
아침6시30분에 공복으로 집을 나서니 아직 봄은 설익어 차가운 기운이 돈다. 경칩을 지나 청명으로 가는 절기라 하지만 주변이 어둡고 오가는 이들의 옷차림은 아직도 춥다.
오늘 우리는 밥을 푸러 간다. 밥퍼(Bab For/ 이 땅에 밥 굶는 이가 없을 때까지.... Dail = 다시 한번 일어서자)에 간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일행에게 물 한 병과 김밥 두 줄씩 배당되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차창밖을 내다보니 우리의 버스는 지지대고개에서 우회전하여 지방행정연수원 뒷산의 등산로 다리를 지나 용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나더니 서울 복판으로 들어간다.
버스가 주차한 현장은 서울 전철이 지나가는 시유지에 세워진 건물앞인데(청량리 쌍굴다리 옆) 노인 몇 분이 일찌감치 와 계신다. 11시반에 시작되는 ‘밥퍼’배식을 받기위해 9시반에 오셨다고 한다. 이분들은 아침을 거른 채 새벽을 가르며 달려오신 것이다.
청량리 인근에서만 오시는 분들이 아니라고 한다. 서울 여기저기, 경기도 남양주, 평택, 충남 천안 등 수도권 전철이 연결되는 곳에서 오신다고 한다. 전철망이 밥퍼 네트워크인 셈이다.
일행은 2층에 마련된 작은 회의실에서 ‘좁은 지하도에서 서로 등지고 급하게 밥을 먹었던’시절에서 시작하여 이제 널찍한 건물, 식당, 마당을 가지고 매일매일 서울, 경기, 인천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오시는 자원봉사자와 함께 밥을 퍼드리고 해외 여러나라에 나가서 밥퍼 봉사활동을 하는 현재의 모습을 설명해 주었다. CBS에 보도된 동영상인 듯 한데 과거 자료사진을 첨부하여 잘 편집된 내용이다.
이어서 참 후덕하게 생기신 주방장님이 작업반을 편성하시는데 얼결에 첫 번째 업무를 배당받았던바 밥솥과 찜솥, 기타 대형 그릇을 세척하는 일이었다. 반찬담당도 1,2,3이 있고 식기세척, 배식전달, 식탁정리 등 다양한 파트에 각각 임무가 배정되었다. 처음 세척팀은 임무가 없어서 반찬팀에 가서 양파썰기를 돕기도 하고 무채+파래도 버무리는 작업을 지원하였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배식이 시작되었다.
500명의 노인과 노숙자, 기타 사연이 있는 분들에게 밥을 퍼 드리는 이 큰 작업을 주관하는 분은 3명이고 전문 자원봉사자 10명, 그리고 우리 교육생 30여명이 전부다. 밥은 미리 전기로 뜸을 들여놓았고 된장국은 설설 끓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김치썰기, 양파썰기, 당근채, 마늘까기 등 주로 반찬 준비와 배식을 담당하였다. 화이트보드에 보니 오늘 자원봉사팀, 내일 오실 자원봉사단체명이 보인다. 매일매일 자원봉사자의 손을 합해 5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책임자가 사전 설명을 하면서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만나는 것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소감을 적어내고 봉사를 마치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웃는 모습이어서 참 좋다‘고 했다. 다양한 계층의 각양각색의 봉사자들을 매일 만나니 더러는 힘든 일이 있는가 보다. 우리끼리 보아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지극정성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였다. 긴 주황색 앞치마가 잘 어울린다.
장관도 다녀가시고 ‘션+정혜영 부부’는 ‘협력대사’로서 매일 10,000원을 모아 어느 날 봉사활동을 하고 365만원을 성금으로 낸다고 한다. 이 세상에 앞서서 좋은 일을 실천하는 분이 있고 이끄는 지도자가 있고 모범을 보여 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참 좋다.
밥퍼에는 다섯 마디 인사말이 있다. 1. 당신의 얼굴을 보니 밥맛이 납니다. 2. 그 말씀 들으니 살맛이 나네요. 3. 느낌이 참 좋습니다. 4. 제 곁에 계셔서 제가 행복합니다. 5. 하시는 일마다 잘 될 것입니다.
정말로 이곳 '밥퍼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은 모두 잘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본인이 잘 안됐다 생각하신다면 큰 재앙을 누군가가 막아주었을 것이다.
아침부터 오신 노인들이 식당 자리를 가득 채우자 질서있게 운동장으로 연결되어 구불구불 장사진(長蛇陣)을 이룬다. 참으로 질서있게 끈기있게 기다리신다. 배식판을 보니 밥의 양이 보통 식당의 1.5배는 되겠다.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아침은 거르시고 이 밥 한판으로 하루를 사신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퍼드린다고 했다. 조금 남긴 밥을 비닐 봉지에 담아가시는데 저녁에 드시거나 여기까지 못 오신 다른 가족이 드시는 줄 안다고 했다.
아! 그랬었다. 수십년동안 매일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밥을 참으로 당연하게도 잘 먹었구나. 세상을 이리도 모르고 살면서 밥이 되다 질다고 투정하고 반찬이 짜고 맛없다고 불평했구나. 설거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헛 살았나?
오늘 반찬준비에서 배식까지는 통상의 식사준비와 배식의 1/3수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식단을 짜고 장을 보고 재료 손질을 하는 등의 과정을 풀로 생각해보았다.
소감을 적는 용지를 받았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보았다. "6.25참전으로 3년을 전장에서 보낸 병사가 고향인 평택에 돌아와 보니 가족도 없고 의지할 곳 없어 머슴으로 30년을 살다가 65세가 넘으니 혼자 살게 되었다. 이제는 일할 힘도 없으니 새벽에 일어나 요금 안내는 전철을 타고 서울까지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내려갔다가 다시 새벽을 달려 ‘밥퍼’를 오가는 것이다."
밥퍼 관계자는 말했다. 오늘 오신 분들이 현장행정을 지휘하시는 분들이니 밥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오늘 식사를 하신 분 중 비교적 젊어 보이는 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분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이라 했다.
그리고 70노인이 90의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힘이 드시니, 70살 먹은 아들이 여기 와서 밥 한 그릇 먹는 시간이 잠시 정신적으로 피신하는 것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밥퍼측에서는 이분들에게 밥값으로 100원을 받는다고 한다. 돈을 내고 먹는 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하는 설명이다.
앞치마를 반납하고 장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으면서 올해안에 다시 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편하게 잠든 사이,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그 순간에도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수많은 필부필녀(匹夫匹女), 학생, 직장인들이 급식봉사에 나서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아내의 노고를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태어나서 지금 이 나이까지 밥해주신 어머니, 할머니, 숙모, 고모, 이모님을 머리속에 그려보았다. 거기에 더하여 9,900번(300일*33년) 점심시간마다 밥을 먹도록 준비해준 그 많은 식당의 사장님, 주방장님, 찬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제는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참 기분 좋은 감성을 늘리는데 정성을 모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부족했던 현장을 알고자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한 것임을 깨달은 바이다.
오늘 새벽에도 밥퍼 봉사자들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려갈 것이고 같은 시각 500여분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준비하는 한 끼니 식사를 향해 수만명이 기차로, 버스로, 또는 바쁜 구두소리를 내면서 급식소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홈피에서 복사해왔습니다.> 밥퍼나눔운동은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이 진정 사람다움을 회복하며 밥 굶는 이 하나, 없을 때 까지 더욱 많은 사람들의 참사랑 실천과 나눔의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벌이는 생명운동입니다. 밥퍼나눔운동은 다일공동체의 오늘을 있게 한 최초의 공동체 사역이며 뿌리입니다.
밥퍼나눔운동의 정신은 다일(多一)의 정신을 모태로 하고 있습니다. 꼭 같은 것이 없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양한 삶 속에서 ‘화해와 일치’를 위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다일의 정신은 물질주의,이기주의의 홍수 속에서 나사렛예수의 영성으로 聖 프란치스코가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을 함께 지켜가는 것 입니다.
오늘까지 하나님 함께 하심으로 구원의 역사를 더욱 넓혀 나가며, 지구촌의 밥 굶는 이웃을 살리는 밥퍼나눔의 필요성을 전세계 모든 백성에게 알리며 더불어 함께 실천하고자 합니다.
나눔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평화가 있기에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기다립니다. 밥퍼 사역에 동참 해 주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밥 굶는 이 이 땅에 없을 때 까지..........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