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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어느 장터에서 장사꾼이 장사를 시작했다. 이 창으로 뚫지 못할 방패가 없다. 잠시 후에 둥근 방패를 들고 나왔다. 이 방패로 막지 못할 무기가 없다. 창이든 칼이든 다 막아내는 튼튼한 방패라는 것이다. 그러자 구경꾼 중 한 명이 그럼 세상에 뚫지 못할 것이 없는 이 창으로 세상에서 막지 못할,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방패와 겨뤄보면 어떠하겠는가 제안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듣고 보니 말하고 보니 참으로 모순된 일이기 때문이다. 矛盾(모순)이다. 矛(창모)盾(방패순). 어처구니가 없다.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조부 김익순(金益淳)이 홍경래에게 항복하였기 때문에 연좌제의 의해 집안이 망했다. 당시 6세였던 김익순의 손자 김병연은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하여 숨어 지냈다. 후에 사면을 받고 과거에 응시하여 조부의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답을 적어 급제하였다. 그러나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벼슬을 버리고 20세 무렵부터 방랑생활을 시작하였고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공무원이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부서가 있고 적절하게 근무할 부서가 있는 것 같다. 기획부서, 예산부서,



  • 서무담당 집합!!!

    지금(2000년) 40대 후반 공무원이면 대부분 서무담당을 했다. 모든 조직에는 서무담당이 있게 마련인데, 그래서 계서무, 과서무, 국서무가 있었고 지금 총무과의 전신은 서무과였고 서무계가 있었다. 서무계속에서 서무담당이 있었을 것이다. 서무(庶務)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특정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런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다. 실제로 서무담당을 하다보면 그 업무의 한계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서무 담당자들 끼리 모이면 우리는 서무용 운동화 값을 1년에 2번 정도 받아야 한다는 농담이 오갔다. 우선 청내 방송이 나오기 전에 “딩동댕”하는 차임벨이 울리고 이어서 울려 나오는 말은 “총무과에서 알려드립니다. 각실·과 서무담당자는 지금 곧 숙직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지금 곧”이라는 말이 가슴 저리게 들렸다. 총무과 호출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또다시 들리는 방송은 “기획담당관실에서 알려드립니다. 각·실과 주무계 차석은 지금곧 기획담당관실 확인평가계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청내방송은 모든 사무실에 동시에 울리는 것일터인데 기획관실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는 몰라도 주무계 차석을

    • 이강석 기자
    • 2024-05-14 20:50
  • 군수되는 과장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이사 올 당시 공무원들도 이삿짐을 꾸려 수원으로 내려왔다. 우선 간부급 공무원들은 수원시내 허허벌판이었던 지금의 고등동에 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의 이사터는 최근에 새로 전철역이 생겨난 수원비행장 주변의 작은 평수의 양옥집이었다. 이곳으로 신혼 살림살이를 옮겼다. 수원비행장 주변으로 이사온 젊은 직원들은 그후 근무지가 바뀌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는지 이분들의 삶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등동으로 이사 온 간부들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거주했다. 우선은 도청과 가깝고 시간과 세월이 흐를수록 땅값도 오르고 따라서 집값도 뛰었으며 주변에 커다란 상권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연령과 계급의 도청 간부들이 고등동에 장기 거주하게 되면서 사모님들 간에는 선의의 경쟁도 있었다. 남편의 도청 계급이 중요해졌던 것이다. 도청이나 시군청에도 녹지회니 해서 간부공무원 부인들 모임이 있는데 그 서열이 남편을 따라가는 것으로 인해 불협화음이 있다고 해서 최근에는 모임이 거의 없애버렸다고 한다. 여하튼 고등동 사모님들은 남편의 출세에 늘 신경을 쓰게 되었고 요직으로 옮긴 남편의 보직을 정확히는 모

    • 이강석 기자
    • 2024-05-14 20:49
  • 수병과 서기관 군수의 만남

    옹진군청은 인천광역시에 있다. 옹진군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어 군청이 입주할 말한 큰 섬이 없어 지금도 군청이 인천에 있는 것 같다. 사실 양주군청이 의정부에 있었던 것과도 같은 연유일 것이다. 군청이 일을 하려면 공무원만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단체도 있고 설계사무소도 있고 건설회사, 작지만 문방구도 있어야 하니 섬마을에 군청이 이전한다면 효율적인 일처리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하던 군수가 군 개청이라 처음으로 옹진군 관내 작은 섬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섬마을에서 군수를 맞이한 것은 섬마을 주민에 앞선 해군 수병이었다. 배를 내려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던 수병은 군수에게도 신문을 물었고 군수는 공무원이라고 답했다. 수행비서는 멀 리가 심해서 배안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수병은 공무원증을 보자고 했고 군수는 순순히 증을 보여주었다. 수병은 공무원증을 보다가 혼잣말을 했다. ‘칫, 서기면 서기지 시기관은 뭐야!’ 이 수병이 근무하는 동안 섬마을을 방문한 가장 고위직 공무원이었으니 젊은 수병이 늘 만나던 공무원은 서기나 서기보이고 서기관은 처음 접했다는 이야기다. 보

    • 이강석 기자
    • 2024-05-14 14:47
  • 700년짜리 공무원

    요즘은 공무원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과거에는 현재보다 개인의 능력과 판단이 행정에 던지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컷던 것 같다. 90년대 공무원은 대부분 대졸자이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력이 장년층 공무원보다 젊은 층에서 강하게 나타나므로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특히 인터넷, 이메일, 그리고 IT를 통한 정보의 전달력은 과거 문서와 입을 통해 전달되던 정보 흐름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쉽게 말해 70년대에는 모든 정보는 32절 쪽지 몇장과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모두였고 별도의 정보흐름의 시냇물이 없었다. 당시에는 ‘쪽찌보고’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의 복사지 A4보다 작은 16절지를 반으로 잘른 종이에 타자를 쳐서 8장 복사를 한 것을 총무과에서 취합(종합)하여 도지사, 부지사, 기획관리실장,(경투실장 없었음), 내무국장(자치행정국장)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전달되었다. 요즘 여의도에서 돌다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다는 정보지(찌라시)만큼이나 궁금한 내용들이 들어있었고 많은 간부 공무원들이 이것을 보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해 간부들은 수준 높은 정보를 독점하면서 조직내에서 힘을 발휘했던 것이고 이 같은 제한적 정보의 흐름 속에서는 몇 가지 정

    • 이강석 기자
    • 2024-05-14 14:46
  • 면장님 '모가지'

    경기도 화성군에서 전해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 옛날 면장님은 별정직으로서 지역유지 중에서 적정한 인물을 군수가 임명하였고 별도의 임기는 없었기에 한 1년 하신 분도 있고 9년 하신분도 있었다. 그것은 그분의 역량이었고 내무과장을 잘 모시는 것으로 장수의 비결을 삼았다. 어느 날 군수와 면장이 닭볶음탕을 먹었다. 술잔이 오가고 본격적으로 닭고기를 먹는데 중간쯤에 닭꼬리 부분을 면장이 잡았다. 본래 닭 날개는 바람난다고 해서 가족들이 통닭을 먹을라 치면 아낙네들은 신랑이 먹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비둘기 고기를 아이들이 먹지 못하게 한 어른들의 지혜는 비둘기가 달랑 2개의 알을 낳아 2마리의 새끼비둘기를 키우기에 多産(다산)을 위함이었다고도 한다. 특히 닭의 꼬리 부분은 고농도 기름기가 있어서 아주 귀한 음식으로 삼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닭잡는 집에서 이부분의 고농축 기름끼가 몸에 나쁘다 해서 칼로 도려내고 있다. 다시 보충해 설명하면 물오리가 부리로 꼬리부분을 찍어다가 자신의 깃털 이곳저곳에 문질러 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물에 계속 뜨기 위해 고농축 기름을 바르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비싼(?) 기름끼 덩어리인 닭꼬리 부분을 잡은 면장이나 기

    • 이강석 기자
    • 2024-05-14 14:45
  • 강화군의 "내가면장!!!"

    강화군은 1993년경 인천광역시로 편입되어 경기도민에게는 도민적 아픔이 있고 아직도 강화군의 경기도 還元(환원)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강화군은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이다. 오랜 역사속에서 외우내환을 견뎌온 강화읍내를 가보면 이곳에서 고려를 느끼고 조선시대를 음미하고 열강이 한반도에 밀려들던 시절의 작은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런데 1970년대 이야기다. 젊은 군수가 내무부에서 낙하산으로 강화군수에 발령났고 신바람이 난 군수는 취임하자마자 읍·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면장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와 업무 지시를 하게 되었다. 그 순서가 “내가면”에 이르렀는데 전화를 받은 면장은 “내가 면장입니다. 아 예 군수님!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 군수는 자신이 젊어서 면장이 반말을 하는가 싶어 다시 한번 크게 말했다. “나 새로온 군수인데, 면장이시오?” “예! 내가면장이라니까요!” ‘제가 면사무소 면장 000입니다’라는 답을 기대했던 군수는 계속 ‘내가면장입니다’를 반복하는 면장의 응대에 속이 터져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이 신임 군수가 나중에라도 ‘내가면의 내가면장’임을 이해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보충> 안성시의 죽일면, 죽이면, 죽삼면이 있었는

    • 이강석 기자
    • 2024-05-14 14:44
  • 무서운 군청 공무원

    면사무소 직원이 군청에 가면 개인의 이름이 없어진다. 군청 직원들이 읍면 사무소 직원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이름을 알아도 이들에 대한 호칭은 소속 읍면사무소 명이다. “어이 전곡!!! (연천군 전곡면 직원)” “이봐 죽일!!! (안성군 죽일면 직원)” 그래도 자신이 전곡읍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고 죽일면(지금은 일죽- 안성이 시로 승격하였으니 달라졌을 것이지만) 직원인 것을 알아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이들 읍·면직원들이 군청에 회의가 있거나 보고서를 지참하고 가려면 군청 근처에 버스가 들어설 무렵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내무과 복도 앞에서는 잠시 옷 매무새를 살펴야 한다. 수험생이 자주 소변을 보는 것처럼 군청에 올라간 신참 읍·면공무원은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동안 마음을 진정한 후에야 군청 내무과 문을 열고 들어선다. 군청 내무과에는 행정계, 통계계, 복지계 등이 있었는데 당시 군청 행정의 중심부서는 바로 행정계다. 그 행정계에는 6급 계장과 7급 차석급이 2명, 8급이 2~3명, 9급과 기능직 등이 있는데 모두 9명은 될 것이다. 행정계장 자리 옆에는 소파와 큰 책상이 있는데 이 자리는 바로 ‘내무과장’이 일하는 곳이다. 사실

    • 이강석 기자
    • 2024-05-13 16:29
  • 레드테이프

    행정에서 불필요하거나 내부 조직을 운영하는데 치중하는 행정을 펴는 경우를 일러 전시행정이니, 레드테이프이라 하고 한자로 쓰면 번문욕례(繁文縟禮)가 된다. 1970년대 행정에는 형식에 치우친 이런 레드테이프가 많았다. 레드테이프(red tape)의 사전적 설명은 번거롭다, 규칙, 예절,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을 이르는 말이다. 실전에서 보면 기관장의 연설문을 매는 끈이 있는데 이것이 붉은색이었다. 그리고 기관장에 따라서는 연설문의 내용보다는 누구의 글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공무원들은 자신이 모시는 기관장이 선호하는 분의 글씨를 받기 위해 줄을 명필가를 초빙하고 여러 가지 대접을 하면서 글씨를 받았다. 특히 붓글씨로 쓰던 시대에는 먹을 갈고 글씨를 받고 붓글씨가 마르기를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급하면 선풍기를 돌리고 다리미로 다리고 부채로 부치면서 마른 수건으로 연설문의 물기를 말려야 했다. 그래서 공직 내내 글씨만 쓰다가 퇴직하신 분도 있고 글씨를 잘 써서 군수와 시장까지의 고위직에 빨리 오른 분들도 많았다. 한번은 농조 조합장 교육의 수료소감(소원수리)을 보게 되었는데 굵은 싸인펜으로 쓰신 글들이 예사롭지 않아 고참에게 물었다. “

    • 이강석 기자
    • 2024-05-13 16:27
  • 양수기

    봄철에 가물어서 물이 부족하면 양수기가 동원된다. 1970년대 읍면사무소에는 대일(對日)청구권에 의해 들어온 양수기가 20대 정도씩 배정되어 있었다. 창고안에는 양수기 고유번호, 상태 등이 적힌 꼬리표를 단 양수기들이 노랑색 페인트 옷을 입고 춥고 긴 겨울을 지내고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양수기와 짝을 이루는 것이 관정이다. 논 중간에 흄관을 묻어놓은 우물인데 피자를 반으로 자른 듯한 시멘트 구조물의 뚜껑이 있고 거기에는 철근을 ㄷ자로 구부려 만든 손잡이가 있다. 이 뚜껑은 아주 무거워서 초등학생 한 두명이 들기에는 버겁고 어른이 두 손으로 힘을 써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안전사고를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물은 노랑색으로 페인팅되어 있고 검정글씨로 코드번호, 채수량, 점검일시 등이 적혀 있다. 면사무소 담당자의 업무중 ‘관정·양수기’가 있는데 이것은 대개 토목담당이 맡게 되고 토목직이 없으면 농업직이 담당한다. 그리고 매년 군청으로부터 관정 정비예산을 받아 바닥으로 흘러든 모래와 자갈을 퍼내고 지상으로 나온 부분에는 페인팅을 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도청직원으로 구성된 듯한 합동점검반이 매년 읍면동에 점검을 나온다. 관정에 대한 점검은 뚜껑

    • 이강석 기자
    • 2024-05-13 15:57
  • 손재식 경기도지사

    1977년 봄. 자그마한 체구의 손재식 도지사. 그 유명한 민방위복을 곱게 다려입는 손재식 도지사가 한해 대책 현장 점검에 나섰다. 군청과 면사무소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단은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리는 장면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양수작업을 중단했다. 하천의 모래를 파내고 건수가 모이기를 기다려 퍼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중고생을 동원해 양동이로 물을 날라 모자리에 뿌린다. 당시에는 논농사는 곧 ‘안보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총성없는 전쟁이었다. 도지사가 통과할 예정시간이 임박해지자 공무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도청에서 도지사 차가 출발하면 군청으로 알려주고 군청에서는 면사무소로 연락한다. 그러면 면사무소에서는 부락당 1대뿐인 이장집 교환전화를 통해 알린다. 면직원은 이장집에서 오토바이로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으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와 도지사의 도착시간을 알리는 작전이었다. 임진왜란때 ‘M1소총’ 1정만 있어도 7년전쟁을 일주일 전쟁으로 쉽게 이겼을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당시 삐삐 1개만 있어도 이런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헛소리는 이 정도로 접고, 도지사가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는 연락이 오자 5마력 양수기는 힘차게 돌아간

    • 이강석 기자
    • 2024-05-12 23:14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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