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108배를 올리고 다시 한번 더 108배에 도전하였습니다. 정수리에서 흐른 땀이 가슴을 타고 배로 내려갑니다. 온몸에서 땀이 흐르는 것을 보니 여름이 멀지 않았나봅니다. 한겨울에 절을 하면 관절이 차갑다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노골노골해진 후에 허벅지 속에 뼈가 느껴지는 과정으로 절하기가 마무리됩니다만 늦봄, 초여름에는 80배에서 땀이 뭍어나고 100배에 이르면 주르르 흐르게 됩니다. 이마에는 땀이 벌벌 거리는데 이는 통통한 일벌이 꽃에 주둥이를 디밀고 열정적으로 꿀을 빨아먹는 형상을 상상해봅니다. 정말로 땀이 벌벌 나는 것은 마치 벌이 몸통을 흔들면서 꿀을 따는 모습과 유사하므로 그렇게 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땀을 벌벌 흘린다인데 더 강조하다보니 뻘뻘 땀이 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벌벌이든 뻘뻘이든 갯뻘이든 216배를 하고나면 온몸에서 땀이 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차분히 자리에 앉으면 새벽 맑은 호수위의 안개처럼 수많은 어휘와 단어들이 떠오르고 그물망 없이도 그 말들을 모아서 여기에 차례로 정리정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하기의 묘미가 있음을 강조하게 됩니다. 영화 마라톤에서 초원이는 코치선생님의 말
▧ 백령도에서 하루 더 白(백)翎(령)島(도)를 그냥 서해바다의 섬 하나로 생각한 것은 아주 송구스러운 일이었다. 백령도가 대한민국의 국토인 것을 알려면 정말로 그 섬에 가보아야 하는 것이다. 해방 후 갈라진 3.8선으로 치면 백령도는 물론 개성과 해주도 걸리지 않았던가. 다시 지도를 펴고 3.8선을 살펴보니 선 바로 밑에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가 보이고 3.8선 바로위에 해주가, 다시 3.8선 바로 아래에 있다. 백령도는 황해남도 장산곶과는 지척간이다.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6.25당시 치열한 전쟁으로 지켜낸 우리의 국토인 것이다. 백령도는 최북단에 홀로 떠있는 바다의 종착역이다. 맑은 날이면 몽금포타령의 무대인 북녘 땅 장산곶이 먼발치로 보이는 섬. 더 이상 북상할 수 없는 군사분계선을 머리에 인 채 서해5도 중 최북단에 홀로 떠있는 섬, 백령도 이곳은 바다의 종착역이다. 수정같이 맑은 바닷물과 고운 모래, 형형색색의 자달들로 펼쳐진 해안은 백령도의 자랑이다. 12월6일 오전8시, 일행은 1박2일의 여정으로 인천 여객터미널에 모여 ‘가고오고호’에 올랐다. 그리고 1시간20분 정도가 지난 9시20분부터는 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울릉도
▧ 행복한 제주도 #한라산 <2007. 11. 12- 11. 14> 삼다도 제주에는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했는데 바람은 심했고 돌은 많았다. 여자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산은 원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이 여성스럽고 들은 11월인지라 억새풀이 무성하다. 갈대와 다른 억새풀의 흰 꽃이 때마침 풍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 평화스럽게 일렁이고 있다. 아들딸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지만, 뉴질랜드 양처럼 제주도 말이 흔하게 보이지는 않고 한번 차창으로 몇 마리의 방목된 말을 보았을 뿐이다. 경마장도 있다하고 승마시설은 내눈에도 보인다. 길가에 검은색 돌로 쌓인 성곽안의 감귤이 풍성하다. 감귤의 계절은 모르되 수확이 안 되는 것인지. 듣기로는 감귤이 과잉 생산되어 수확하는 인건비도 건지지 못할 상황이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길가를 장식한 풍성한 결실이 보기에 좋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우리도 교육의 마무리를 위해 제주도에 온 것 아닌가. 제주시 연동의 황가네 뚝배기(064-713-8887)의 오븐자기뚝배기는 풍성한 주방장의 정성이 가득담긴 별미였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패류의 맛을 즐겼다. 성게
▧ 제천·안동 탐방기 #무작정 집 나서기 20대초 청운의 뜻을 품었던 그 시절에 왜 그 건물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다시 말해 면사무소 건물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가슴속 앙금으로 남아있는데 오늘 또다시 지난날에 대한 회한에 젖는다.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본 그 건물은 참으로 오래된 초라한 건물인 뿐인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면사무소 건물에서 근무한 것이 오늘이 있게 한 원천이고 뿌리의 일부이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동시에 27년이 지난 지금 그 건물보다 조금 큰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머물러 있는 자신을 돌이켜 보면 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새장 안에 장시간 머무는 것만 같아서 오늘 무계획으로 일상을 탈피하여 세상속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다. 가족들에게도 무전여행 비슷하게 어딘가를 훌적 다녀오겠다 전하고 출발한 나만의 여행이다. #수원역과 청량리역을 지나 제천으로 눈발이 내리는 가운데 설 명절을 맞은 수원역에 무작정 들어서니 귀성객의 파도가 넘실대고 저마다 고향에 대한 소망을 담고 열차를 기다리고 아직도 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선 것이 말 그대로 ‘장사진(長蛇陣)’이다. 긴 뱀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모습이다. 하지만 남행열차는 모두 매진이다
보여주기 위해 신경쓰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한다. 전시(戰時)행정이라면 을지연습 같은 전쟁상황을 가상한 행정훈련이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시(展示)행정이다. 사실 전시는 많은 이들이 미술품을 비롯한 작품을 보기에 편리하게 분류하고 눈높이에 맞추어 벽이나 공간에 걸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보기에만 좋게 자신들이 한일을 장황하게 자랑하기 위한 일들을 보고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전시(展示)행정의 표본은 참으로 많다. 언론에서도 수없이 지적하는 시민회관, 공설운동장을 비롯한 각종의 회관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들 시설도 시민과 군민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늘 재정을 이야기할 때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투자재원이 없다고 하면서 2-3년 내에 준공식 테이프를 자를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투자는 선호의 대상이다. 2-3년이라는 기간과 단체장의 임기(4년)는 묘한 연관성을 갖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전시행정은 작은 시설에서도 볼 수 있다. 등산로 비탈길을 가노라면 나무모양의 계단을 오르게 된다. 그런데 무늬는 나무인데 실제로는 시멘트와 모래, 자갈의 덩어리다. 나무는 쉽게 썩기 때문에 튼
비바람, 눈보라에 시계가 제로라는 말을 들은 바가 있습니다만 어느날 문득 생각제로를 느꼈습니다. 전에는 그냥 키보드를 잡으면 어떤 문장이 시작되고 30분안에 글 하나를 완성하기도 했는데 오늘 낮에는 키보드를 잡고 글쓰기에 도전했지만 한줄도 적어내지 못하고 들어왔던 파일의 공간마져 삭제하고 말았습니다. 지난날의 자만심인가 반성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생각의 인자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냥 백지상태로 정체되는 뇌활동의 마비를 겪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같은 증상을 나이 후유증으로만 돌리기에는 머슥함이 남습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 나이가 된 것인가 반성해보면서도 유명작가 중에는 70세 이후에 역사에 남을 작품을 집필한 사례가 여러번 있으니 이 또한 타당한 변명꺼리가 되지 못한다 할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최근들어서 글쓰기에 집중하지 않은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색 다른 업무에 열중하다보기 그리된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써둔 글을 바탕으로 가필해서 재활용하는 재미에 빠진 것이라는 점도 게으름의 이유이고 이를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청년시절, 장년시절에 맑은 호수의
자동 세차기에 라디오를 켠채 들어갔던 관계로 라디오 안테나가 부러진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생명이라는 평소의 신조를 잘 지킨 탓인지 아직도 새 안테나를 달지 않아 라디오를 듣는데 다소 불편이 있다. 관심 있는 기사나 토크쇼를 듣는 중 방송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고 지인과 함께 차를 탈 때 안테나가 부러진 것을 보고는 게으름을 꼬집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오는 날 아침 출근길에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자동차 윈도우 브러쉬가 올라올 때는 라디오가 잘 나오고 내려가면 칙칙거리는 것이다. 그래서 브러쉬를 고속으로 작동하였더니 라디오는 아주 정상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윈도우 부러쉬가 라디오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비가 와서 물에 젖어있는 브러쉬와 차량 외부가 도체가 되어서 전파를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예민한 전류로 생각되는 전파가 윈도우 브러쉬를 타고 들어와 자동차 라디오 음질을 아주 맑게 해주고 있다는 가정도 가능한 것이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처럼 보이지 않는 미미한 전파를 발산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상대방의 주파수에 맞는 초단파 전류를 보내 짜릿한 기쁨을 주는 이들이
<힘든 공무원 시절> 1960년대 신참 공무원의 9시전 임무는 철끈 40개를 마는 일이었다고 한다. 미농지를 잘게 썰은 후 손가락으로 비벼서 서류를 꿰매는데 쓸 철끈을 만들에 계장 책상에 10개, 차석과 고참의 책상위에도 각각 10개를 상납(?)해야 하는 것이다. 업무가 시작되면 기안지에 기안을 하고 관련서류를 첨부해 철해야 하는데 이때 문서 왼쪽 위를 송곳으로 뚫고 신참이 준비해준 끈으로 서류를 꿰매는 것이다. 그리고 서류철에 쓰이는 송곳의 손잡이는 6.25이후 이곳저곳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탄피였으며 기관총 탄피기 제격이었다고 한다. 얼마 후 행정기관에 스태플러(세칭 : 호치키스)가 보급되면서 신참의 ‘끈말이’ 사역은 사라지게 된다. 그후 또다시 문명의 기기인 계산기가 주판의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사과 상자만한 크기의 계산기가 있었지만 희소해서 한번 빌려 쓰려면 밤늦게까지 기다려야 했다. 복잡한 계산을 많이 하는 회계부서와 당시로서는 중요부서인 양정부서(쌀 관리)에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행정사무의 혁신적 기기는 복사기였다. 1970년대 후반에 읍면동에 목사기가 배치되면서 ‘인간복사기’를 대신하는 혁명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호적부
광교산은 넓은 가슴으로 우리 모두를 기다린다. 아침 버스를 타고 상광교에 도착하여 주변을 살필 것도없이 걸음을 재촉한다. 가파른 산행으로 가슴이 뻐근해지고 이내 등줄기에 온기가 불면서 등산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지난주 눈이 많이 내린 후 일요일 산행을 거슬러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는 것은 또다른 묘미가 있다. 우선 절터를 올라 약수터에서 사람들은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모두 같은 마음일 것 같은 중년층 남녀들의 다채로운 등산복을 보는 것도 즐겁고 서로 양보하며 줄서있는 그들만의 질서가 흐믓하다. 패트병 8개에 약수를 받아가는 이가 있어도 기다림이 편안하다. 많은 양의 물을 받기 위해 함께 보내는 휴식시간이 줄을 선 모든 이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좀 늦어면 어쩔 것인가. 빨리 간다고 해서 감독관이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광교산이 좋고 산행이 즐겁고 등산이 필요해서 온 사람들 아닌가. 그러는 중에도 줄 뒤에 선 ‘작은 병 들고온 청년’에게 패트병 2개짜리가 순서를 양보해 주고 시청에서 준비해 둔 현대식 표주박(스텐레스)에 물을 떠서 처음 본 나에게 주는 내 또래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심장의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올 즈음 다시 산행은
(금강산에 다녀와서, 1999. 7. 20) 금강산은 금강산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수 천년 이어져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봉우리 40곳을 보아야 금강산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데 겨우 두 곳을 일별하고 감히 금강산을 말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정이기에 글로 남겨보고자 하는 것이다. 1. 금강호 우리의 금강호는 동해바다 동해시 해안가에 선미를 남으로 하고 선수를 북으로 하여 금강산으로 통하는 동해바다 해안가를 조용히 열고 있었다. 50여년을 막았던 철조망은 푸른 파도속에 숨기고 10층보다 높은 거함은 뱃고동도 없이 북동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향한 곳이 남쪽인지 북쪽인지 동쪽인지를 알수는 없지만 우리는 지금 북으로 향하고 있다. 파도는 잔잔하고 하늘의 달은 뭍에서 본 그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화사하게 웃고 있다. 하늘이 맑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국토 삼천리 금수강산을 조용한 밤에만 내려다 보는 저 달도 어느 날부터 북으로 가서 3,4일 머물고 돌아오는 금강호와 그 형제들을 관심있게 보면서 좀더 많은 달빛을 쪼이고 있었을 것이다. 달은 인자하여 남에도, 북에도, 비무장지대에도 비추고 저 넓은 동해바다에도 미소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