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PC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행정기관의 정보화를 가늠하는 척도는 ‘1공무원 1PC’라는 용어로서 업무보고서에 등장하여 공무원 마음을 설레게 하던 때가 있었다. 초기에는 1개 국에 1대의 컴퓨터가 있을 뿐이어서 국 주무과 주무계에서 이 장비를 독점하였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중앙정부의 미래지향적인 블루오션을 실천하신 선배공무원이 있었음에 틀림이 없었는지 경기도청에 컴퓨터 1대가 보내졌다.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영화 부시맨을 보면 경비행기 조종사가 먹고 버린 코카 콜라병이 부시맨 마을에 떨어지고 이를 주워 야자수 열매를 두드리다가 나중에는 신주단지로 모셔지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에 콜라병이 등장한 것은 고도의 광고였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고에 취해서 밖에 나가서 그 코카콜라를 집어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에는 PPL(간접광고)이 포함되었다고 아예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컴퓨터라는 말을 해석해 보았다. 전자 회로를 이용한 고속의 자동 계산기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 물건은 통계부서가 써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통계업무 부서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숫자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무서운 기계를 피하기 위해 통계팀에 보낸 것이다.

통계담당관실에서는 이 컴퓨터를 받아 계산에 쓰기 보다는 워드프로세서로 활용을 했던 것 같다. 기계가 글씨를 인쇄해 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인쇄란 인쇄소의 활자만 가능한 줄 알았던 시대이니 더더욱 희한한 일이었다.

 

이리하여 이 기계가 기획부서로 보내졌다. 기획부서가 각종 보고서를 많이 작성한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들은 이면지에 초벌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 기계에 넘긴다.

이를 받은 직원은 한글로 워딩을 하고 중요한 부분은 한자로 바꾸어 준다. 1시간을 걸려 작성한 문서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고 한자가 틀리는 경우가 있어 수정해 달라며 넘기고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나서는 순간 다시 수정한 자료가 넘어온다.

 

아까 1시간 걸렸으니 이번에도 50분정도 걸릴 것이라는 생각에서 저녁 먹고 와서 보고서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때까지 컴퓨터의 저장기능을 몰랐다.

한번 작성한 원고를 출력하면 그만인 줄 알았다. 타자는 정말 한번 치면 그뿐이었다. 먹지를 대고 치면 3-4매 동시에 작성되는 정도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한때는 윗분들 눈에 잘 들어오는 활자체를 잘아하는 특정사 제품이 인기를 누렸으나 여러 가지 기능성에서 경쟁력에 밀리고 다양한 글자체를 보여주는 요즘의 컴퓨터로 발전해 왔다.

1인1PC의 시대에 근무하면서 업무가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국에 1대의 PC로 업무를 감당했던 선배들의 고충을 설명드린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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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