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영 회장님#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 태어나서』 정주영 회장님 인생을 읽고 나서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1998. 3. 10 1판, 1판증쇄 2020. 12. 7
정주영 회장님은 제가 태어나서부터 아는 분이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였다가 『이 땅에 태어나서』 라는 정 회장님의 일대기를 읽고서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건설, 서산만 간척 등 우리나라 개발시대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소 떼를 이끌고 방북하실 때의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세계인이 감동의 눈길로 보았습니다. 이 책을 정주영 회장님 혼자서 다 쓰신 것인지 참모의 조력을 받은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습니다만, 만약에 조력자가 있다면 이분은 정주영 회장님과 여러 해 숙식을 같이하면서 속마음까지 캐취해 냈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읽어보니 서산농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서산농장은 농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곳은 내가 마음으로 홀로 아버님을 만나는 나 혼자만의 성지 같은 곳이다. 소 1천700마리가 크고 있는데 매일 송아지 4마리가 태어난다. 아버님은 농사 지으시고 화전을 일구시는 한편 소를 열심히 키우셨다. 형제들은 어린 나이에 소 꼴 베는 일에 총동원되곤 했다.”
장남인 정주영 회장님은 아버지의 귀한 아들이었고 그만큼 사랑하셨다고 생각됩니다. 1900년대 유교식 자식사랑의 시대에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도 부모의 자식사랑은 지극정성이었다고 보입니다.
두 번 가출하시고 다시 소 한 마리를 팔아온 돈 70원을 들고 서울로 인천으로 진출하여 노동자로 출발하여 세계적인 기업을 이룩하신 분입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씀이 그냥 열심히 도전하라는 이야기로 들렸는데 책을 읽고나니 그 시련이라는 단어 속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담겨있는가를 조금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실패한 사업도 훗날에 도움이 되는 자산으로 삼으시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도전 정신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정주영 회장님의 철학이라 생각합니다.
이후에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소 건설, 중동진출, 서울올림픽 유치와 제5공화국 금강산과 시베리아 개발, 애국애족의 길, 현대의 정신을 읽는 과정에서 치열했던 1970년, 1980년대를 왜 ‘개발시대’라 칭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소를 팔아 가져오신 돈 70원을 몰래 집어들고 세번째 가출을 해서 서울로 올라와 덕수궁 옆에서 학원을 다니다가 아버님께 덜미를 잡혔습니다.
강원도 통천의 아산리에서 집안을 이끌라는 아버지의 영을 거역하는 도전을 감행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돼지 오줌보를 차고 놀다가도 대소변이 마려우면 집으로 달려와서 거름에 보탰다고 하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저도 여려서 어른들로부터 이 같은 말씀을 듣고 자란 세대입니다.
글 속에서 또렷하게 보이는 문장 不恥下問(불치하문)이라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질문은 상하가 없습니다. 박사도 후배에게, 전문가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깊이 파고 들어가는 의학박사님이 감기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장기간 일한 닥터가 경험의 힘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어렵게 완성한 교량공사가 훗날 내무부의 신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공사에서는 큰 손해를 보았지만 훗날을 위한 투자가 되었다는 긍정평가에 박수를 보냅니다. 1950년대에도 건설업계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로비를 하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소양강 다목적댐을 시멘트로 건설하자는 일본의 전략을 알아차리시고 인근의 풍부한 자재를 활용할 수 있고 보다 안전한 사력댐으로 설계를 변경하였습니다.
일본 기술자들은 시멘트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와야 하는 당시의 우리 실정을 잘 알고 시멘트 댐으로 이끌어 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력댐으로 설계를 변경하는데는 박정희 대통령의 응원이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서 시멘트로 만든 댐을 공격하면 쉽게 무너지지만 사력댐은 아무리 포로 공격을 해도 포탄이 떨어진 자리만 패일 뿐 댐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용기있는 건설사 CEO와 혜안의 정치인이 합작한 작품이 소양호 다목적댐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건설비 견적을 보면 건설부 650억원, 서울시 180억원, 재무부 330억원, 육군 490억원, 현대건설 280억원이었고 현대와 재무부의 견적을 합하고 분석하고 경비를 추가해서 330억원으로 출발했습니다.
터무니없는 서울시의 견적서는 평지에서만 공사를 한 공무원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근대에 건설한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시원하게 뚫린 터널이 많습니다. 이를 看過(간과)한 서울시 공무원의 판단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당시에는 트럭기사가 대통령보다 쎈 사람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타고 온 짚차도 토사를 실어 나르는 트럭에 길을 내주었다는 일화를 보고 대통령도 대단하고 트럭 기사도 엄청난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널공사에서는 조강시멘트를 이용하였습니다. 큰 비용이 들지만 工期(공기)안에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합니다.
조선소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영국 은행가를 설득하였습니다. 영국보다 조선이 선박 제조에 앞선다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182쪽 2번째 줄의 ‘홀좌석’은 ‘술좌석’의 오타인가 생각합니다.
술좌석에서 태완선 부총리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조선소가 잘 안될 것 같다는 걱정을 말하자 술잔을 내리치며 싸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합니다.
눈치없는 관료가 더러 있기는 한가 봅니다. 하지만 당대는 물론 이후에도 국책사업에서 아니면 ‘아니다’라고 말하는 관료가 필요합니다.
조선소를 준공하는 날 선박 2척을 건조하고 명명식을 했다는 사실은 세계 조선사에 다시 들을 수 없는 멋진 일입니다. 조선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배를 건조하는 용기와 과감성을 이 시대 대한민국 공무원이 배워야 합니다.
저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남편은 건강검진에서 대장과 위장의 시술을 받았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산문화재단의 독후감 행사도 2021년 2월4일에 아산병원을 방문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산병원에 가면 반드시 정회장님 동상 앞에 가서 인사를 드립니다. 남편은 정회장님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기도 합니다. 개그맨 최병서씨가 하는 대로 비슷하게 합니다.
아산병원은 전국에 9개가 있고 총 4,326개 병실이 있다고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후에 더 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8년 기준 자료를 검색해 보니 4,453 병실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올림픽유치를 위해 정주영 회장님이 직접 나섰습니다. 고작 3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는 투표에서 52:27로 일본 나고야를 물리치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하였습니다.
일본 나고야는 비싼 시계를 선물했지만 정 회장님은 여러 번 꽃다발을 위원들의 방으로 보냈습니다. 아내들이 좋아하는 꽃을 보내니 남편인 IOC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략이 통했던 것입니다. 1988년 올림픽은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서산간척지는 여의도의 33배 면적입니다. 배를 이용한 간척공사의 마무리는 큰 뉴스이며 뉴스위크, 타임지에서도 크게 소개하였습니다. 수 년전에 우리 부부가 다녀온 바 있습니다만 책을 읽고 나서 다시한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고 기업이 없으면 일터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없으면 국민이 없고 국민이 없으면 나라도 없고 국가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정회장님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가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온 국민의 진취적인 기상, 개척정신, 열정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시고 그것이 ‘기적의 열쇠’라고 평가하십니다.
부하직원에게 엄격하되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셨습니다. 정부와 협력하되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정권의 부당한 처분을 감내하면서 세계속의 기업으로 이끌어 내셨습니다.
아산 정주영 회장님. 峨山(아산)은 首丘初心(수구초심) 강원도 峨山(아산)리입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로 의료사업, 사회복지지원사업, 연구개발 지원사업, 장학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게 살아보았고 기업을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만나고 함께 기업발전을 위해 노력한 근로자, 임직원,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복지재단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한 현대의 역사, 기업인, 휴머니스트, 전략가 정주영 회장님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의지가 이처럼 수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행복을 주고 국가의 정책을 이끄는 힘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 『이 땅에 태어나서』를 다시 한번 정독하고자 합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