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크스랩]
현재의 신문방송 스크랩 기술은 첨단입니다. 신문 스크랩은 화면에 들어가 원하는 기사를 크릭하면 곧바로 그 기사문만이 다운되어 편집하고 게시판에 올리고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습니다. TV방송내용도 인터넷 기사를 다운 받거나 아예 동영상을 내려 받아 보고서로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시대이고 시공을 초월하는 첨단 과학의 시대입니다.
하지만 1988년에는 종이신문과 TV방송, 라디오 방송이 주류였고 대부분 아나로그 방식으로 스크랩을 하여 보고서로 제출하였습니다. 공보실 직원들은 아침 7시 전후에 출근하여 신문 한 아름을 안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신문별 담당이 있어서 1면부터 32면까지 살펴 경기도에 대한 기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스포츠면에 '경기'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를 보고도 '경끼'를 하는 것입니다. 초임 공무원은 스포츠면 '경기'가 나온 기사를 칼로 오려온 경우도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경기도 관련 기사를 모두 찾아내 정리하고 나면 이번에는 TV보도내용을 적어야 합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TV내용을 전해주지 못하므로 뉴스가 훅~~~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VTR실이 있어서 녹화된 부분을 찾아내야 하지만 당시 스피드가 생명인 상황에서 다시보기를 튼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TV뉴스는 전날 저녁 9시40분경 나오기도 하고 대형사건 터지는 날은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는 수도권뉴스를 열심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공중파 KBS, MBC가 9시에 뉴스를 하고(MBC는 8시로 변경) SBS는 1시간 빠른 뉴스라면서 8시에 시작합니다. 이 시간대가 공무원이 저녁을 먹거나 소주한잔 하는 타임 입니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여 KBS를 봅니다만 가끔은 주인집 아들 녀석이 EBS로 만화를 공부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리하여 남편 술 먹으며 KBS 보는 시각에 아내는 MBC를 모니터링 합니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KBS아침 뉴스가 진행되는데 사무실 도착 즈음에 수도권뉴스가 나오므로, 즉시 집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아침 뉴스내용을 받아 적어야 합니다. 1990년 윤OO 계장님은 저의 아내도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사무실 직원이라면서 저녁을 사주었습니다. 직원 야유회 에도 아내만 초청받았지요.
그래서인가요, 요즘에도 뉴스에서 행정소식이 나오면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 카카오톡에 알려줍니다. 30년 전 습관이 지금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젊은 시절부터 엄청난 내조를 받은 바라고 생각합니다. 아침 뉴스는 대부분 챙겨 주었고 3개 방송이 수도권 뉴스를 내보내는 시간대도 대충 감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쯤해서 에피소드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시는지요. 1988년경에 임사빈 지사님이 '임두목', '임꺽정'이라는 별칭으로 우직하게 멋지게 도정을 이끄셨지요. 그날도 15명 정도가 열심히 아침 스크랩을 완성하였습니다. 표지, 목차, TV보도내용, 중앙지, 지방지 순으로 정리한 스크랩을 비서실에 보냈는데 표지에 늘 임사빈의 "빈"자를 써줌으로써 스크랩이나 보고서를 읽으셨다는 싸인을 하시는데요 이날 스크랩의 "빈"자가 아주 크게 휘갈려졌습니다.
이유인즉 잘 정리된 스크랩 표지가 거꾸로 편철된 것입니다. 표지를 잡고 싸인을 하시면서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거꾸로 편철된 것을 보시고 싸인펜이 휙~~하고 휘갈겨진 것이지요. 그날 하루 종일 문화공보담당관, 보도계장, 차석 등 모든 공무원들이 마음이 싸했습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쥐구멍에 들어가거나 몇 사람은 귀양이라도 갈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되신 임 두목 임사빈 지사님은 이후에도 공보실 근무자들을 지극히 격려하시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임 지사님도 내무부에서 언론인들과 냉면대접으로 소주맥주를 드시던 임꺽정이었으니까요. 공보관을 떠나 국장으로 가도 기자들이 문전성시였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1988년이 얼마전 같은데 이제 따져보니 제나이 30대였고 이제는 50대 후반입니다. 하지만 스크랩에 대한 기억은 늘 생생한 몇 년전의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습니다.
![신계용 과천시장의 기자회견 모습 [2025년]](http://www.newsform.net/data/photos/20250521/art_17479896160246_0f8c7a.jpg)
[통신기자와 신문방송 기자]
언론사는 물론 일반 네티즌에게도 기사를 제공하고 수수료 성격의 기사비용을 받는 회사를 통신사라 하고 그중 현재의 연합뉴스는 '연합통신'이라 불렀으며 약칭 '연통'이라 해서 기사에서 연기가 난다는 농담을 하곤 하였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연기가 나가게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마른 나뭇가지를 태우면 흰 연기가 나고 청솔가지를 넣으면 검은 연기가 나는 것입니다.
콘클라베(conclave)는 교황 선출과정을 말합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용지를 태워 나오는 연기로 외부에 결과를 알리게 되는데 검은 연기는 미결,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뜻입니다. 즉 연통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면 연료의 재질을 알 수 있듯이 연합통신의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중요기사를 포괄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 기자는 일반 신문사, 방송사의 마감시간보다 일찍 기사를 보내야 하는 의무와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서 참으로 부지런한 발걸음을 보입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기사자료를 얻기위해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기자실 자리에서 하루종일 자료와 씨름을 하는 모습에서 신뢰감마져 보입니다.
여러 유형의 언론이 매일매일 기사를 받아 쓰고 있으므로 딱히 마감시간을 정할 수는 없겠으나 신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통신사가 오후 4시까지는 마감해 주어야 저녁 편집회의에 최종 정리정돈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통신사 기자들은 10분이라도 먼저 기사의 핵심을 잡아야 하고 긴급사안일 경우에는 제목이라도 올려야 하는 속보성에 생명을 걸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공보실 근무자는 가장 먼저 통신사에 기사를 올리려 합니다. 언론의 관을 받지 못하는 작은 보도자료도 통신사에 올리면 각 언론사 데스크에서는 통신보다 기사보고가 늦은 각 기관 출입 기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그리 하는 것 같습니다. 사건사고도 그러하거니와 기관장의 기자회견이나 중요 정책의 발표에 대해 초동 보고를 하여야 하는 것이 출입기자들의 숙명입니다. 그리고 본사 데스크와 현장기자를 연결하는 끈이기도 합니다.
일단 통신에 기사가 올라가면 여러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옵니다. 이때부터는 편안하게 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각 기관에서는 중요 보도사안이 있을 때에는 통신사 기자에게는 미리미리 큰 제목이라도 사전에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통신사 기자들은 전국망이기도 하고 아주 여러 명의 기자들이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여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취재처에서 사전에 전화로 알려주면 큰 도움이 되는 입장인 것입니다.
사실 취재원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서 취재원은 무궁무진 합니다만 통신사 기사를 바탕으로 지방지가 기사를 시작하기도 하고 중앙지도 통신사 기사를 인용하여 우선 인터넷에 올리기도 합니다. 지방지 기사는 다시 중앙지 기자의 취재원이 되고 때로는 중앙지가 特種(특종)한 기사를 지방지가 다시 싣기도 합니다. 반대의 상황도 발생하는 것이 언론시장의 다반사인 것입니다. 오늘도 통신사 기자들은 새로운 기사를 찾아 이러 저리 안테나를 돌리고 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