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 기자실

2004년 당시의 도청 기자실은 참 복잡한 미로였습니다. 中央紙(중앙지) 방, 地方紙(지방지) 방, 地方(지방)2進(진) 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방은 일단 문을 열면 작은 방이 있고 다시 문을 열면 본방이 나오는 구조 였습니다. 언론인은 지금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중앙지와 지방사 1진 방, 2진 방에서 50여명이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도지사는 물론 부지사, 국장, 과장 등이 현안사항을 설명할라 치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3번 반복해야 했습니다. 즉 지방1진 방, 지방2진방, 중앙지 방을 각각 돌면서 설명회를 해야 했습니다.

어떤 경우는 기자회견 급 발표를 3번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화 중에 나온 질문의 포인트가 다를 수 있으니 다음날 보도를 보면 서로 핵심과 주제가 약간 혼선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이리하여 브리핑 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많은 언론인들이 일괄 발표하는 별도의 방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실은 그냥 넓게 쓰면서 브리핑 룸이 설치되는 것은 누구나 찬성할 일이겠지만 현재의 공간에서 면적을 짜내어서 브리핑 룸을 만들고 기자실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대로 창고형태로 버려진 면적을 조상 땅 찾듯이 찾아내는 것으로 일부 면적을 보충할 수는 있겠으나 최소한의 면적이 필요한 브리핑 룸을 만들고 남는 면적으로 기자실을 꾸미는 설계를 찬성할 언론인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공사는 시작되었고 중앙-지방은 현재의 면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커서 그대로 두기로 하고 지방지 쪽의 숨은 면적을 찾아내어 브리핑 룸을 꾸렸고 결국 중앙지 방 쪽의 벽을 철거하고 새로운 브리핑 룸 벽을 세우는데 한 5cm 정도의 각목을 세우는 미세한 공사에서도 각목이 지방지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와서 결국 중앙지는 단 1㎜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에도 경기도청 중앙지 방은 2004년 당시의 모습과 그 면적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앙지방도 좁다고 하겠지만 지방지 방은 인원이 늘어나도 더 이상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사과정에서 지방지 방도 모두 털어서 취재용 책상을 배열하는 것으로 준비되었으나 기존 기득권이랄까 그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안쪽으로 소파 방을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를 결정한 것은 공보관실 책임자이신데 개인적으로 새벽에 잠에서 깨어 갑작스레 결정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단 브리핑 룸이 마련되니 공무원은 편안해졌고 지방지 방에 책상을 마련하지 못한 언론인들이 브리핑 룸에 노트북을 놓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브리핑 룸에도 전화기를 놓았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브리핑 룸은 끽연가들의 담소장소가 되었고 요즘에도 일부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도지사님이 정책을 발표하시거나 현안을 이야기하시는 장소로 브리핑 룸이 활용되니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고 보람도 있다. 어느 날 부지사님께서 앞으로 브리핑 룸의 활용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우선 브리핑 룸에서는 다음 사항을 제한합니다. 정치 활동은 금한다. 정치인의 출사표를 발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 모든 정치인들은 정치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을 사용하고 있다. 둘째 개인민원은 안 된다. 발표시 구호제창이나 피켓은 금한다. 다만 프랙카드는 사전에 협의한 경우 게첨이 가능하다. 발표자는 5인 이내로 한다. 객석에 개별적인 참석은 가능하다.

그런데 몇 달 후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도청 브리핑룸으로 왔습니다. 아마도 언론인들이 한번 도청에 와서 기자 회견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어야 기사가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직원이 마이크장치를 관리하는 열쇠를 가지고 밖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조명은 가능하니 켜놓고 마이크 없이 출마발언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일부 언론인들은 공보관실은 마이크를 켜라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모른 척 했습니다.

그 다음 주에 다른 당에서 또 왔지만 대우는 같았고 결국 모든 정치인들이 더 이상 도청 브리핑 룸에 오지 않게 되었고 의회는 진정한 정치의 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모든 정치적 발표는 의회 브리핑 룸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브리핑 룸은 기자회견장 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좁다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도 음향장치를 해서 방송기자들은 뒤편 벽면에 마련된 코드에 연결선을 끼워서 음향을 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브리핑 룸 빽드롭은 6년 동안 당시 정00씨가 설치한 그 문양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빽드롭을 그냥 보면 평범한 듯 보이지만 나중에 TV화면을 통해 보면 약간 돌출된 듯 보이고 야광처럼 돋보입니다. 마치 방송국 뉴스 룸을 그냥 보면 평범한데 실제방송에서 보면 우람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도청 브리핑 룸은 이제 조금 업데이트가 필요 해졌습니다. 노트북을 쓰는 기자를 위해 무선네트워크를 좀 더 보강해야 할 것 같고 전기코드를 보강하고 조명도 새롭게 설치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인들도 사건사고에만 치우치지 말고 경기도청 기자실을 10수년째 쓰시니 가끔은 도정기사도 취재해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본사 데스크에서 짜르고 편집하는 것이야 도청 대변인실에서 대처 할 일이고 일단 일선 기자가 기사를 올려주어야 되든 말든 도정홍보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지만, 이리저리 해서 한 11년 동안 이 브리핑 룸과 사무실을 오간 지난 공직 근무기간이 약간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일말의 책임감도 있고 해서 언론인들이 이 글을 읽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나름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중국 역사속의 어느 새가 모래알을 물어 양자강을 메우다가 죽었다는 고사처럼, 아니면 팔탄면사무소 근무 때 기천리 이장님이 늘 말씀하시던 “너의 지금 행동은 마치 개미가 느티나무를 흔드는 격이다” 즉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상기하면서도 8전9기 경기도 김포 국회의원님의 심정으로, 4전5기 홍수환 선수의 챔피언 정신으로 한 줄 써보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