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조문#게스트룸#SRT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자주 뵙는 어르신의 모친께서 95세에 별세하셨다는 단톡방 전갈을 사당 전철역에서 받았습니다. 즉시 아내와 의논하여 함께 가자 했습니다. 하지만 7001번 버스안에서 아내, 딸과 수십번의 카톡을 통해서 표를 구하기 어렵고 1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빠만 조문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예매를 하고나니 시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동탄에서 SRT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수서에서 출발하여 동탄, 지제, 대전, 대구, 울산을 거쳐 부산역에 이르는 고속철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SRT는 주식회사 SR이 운영하는 민간투자사업 고속 열차.

 

2016년 2월 1일, 수서-평택고속선의 운영회사인 SR은 한국철도공사가 사용하는 고속철도 브랜드명인 KTX를 사용하지않고, 'SRT'라는 독자 브랜드명을 사용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SRT는 ㈜SR이 운영하는 열차(SR Train)이자, 시속 300km/h로 목적지까지 빠르게 운행하는 'Super Rapid Train'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딸과 엄마가 승용차를 타고 동탄역에 내려주어서 인사를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3번인가 타고 지하에 지하로 내려가서 예매시각의 기차를 기다립니다.

 

선행차량 한대를 보내고 순서가 되어 승차를 하였는데 차량시설이 약간 연식이 지난 듯 한데 처음 타보니 그동안 문명에 가까이 가지 못한 분야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KTX처럼 SRT도 참으로 빠른 기차입니다. 어느 순간에 오송을 지나고 대전을 거쳐서 대구에 다달았습니다.

 

동탄에서 18:55분에 출발하였고 부산에는 21:18분에 도착했습니다. 2시간23분만에 동탄에서 부산역에 당도한 것입니다.

 

아마도 승용차를 운전했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3번 휘고 저녁 먹으면서 5시간정도 걸렸을 거리인데 직선에 앞차가 없는 레일을 시속 300km 속도로 달려가니 중간역 정차때문이지 원스톱으로 달린다면 1시간반 안에도 가능한 일이겠습니다.

 

부산에 도착하여 빈소가 있는 동아대학교로 버스를 타고 가서 조문을 하였습니다. 늦은 시각이지만 큰 회사의 CEO이시고 형제와 손자손녀가 장성하신 집안이므로 복도까지 조문객과 상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접 챙겨주시므로 약간의 식사를 하고 20분정도 대화를 나누고 10시경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요즘 상가는 밤 11시 이전에 상주들 모두를 퇴근시킨다고 합니다. 과거처럼 조문객들이 밤새워 화투놀이를 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부산역에 돌아와서 낮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올라갔습니다. 5층 계단을 올라가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컴컴한 방안에 2층 침대 2개가 있습니다.

 

이미 2명이 자리를 잡고 한 사람은 잠이 들은 듯 하고 다른 이는 작은 등을 켜고 책을 보고 있습니다.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를 두번정도 속삭였지만 답이 없으므로 가운데 들어서서 안녕하시냐 인사를 하니 불켜진 침대에서 빼꼼하니 목을 내밀고는 '잉그리시!!!'라고 합니다. 외국인이라는 말인 듯 여겨지므로 굿애프터눈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컴컴한 방안에서 남은 한자리에 짐을 넣고 잠옷을 갈아입고 누워서 잠을 청하였지만 평소에는 자주 쉽게 찾아오던 졸음이 싹 가시고 정신이 말똥소똥합니다.

 

그런데 피곤한 몸이 자리를 잡은 그 이층침대 윗층에도 손님이 있습니다.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는 알수 없는데 기침소리로 분석하면 한국 분인듯 보입니다. 바스락거립니다.

 

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는데 그 파동이 이층침대 아래에 누워있는 사람에게는 바시락거리면서 침대가루가 떨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대략 30분을 그 바스락거림에 신경쓰면서 고생을 했지만 어느 순간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2시입니다.

 

평소에서 새벽에 잠에서 깨는 습관이 있습니다만 예정에 없는 상가조문을 위해 부산까지 달려왔고 윗층 사람의 바스락거림에 신경을 쓰다보니 예민해졌나 봅니다. 불을 켤 수도 없으므로 그냥 이어폰으로 듣던 강의를 3번, 1시간 반분량을 들으면서 기다렸습니다.

 

평소 집에서 잠을 자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는 이처럼 열악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봐야 알 것입니다. 그리고 부산역 광장에서 어제저녁과 새벽에 만난 노숙인의 하룻밤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4시반경에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부산역 주변을 두바퀴 돌면서 해장국집을 찾아 보았지만 주변에 문을 연 식당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역사로 들어가니 매표소에 여성 한 분, 남성 한 분이 근무중입니다.

 

스마트폰의 티켓을 보이고 6시50분을 빠른 기차로 당겨달라 했습니다. 5시35분으로 바꿔주면서 수수로 500원을 받습니다. 표를 바꾸고나니 곧바로 탑승시각입니다.

 

부지런히 걸어내려가서 정차 대기중인 SRT의 열차번호를 확인하고 출발시각을 대조한 후에 1호차 자리에 앉았습니다.

 

긴장감과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10분정도 눈을 감고 쉰 후에 차가 움직이므로 눈을 떠보니 이제 부산역을 출발하여 평택 지제역으로 향합니다. 어제 온 길을 다시 거슬러 가니 울산, 대구, 대전, 오송, 지제역을 거쳐서 동탄, 수서로 달려갈 것입니다.

 

평택시의 지제역에 도착하니 평택평야의 드넓은 자리에 고속열차 레일이 있고 저만치에 경부선 철도길이 있습니다. 좀 걸어서 지제역의 지하철 1호선에 올랐습니다.

 

오전 7시50분경입니다. 부산에서 지제역까지 달려왔는데 지제에서 수원역으로 가는 전철은 빨리 달리지 않습니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 가고 여러 역을 정차합니다.

 

평택구간 3곳, 오산, 세마, 병점, 세류를 지나 수원역에 내립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지만 그냥 전철을 환승하기로 했습니다. 출근시간이므로 분당선도 만원입니다.

 

세류역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고보니 매탄권선역까지 가기보다는 그냥 수원시청역에서 하차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수원시청역에 내리니 공기가 상쾌하고 마음도 편안합니다. 그런데 배가 고픕니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딸이 챙겨준 우유 한 팩을 마신 것이 아침식사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집에 들어와 아내표 계란후라이, 요거트, 호두 등 몇가지 간식을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제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대략 15시간을 긴장과 잘잘한 사건속에서 보냈습니다만 대과없이 차분히 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부산역에서 노숙자 3분을 만났고 새벽에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마구 돌아다니다가 1시간반을 더 기다리기보다는 표를 바꿔서 서둘러 승차하고 환승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교통시설이 좋아져서 어제 저녁에 출발하여 조문하고 새벽차로 아침시각에 돌아와 간식을 먹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준비한 숙소에서 불편한 새벽잠을 자고나니 평소 집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잠을 자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가족과 아내의 소중함을 새겨둡니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 애쓰신 모든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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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