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여행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 회갑여행 ▤

퇴직 후의 행복한 가족여행으로 회갑여행을 결정했습니다. 토요일에 4식구가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원도 북쪽으로 가려했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강릉으로 변경했습니다.

아이들은 일단 수영장 당첨된 표가 있으므로 오후 3시까지 신나게 놀고 다시 만나기로 했고, 부부는 인근 38km지점의 월정사와 상원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여주를 지나던 중 고속도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30분정도 지체했습니다만 달리고 달리면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도는 모든 곳으로 연결됩니다.

 

 

아이들을 수영장 앞에 내려주고 월정사로 갔습니다. 산 초입에 자리한 월정사는 고찰스럽게 자리하고 오는 이들을 평온하게 반겨줍니다.

우선 산신각에 들어서 소원을 말하고 108배를 올렸습니다. 사찰에 오면 우선 108배를 올리는 것은 참 좋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내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후에 다시 차를 몰아 산길을 달렸습니다.

 

봄이거나 여름이면 참으로 멋질 것 같은 눈길을 조심스레 가느라 주변 경치를 관상할 여유가 없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속으로 상상의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상원사 주차장에서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니 산 중턱에 상원사 간판이 보입니다. 올라가서 사랑채 같은 법당에 들어가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옆방의 보살 두 분이 자갈자갈 재잘재잘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절하기에 집중하지 못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말씀 드리고 싶지만 큰 돈을 낸 것도 아닌 신자가 불쑥 조용히 해 주시라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함께 절하는 다른 신도들의 표정도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호텔이 잘되고 안되고는 프런트도 중요하지만 입구 안내, 주차장 환송이 더 중요하다는 어느 원장님의 강연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사 잘되고 못 되는 것은 큰 이유가 아니라 작은 것에서도 좌우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불길에서 할머니를 구조한 스리랑카인이 우리나라 영주권을 받았다는 뉴스가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산길을 내려와 차를 몰아 다시 월정사로 내려오는 동안 두 번인가 버스와 트럭을 만나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보살 할머니를 탓한 것 때문인가 하는 반성했습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인과응보, 인연, 윤회의 굴레속에서 돌아가는 것이니 가급적이면 남 탓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을 태우고 강릉 해안을 찾아 달리다가 정동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바닷가 모래밭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다음날 정동진에 와서 고현정 소나무를 보고 기차앞에서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이리저리 구경을 하면서 정동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초당두부집에서 맛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맑은 바닷물로 만든다는 초당두부는 강원도의 명소입니다. 여기저기 모든 곳에서 만나는 초당두부집이 강원도의 관광지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숙소는 지은 지 좀 된 건물이지만 넓은 방을 싸게 예약을 해서 4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5만원에 2인 추가 2만원을 냈습니다. 현아 엄마 아들 순으로 자리를 잡고 그 머리위에 아빠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엄마 양쪽에서 쌍둥이가 잠든 것도 나이들어 기억할 만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아빠는 밤새 코를 골고 잘 잤습니다. 새벽에 수차례 "面壁(면벽)수행"을 한 후 결국은 목욕탕에 들어가 108배를 올렸습니다.

가족들이 잘 자고 있으므로 그 방에서 절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절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온 가족이 기상하였습니다.

 

현재와 둘이서 초당두부집에 가서 아침으로 아빠는 오징어덮밥, 현재는 제육덮밥을 먹고 돌아와 짐을 들고 내려와 차에 싣고 강원도 강릉 이곳저곳을 돌았습니다.

정동진에 또 갔습니다. 두 번 방문을 하니 정동진 전체가 보입니다. 저녁 정동진과 아침 정동진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에 여행일정을 확정해 두었다면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았겠지만 숙소나 점심먹을 식당을 정해두면 거기에 맞춰야 하는 부담으로 오히려 여행 여정이 흐트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미리 정하는 일정없이 내달리는 여행이 더더욱 평온할 수도 있습니다.

정동진을 보고 주문진으로 달렸습니다. 강원도의 길은 직선보다는 방사선입니다. 일단 강릉시청쪽으로 달려와서 시청에 도장이나 스탬프를 찍고 다시 주문진으로 가게 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를 들려야 다른 시군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주문진에 가서 점심으로 횟상을 받았습니다. 10만원짜리 상입니다. 맛있게 신나게 점심을 먹고 어물전에서 말린 해물 몇 가지를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주차권을 내고 주차장을 나와서 집으로 집으로 수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어제 지나온 그 길을 다시 달려서 멋스럽게 달려서 휴게소 3곳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 동안 500km를 달렸습니다. 강원도 산자락의 눈과 나무가 만드는 동양화적인 경치를 감상했습니다. 오른다리 무릎이 뻐근합니다.

아내는 찬 바닥에 절을 해서 아픈 것이라고 합니다만 장거리 운행으로 계속 밀기만 하는 다리의 역할 때문에 뻐근한 것입니다. 온 가족이 신나게 1박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로 양보하고 돕고 이끌면서 참 좋은 아빠의 회갑여행을 잘 마쳤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멀리 더 길게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가족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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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 오산, 남양주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 행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