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1981년 8월에 팔탄면사무소 근무중에 응시한 시험에 합격해서 경기도청으로 발령을 받아 농민교육원에 배정되었습니다. 농민교육원에서는 농기계교육과 새마을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새마을교육계에서 외부강사를 모시는 업무를 했습니다. 당시 교육원에서는 1기에 200명 정도 새마을지도자를 대상으로하는 교육이 진행중이었습니다.

 

수원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신 강사님을 승용차 조수석에 동승하여 사무실까지 모셔옵니다. 강사님이 타시도록 차량 문을 열고 잘 오르신 것을 확인한 후에 문을 닫는 순간에 과한 의전을 하다보니 손가락이 차문에 끼었습니다.

 

깊이 끼인 것은 아니고 그냥 틈새에 잠시 눌렸다가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손가락이 아프고 잠시 살펴보니 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감고 승용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차는 출발했고 대략 10km를 달려서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25분 정도 손가락을 부여잡고 도착해서 차문을 열어 내려드렸고, 마침 현관에서 대기중인 선임 주사님이 강사님을 안내하므로 일단 수행업무는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의무담당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큰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린 마음에 자신과 관련해서 수행원이 손가락을 다친 것을 아시면 2시간 강의에 큰 지장이 있겠다는 우려를 하였기에 내색하지 않은 것이 지금도 기특합니다.

 

동행한 수행기사님도 10살 선배였는데 나중에 이를 아시고 참 대단하다 칭찬해 주셨습니다.

 

 

<승차예절>

새마을교육을 담당하면서 황종태 새마을지도과장님을 강사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날 사무실에서 각자 도 본청에서 업무를 보기 위해 다른 선배들이 동승을 하였습니다.

 

승용차는 5인승인데 기사님 옆에 1명, 뒷자리에 3이 승차할 수 있습니다. 기사님이 있는 승용차의 경우 운전자의 대각선, 즉 뒷자리 오른편이 상석입니다.

 

다음은 뒷자리 좌측이 차석입니다. 앞자리 기사옆이 삼석이고 뒷자리 가운데가 사석, 즉 말석입니다. 그러니 만석 5인이 승차하는 경우 자신이 가장 어리거나 급이 낮다고 여기는 분은 눈치가 빨라야 합니다. 마지막 선임이 타기전에 뒷편 가운데자리를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차량의전을 몰랐던 나이이기에 뒷문을 열고 과장님 타시라고 안내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과장님은 문을 열고 안내하는 9급공무원에게 승차를 하라 합니다. 주저하자 큰 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얼른 타라 이놈아!“

 

과장님이 차 문을 열어주시고 신입을 태우는 상황이라서 이것이 큰 결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저하는데 빨리 승차하라 채근하시니 얼결에 올랐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선임에게 말했습니다. 과장님을 모시는데 결례를 한 것 같다. 과장님이 문을 열어주셨다고 말했더니 선임은 과장님이 맨 나중에 타시는 것이 맞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승차해보면 뒷자리 가운데 자리는 두 다리를 벌리고 불편하게 앉아야 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맨 나중에 타신 분이 내릴 때는 가장 먼저 하차하고 하차하는 순간에 각종 의전의 중심이 된다는 점도 선임의 설명을 통해서 이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후 승차시에는 동승하는 분들의 서열을 정리하고 어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의전스러운가를 생각하는 여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가용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의전을 알아야 합니다. 자가용 운전자의 차량에 승차하는 경우 운전자 옆자리가 상석입니다.

 

뒷자리에 타면 자가용 운전자, 자가운전자가 운전 기사가 되는 격입니다. 그러니 동료나 선배의 차를 타는 경우에는 반드시 운전자의 옆자리에 승차해야 합니다.

 

당연히 운전자와 나란히 옆에 앉아야 대화도 하고 함께하는 행사나 목적지를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부부 2쌍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는 경우에도 차주인 부인이 옆자리에 타는 것이 기본 예의이기는 하지만 서로 양해가 된다면 남편 2명이 앞에 타고 부인 2명은 뒷자리에 승차할 수 있습니다.

 

뒷자리 상석, 오른쪽 자리에 어느 부인이 타는가는 두 부부, 양 부인간의 관계와 서열에 따르면 될 것입니다. 교양있는 부부라면 운전하는 남편 뒷자리에 아내가 타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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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