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논산의 아들은 조국의 아들
이 편지는 쌍둥이 엄마의 끝내지 못한 육아일기의 후속편입니다.
논산훈련소 연병장에 테 굵은 선그라스를 쓰고 가서 아들을 보내고 훈련 중 걸려온 전화에 감동을 받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미안하게도 엄마가 불러주는 대로 적어서 국방일보에 보냈습니다.
병원을 수차례 다녀서 어렵게 딸 아들 쌍둥이를 낳은 기쁨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국가의 부름을 적은 문서가 인터넷으로 날아왔다. 새로운 세계로 가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네 식구 모두가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 병장! 밥맛이 좋나?” 하면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하며 아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던 아들의 사진이 입대 10일 만에 인터넷에 떴다. 군복 사진 맨 앞 줄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아들의 모습이 멋지다. 같은 중대원으로 만난 이 땅의 아들들이 모두가 한집 아들인지 참 잘생겼다. 군복이 아들에게도 어울린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가슴 찡하다.
2011년 4월 25일, 우리 가족에게 역사적인 시간이 왔다. 오후 1시 30분에 연병장에 모였다. 1800명이 넘는 아들들이 모였는데 가족을 포함하면 1만 명은 족히 돼 보였다.
기수단이 입장하고 장정들이 연병장으로 모여들었다. 21년 전에 아들 낳았다고 행복해한 부모가 이렇게 많았나?
입소식에서 26연대장 윤미숙 대령의 격려 말씀을 들었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가족들에게 “여러분의 장한 아들을 잘 훈련시켜 훌륭한 군인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입영 가족들에게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듬어 안겠다”는 말씀으로 들렸다. 모두 감동했다.
5월 5일 전화 벨이 울렸다. 아들 목소리였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묻기만 하고 답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잘 있다고 한다.
고마울 뿐이었다. 시장 보러 간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아들 전화가 왔다고 알려 주었다. 얼굴을 본 듯 좋아라 한다.
사실 며칠 전에 군대 간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눈이 퉁퉁 부어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26연대 본부중대장 ooo 대위가 핸드폰으로 연결해 주었다.
젊은 중대장이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 주려고 엄마에게 전화를 연결해 주었나 보다. 아들을 맡고 있는 5중대장과 본부중대장이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아내는 집으로 온 아들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1998년에 폐지됐다가 13년 만에 부활된 가족 면회의 날을 기다린다.
인터넷을 보면 논산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단다. 아내는 바빠졌다. 아이스박스를 닦고 김밥용 김을 챙기고 준비할 품목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메모지에 적힌 품목수가 15개를 넘어가고 매일 늘어난다.
이제 우리 부부의 아들은 논산의 아들, 아니 대한민국의 아들이 됐다. 6월 1일에 아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시작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