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식#한식#두식#삼식세끼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영식#한식#두식#삼식세끼

 

흔히 남편을 평생의 원수라고 합니다만, 남편을 부르는 아내의 호칭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끼도 집에서 먹지 않는 남편은 '영식님'이라는 존경의 호칭을 합니다.

0식입니다. 한끼도 집에서 먹지 않으니 부인은 편하고 남편은 행복하다 합니다. 진정 그것이 행복인가는 각자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아침만 먹는 남편은 '한식씨'라 합니다. 한 끼를 먹으니 한식씨입니다. 아침은 먹지 않는 집이 많은 세상이니 저녁 한 끼만 먹는 남편도 한식씨로 불릴 것입니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경우로 아침,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남편이 많습니다. 이 사람은 아내가 반말로 부릅니다. 두식이, 두식아라 부릅니다.

 

많이 아시는 바와 같이 아침, 점심,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남편은 거북한 호칭이 붙습니다. 세끼를 먹으니 '삼식이 세끼'입니다.

 

삼식을 하고 그래서 세끼라고 하는 말을 혼합한 것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귀를 거북하게 하고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요리연구가 이혜정 선생님이 방송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삼식 세끼를 먹는 남편인데 종종 간식을 챙겨주어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끼에 간식을 챙겨먹는 남편은 '종종간식세끼'입니다.

 

방송용 말로 '종종간나이세끼'라고 하시던데 여러분이 판단해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삼식이든 종종간식 세끼이든간에 부부가 함께 20시간을 같이 생활하시면서 아내의 존중을 받아낼 방법이 있습니다. 설거지입니다.

 

주방은 아내의 공간이라 합니다만 설거지를 좋아하는 주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조리를 하면 싱크대에서 큰 그릇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자리에 두는 보조를 하면 됩니다.

 

잘잘한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차분하게 하나하나 세제로 세척하면 됩니다. 다만 그 그릇을 있던 자리에 잘 두어야 합니다.

 

아내의 주방과 치과의사의 진료기구 세트는 그 관리방법이 같다고 보아야 합니다. 수십개의 치과의사 진료장비가 가지런히 놓인 것처럼 아내의 주방도 다 제 자리가 있습니다.

 

그동안 몇 번 그릇을 30cm 이동시켜서 구박을 맞은 바가 있습니다. 이제는 절대로 주방기구를 이동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그 자리에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자주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만 봉투비용이 아까워서 쓰레기봉투 옆구리가 김밥 터지듯 담아줍니다. 그러니 몰래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위생을 위해 일찍 버렸다고 설명하면 됩니다. 봉투값 500원보다 병원비, 약값 5,000원이 더 크다는 점은 누구나 아시는 바이니까요. 여기에 더해서 쓰레기양이 적더라도 봉투를 묶을 때 설렁하게 하면 됩니다.

 

쓰레기 양이 적은 경우 공기를 넣어서 묶는 비법이 있습니다. 봉투를 아끼려는 아내와 일정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버리는 남편간의 실갱이가 이어집니다.

 

양이 넘치는 경우 어렵게 묶거나 노끈을 쓰거나 테잎으로 또다른 봉투크기의 8자 모양을 만든 것을 길가에서 보게 됩니다. 그렇게 까지 할 일은 아닌 줄 알지만 날짜는 지났는데 쓰레기양이 적은 경우에는 느슨하게 묶어주는 쎈스도 필요합니다.

 

당겨서 묶으면 더 들어갈 수 있는데 벌써 버리는가 하는 아내의 질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75리터 종량제 봉투값이 2,250원입니다.

 

7리터짜리가 225원은 아니겠지만 다른 식품이나 물건값보다 종량제 봉투값은 저렴하다 생각합니다.

쓰고 남은 것, 버려야 할 말 그대로인 쓰레기를 버리는 값인데 이정도 이상으로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그 돈을 아낀다고 집안에 부패하는 쓰레기를 방치하는 것은 위생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왜 옷을 저리도 다려서 입어야 하고 양말, 내복을 차곡차곡 정리해야 하는가에 공감하지 않는 귀찮은 사람입니다.

 

그래도 세탁기에서 알람이 울리면 마른 세탁물을 꺼내어 거실에 뿌려주면 아내들은 좋아합니다. 건조까지 안되는 세탁기라면 탈수를 마친 옷가지를 꺼내어 빨랫줄 인근에 가져다 주시면 남편으로서 할 일은 90% 진행한 것입니다.

 

빨랫줄에 너는 작업은 40대 전의 신혼급 부부가 하실 일이라 봅니다.

출근길에 음식물쓰레기를 들고나오는 양복 셀러리맨을 보게 됩니다. 셀러리맨인지 사업가인지 CEO인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양복에 음식물쓰레기 봉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몸져 누워있거나 아내도 함께 일하는 직장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남편이 음식물쓰레기를 들고나온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아침 운동을 겸해서 운동복을 입고 일찍 나와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10분이면 가능한 일인데 넥타이 매고, 미니스커트 입고 음식물통에서 어려운 작업을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세상사 나 혼자 사는 것 같아도 많은 이들이 우리의 일거수일투족, 잘잘한 움직임을 보고 나름 상상을 하고 있답니다.

 

오만가지 걱정을 한다고 하실 것입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보니 우리는 하루에 48,000가지를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액션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조상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 경우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거나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고 기분에 맞지 않는다며 '오만상'을 쓴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부부는 樂山樂水(요산요수)입니다. 낙산낙수는 틀린 발음입니다. 知者(지자)樂山(요산), 仁者(인자)樂水(요수)입니다.

 

어진사람은 여유로운 산과 같아서 급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자는 물 흐름과 같아서 돌돌돌 거리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산기슭을 지나가는 계곡을 흐르는 물은 산의 높이를 알기 어렵고 물이 흐르는 계곡위 산은 물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을 평가할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랍니다만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것도 과거 1980년대까지 통하는 사회적 질서입니다. 1988년, 2002년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국제스포츠행사가 열린 해입니다.

 

88올림픽은 우리사회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노조가 활성화되고 밖으로 나와서 큰 행동을 하였습니다. 회사 지붕에 올라가서 노사분규를 강하게 몰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민주화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에는 제가 40년간 근무한 공직사회에도 큰 변화가 일었습니다.

혹시, 60전후의 세대는 사무실 책상위에 대형 재털이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1984년에 경기도청 새마을과 서무, 8급 공무원으로 전입되어 2년간 근무했습니다.

 

계장님, 사무관 5급 공무원 책상위에 놓인 재털이에는 하루 두번, 화분처럼 물주기 행사를 합니다.

우선 전날 비워둔 재털이를 다시한번 맑은 물에 씻어낸 후에 티슈 2장을 올리고 소주잔 반 정도의 물을 부어줍니다. 그리고 책상위에 올려둡니다.

 

출근한 계장님은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 후 재털이에 던지면 미리 뿌려둔 물이 스며들면서 피시식 불이 꺼집니다.

 

하지만 오전 11시경에는 재털이의 절반쯤 꽁초가 차오르고 물기를 머금은 담배꽁초는 초콜릿을 머금은 빼빼로처럼, 고슴도치 등가시 모양의 장식품이 됩니다.

 

양복점 재단사 손등에 거북이가 있습니다. 여러 개의 바늘을 꼽은 양복점 장비를 상상해 보십시오. 바늘 끝에는 여러가지 색상의 안전장치가 꼽혀 있어서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계장님 책상위 재떨이가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이 재떨이는 점심시간에 다시 비워야 합니다.

오후 1시가 되면 점심을 드신 공무원 간부들이 오후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담배를 피우십니다. 이 재떨이는 4시간만에 한가득입니다. 혼자서 다 피우시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주변의 지인 계장님이 마실을 오십니다. 커피를 주문해서 드시고 그 입맛에 길들여진 담배를 피우십니다. 한 번은 세분이 동시에 연기를 뿜어서 천정의 소방센서가 울린 일도 있습니다.

 

재떨이를 8급 공무원들이 처리했습니다. 여성공무원들이 관리했습니다. 당대의 공무원들은 이 같은 작업을 당연시했고 간부들도 권력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보다 더 많이 바뀐 것은 2002년 월드컵입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20년전부터 우리사회는 변했고 그 변화의 물결이 공직에도 영향을 줍니다.

 

공무원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공직사회의 변화가 과속을 해서 우리사회의 여러가지 상황과 비교하면 오히려 앞질러 나간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혹시 이 말을 하고 젊은 공무원에게 욕을 먹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젊은 고무원과 호흡을 함께하려 노력했다 자부합니다.

 

 

이강석 (李岡錫)

출생 : 1958년 화성 비봉

경력 : 경기도청 홍보팀장, 경기도청 공보과장

         동두천·오산시 부시장 / 경기도균형발전기획실장

         남양주시부시장 /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현직 :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저서 : '공무원의길 차마고도', '기자#공무원 밀고#당기는 홍보#이야기' 등 수필집 53권 발간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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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