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명주실과 붉은색 명주실을 엮어서 만든
길고 긴 밧줄
계곡과 계곡사이를 팽팽하게 이어주고 있다
그 위를 주춤 주춤 걸어가는 연인
당신은
군청색이라 하고
나는 남색이라 했죠
당신은
보라색이라 하고
나는 자주색이라 했죠
당신은
배롱나무라 하고
나는 목백일홍이라 했죠
당신은 자두나무라고 하고
나는 오얏나무라 했죠ᆢ
끝이 보이지 않는 외줄 위를
비바람 몰아치고 천둥번개 내려쳐도
아슬 아슬 비틀비틀 거리며
손을 놓칠 듯 말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두 연인.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졸업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악어의 눈』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 경기시인상 수상 / 현재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 시작메모 -
부부라는 인연을 맺고 한 생애를 걸어가는 삶은 어찌 보면 평온 한 것 같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기쁨과 슬픔이 공존 한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평생을 복닥거리며 살기 때문이다. 청실과 홍실로 엮은 외줄위에서 색깔타령과 낱말놀이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동안 푸른 바다와 산을 만나 즐거움의 맛도 보았다. 해와 달이 바뀌는 동안 바람과 폭우를 맞으며 어려움을 만나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의 주장이 옳다며 보라색과 자주색이 같은 색깔임에는 누구는 보라색이라 우기고 누구는 자주색이라 우긴다. 자두나무와 오얏나무가 같은 나무임에도ᆢ 누구는 자두나무라 부르고 누구는 오얏나무라 부르며 서로의 손을 놓을 듯 말 듯 아슬 아슬 비틀 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부부인 것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