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 가판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공보실 2년차 배움의 시기입니다. 우선은 신문이 중요합니다. 신문에 기사가 나면 방송이 받아갑니다. 방송이 특종으로 도정을 보도하는 경우는 연중 몇번일 것입니다.

그래서 신문에 부정적 보다가 나가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비판하는 기능으로 존재하고 도정은 홍보하는 입장으로 가다보니 늘 힘이 들었고 지금도 모든 공무원들이 힘들어 합니다. 오늘은 가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중앙지 가판이란 가두판매가 아니라 조간으로 나갈 신문을 전날 저녁에 미리 일부층에 판매하는 신문을 말합니다.

 

 

형태는 신문으로 나오고 서울 동아일보사 인근의 길에서 중요 고객에게 팔려 나갑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신문이 최종으로 인쇄되어 나갈 때에는 가판기사가 일부 부드럽게 조정되어 가정에 배달됩니다.

부드럽다는 말은 기사편집 내용과 아침 보도기사의 제목일부나 내용의 수정이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가판에서 "경기도 행정 식물인간"이라는 제목이 다음날 아침 "경기도 행정 일부 차질"정도로 완화된다는 말입니다. 이를 위해 밤늦게까지 전화가 오가고 그 시각에 윗선에 보고되기도 합니다.

 

신문활자 2자를 놓고 공보관과 중앙지 데스크가 2시간 이상을 전화를 걸고 받으며 싸우는(?)장면을 목격하였고 다음날 아침 조금 부드러워진 기사 제목을 들고가서 '장'에게 보고하기에 참으로 대단한 밤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목숨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자존심도 함께했을 것입니다.

중앙지 가판제도는 혹시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에 오해가 있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면에서는 필요해 보입니다. 아무리 전문기자라 해도 공무원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거나 자료에 대한 해석에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중앙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사를 고객인 취재처의 검토를 받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보부서 근무자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과정을 두번 겪는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큰 비판기사가 났다고 해서 중앙지를 열독하였지만 기사를 찾아내지 못하였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기사가 서울판에 날 수 있구나 해서 서울사무소의 신문 스크랩을 팩스로 받아 확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당시에 중앙지는 서울판, 경기판, 수도권판, 경기제주판 등을 할애하여 지방의 중요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서울판에 난 경기도 기사를 보고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경기판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당연지사 입니다.

이후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가판은 스스르 떠나갔고 이제는 종이신문과 인터넷을 동시에 보는 공보실 직원들은 하루종일 바쁘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통신사 기사를 보아야 하고 저녁에는 석간신문, 아침일찍 출근하여 조간신문을 스크랩하여 보고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중앙, 지방지 신문을 스크랩하는 프로그램이 보급되어 마우스로 기사를 크릭하면 따운되어 편집된 후 이를 게시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이나 지방지가 홍보성 기사는 내일아침 종이신문에 올리기 전에도 인터넷에 올려주는 성의가 있으니 조금 비판적이거나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올 기사는 절대 인터넷에 올리지 않고 종이신문에 먼저 보도한 후 수시간이 지나서야 인터넷에 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종이신문의 위상을 살려두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인터넷 기사가 늘어나고 다양해 지면서 과거보다 종이신문의 기사가 무게감과 신뢰성을 강하게 던져주는 것은 많은 분들의 공통적인 의식일 것입니다.

이제 가판은 사라지고 모바일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가판의 위엄이 지극하였던지라 아직도 가슴 철렁한 가판기사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제 실시간으로 인터넷 기사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중앙사가 가판으로 장사를 했다던 시절의 이야기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실 가판은 행정기관보다는 영업이나 주식가치에 예민한 기업에서 더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다만 공직이라는 작은 울타리속에서 가판에 울고 웃었던 옛 선배 공직자들의 이야기는 역사의 한페이지 된 화석이 된 신문지입니다. 가판의 애환은 참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로 膾炙(회자)되었습니다.

 

 

[약력]
-1958년 화성 비봉 출생
-경기도청 홍보팀장, 공보과장
-동두천·오산·남양주시 부시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화성시 시민옴부즈만



기자정보

프로필 사진
이강석 기자

공직 42년, 동두천#오산#남양주 부시장, 경기도 실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역임// (현) 화성시시민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