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파솔라시도
도미솔도 도솔미도
음악시간이 시작되면
선생님은 피아노를 치며
발성연습을 시켰다
그리고는 가곡 동무생각을 부르게 했다
푸른바다를 보며
초록의 산을 보며
파란 하늘을 보며
해와 달과 별을 보며
먹장구름을 보며
눈과 비를 맞으며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칠판에 그려진 쉼표도 없는
음계 속에서 헤매기도 했다
높고 낮은 음표와 음표 사이에서
도돌이표 부호에 따라
때로는 낡은 보드를 타고
음계위에서 서핑을 했다
지금은 솔도 아닌 높은 도도 아닌
미와 파사이 검은 건반 위에 걸쳐 있는 나.
정겸 시인
경기 화성 출생(본명 정승렬) / 경희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 시집 『푸른경전』 『공무원』 『궁평항』 『악어의 눈』 /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시조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 현재 경기시인협회 이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시작메모-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한평생을 오선지 안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것이다. 음표가 그려진 음높이에 따라 음정과 박자를 맞춰 가며 쉼표가 있으면 잠시 쉬어가고, 도돌이표의 부호에 따라 반복된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속의 노예가 되어 멀리 온 것 같지만 결국 음악교과서에 나오는 동무생각이라는 가곡을 부르며, 푸른바다를 보며, 초록의 산을 보며, 파란 하늘을 보며, 해와 달과 별을 보며, 먹장구름을 보며, 눈과 비를 맞으며,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악보에 따라 오선지 위에서 하루를 지탱하는 것이다.
정겸(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